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시청 전에 살짝 긴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맨 처음 MB를 지지했던 강남에서조차 '강남 좌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계층이 집권 중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든 정권인지라 혹시 물러나는 MB를 비호하기 위한 MB비어천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하고 보니 시청 전에 우려했던 점과는 달리 MB 정권의 업적뿐만 아니라 실정도, 아니 엄밀하게 표현하면 공적보다는 과실에 많은 비중이 실린 SBS 다큐멘터리였다. 다큐멘터리가 언급한 MB정권의 공은 대외적 성과였다.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하고 G20 정상회의를 비G7 국가가 개최하게 만든 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 5년 동안의 대외적 성과는 역대 대통령이 달성하기 힘든 대외적 성과라고 다큐멘터리는 칭찬한다.

하지만 '사람 말은 끝까지 모두 들어봐야 안다'는 말처럼 다큐멘터리는 대외적 성과에 미치지 못한 MB 정권의 과오를 낱낱이 밝힌다. 대개 이런 민감한 정치적 다큐멘터리를 다루자면 공적을 맨 앞에 소개한 이후 실정을 뒤에 다루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의 비망록>은 그 반대의 전략을 취한다.

 28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단독 접견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청와대 백악실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단독 접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MB 정권 조목조목 반박한 시도, 충분했다

처음 MB가 집권할 당시 MB의 패러다임 접근법이 어떤 시점으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가를 접근하면서 다큐멘터리는 대통령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는 마치 TV 판 <MB의 추억>을 보는 듯하면서도, 영화보다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MB의 실정을 콕콕 찌르기에 충분했다.

MB의 가치관이 어떠했는가를 짚어내는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앞부분과 맨 뒷부분에 할애한다는 건 수미상관 기법이다. MB의 대외적 업적을 후반부에 집어넣으면서 마지막에 친형 이상득 위원이 구속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다큐멘터리는, MB의 대외적인 기여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관리에 실패한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잃는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는다. 앞부분과 뒷부분에 '과'를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건 성공한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다큐멘터리는 무언중에 강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MB는 국민에겐 '욕 먹은' 대통령이면서 기업에게 '물 먹은' 대통령이다. MB는 친기업 정책을 통해 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게 사실이다. 기업이 잘 되면 일자리 창출이 늘어날 줄 알고 친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모했지만 기업은 MB의 뜻과는 반대로 시중에 돈을 풀지 않고 현금화함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대외적인 대형 악재가 들이닥침으로 서민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친기업 정책을 실시하지만 돌아온 건 국민 경제의 양극화였다는는 걸 다큐멘터리는 지적한다. MB가 집권 중반부 이후에 실시한 친서민 중도정책 역시 서민의 팍팍한 삶에 영향을 주었을까.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 청와대


다큐멘터리 초반부는 MB의 인사 정책이 정치적인 선택이 아닌 기업형 인사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각료 임명에 있어 예비 각료의 능력보다 우선시한 것이 충성도라고 다큐멘터리는 꼬집는데, 충성도 테스트는 정치 인선에 어울리는 방식보다는 기업형 인사에 가까운 인사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각료에 기용된 인사들은 실용적인 면은 강했을지언정 이들의 힘이 하나로 융합하는 응집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노라고 꼬집는다.

논란이 현재진행형에 있는 4대강 문제나 실패한 대북정책관을 지적하면서 다큐멘터리는 제일로 심각한 MB의 문제를 잊지 않는다. 그건 바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부분이 매우 취약했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는 MB의 친화성을 언급한다. 기업을 운용한 사람인지라 해외의 국가원수를 만나기 전에는 사전에 철저한 사전 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해당 국가원수가 어릴 적 무엇을 좋아하고 학창 시절에는 어떠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공부하고 상대 정상을 만나면 대화가 술술 풀리기 일쑤라고 한다. 공유점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 국가원수가 좋아할 대화를 통해 호감을 사고, 이는 결국 대외적 신인도 향상이나 프로젝트 유치와 같은 부분에서는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MB가 해외에서는 그토록 친화력이 뛰어난 인물이건만 왜 한국에서는 국민과의 소통이 0점에 가까웠나 하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대외적인 친화력이 나라 안 국민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걸 지적한 점은 MB의 아이러니를 통령하게 꼬집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다.

중산층이 붕괴되는 국가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 중산층이 얇아지고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최고 수위에 직면한다는 건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산술적인 통계다. 이토록 끔찍한 산술적인 통계가 나오기 이전에 중산층을 보호해야 하고 삶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국가 통치자가, 물리적인 업적을 남기기 위해 4대강에 공을 기울였다는 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는 걸 방증한 대통령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해외에서 그토록 탁월한 친화력을 발휘한 대통령이 정작 국민을 위해서는 왜 친화력을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이유를 손꼽자면 과거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후대에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중요하다. SBS가 선보인 <이명박 정부 5년의 비망록>은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차기 집권자가 선임자인 MB가 저지른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도용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명박 이명박 정부 5년의 비망록 SBS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