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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2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고상만 신은미 안호덕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3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뉴아이패드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3 2월22일상'과 '2012 특별상', '2012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야외 학습나온 개성의 아이들과 만난 신은미 부부.
 야외 학습나온 개성의 아이들과 만난 신은미 부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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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행문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을 통해 뜨게 된 마음의 눈으로 써 내려간 글입니다. 북한여행을 하며 생애 처음으로 민족의 비극을 경험하고, 민족애를 느꼈으며 조국통일의 염원을 품게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여행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조국이 갈라져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습니다. 슬픔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남을 느꼈습니다. 사랑으로 바라보니 그 어떤 것도 굴절되거나 비뚤어짐이 없고 어그러짐 없이 제 모습대로 보였습니다."

2012년 6월부터 10월까지, 총 30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한 신은미 기자. 그는 자신의 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라고 말해왔다. (*신은미 기자는 2012년 11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내게 북한은 반공 교육을 열심히 받았던 초등학교때에나 그 존재감이 있었지, 이후에는 북한의 핵실험이 있거나 올림픽 경기에 남-북한 공동팀이 만들어질 때, 아니면 대통령 선거철에나 그 실체가 느껴지는 나라였다.

끝자락이기 하나 대륙에 속한 한반도. 하지만 분단 때문에 남한 사람들은 마치 섬나라에서 사는 것처럼 산다. 나는 예전 우리 조상들이 육로로 여행가는 것을 당연시했을 중국과 러시아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런 내게 북한은 남한을 대륙으로부터 고립시킨 거대한 하나의 콘크리트 요새같은 곳이었고, 나는 그 안에 나와 내 아이들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는 둔감해 있었다.

그래서 '민족애', '조국통일의 염원', '동포' 같은 단어들은 실체없는 미사여구였고, 한반도의 분단을 비극적이라고 말할 때도 그 느낌이 마음에서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백하지만, 사실 처음 신은미 기자의 글을 접했을 때, 북한에 대한 얘기보다는 북한을 여행한 신은미 기자가 누군지가 더 궁금했다. 도대체 북한 같은 곳을 여행하는 사람은 누굴까라는. 그 궁금함을 담아 현재 미국 LA에 살고 있는 신은미 기자와 2월 초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북한을 다녀온 글을 연재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2012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오마이뉴스>에 글 쓰고 상처 받은 이유

다섯 아이의 엄마로 25년가량 미국 교포로 살면서 스스로를 평범한 주부라고 말하는 그는 대구의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만나야 할 이산가족을 북에 둔 것도 아니다. 또한 그는 북한과 관련된 어떤 활동, 가령 정치나 경제활동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활동 한 것도 아니었다. 기사와 함께 올라오는 사진 속 신은미 기자의 모습은 마치 그런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북한 사람들이나 북한의 배경과도 너무나 동떨어져 보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민간인 피살 사고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5년이 지났다. 그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민간인이 북한에서 관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겐 생소하게 느껴졌다.

"저는 순전히 여행을 목적으로 처음 북한에 갔어요. 게다가 반공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난 세대이기 때문에, 북한이나 북한 동포에 대해서 그 어떤 평범한 인간적인 삶 조차도 기대하지 않았었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잔잔한 충격과 함께 감동을 느끼게 되니 순식간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되더군요. 내 마음을 열어 제치니 상대방도 허물없이 마음을 활짝 열어 순박하고 따스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어요."


신은미 기자에 따르면 남한 국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 사람들은 북한을 여행할 수 있다. 북한의 최대 '원쑤'인 미국 국민들도 북한을 여행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이산가족 중에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신은미 기자는 미국 시민권자였기 대문에 북한 여행이 가능했다. 평소 북한 주민들과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던 남편이 여행을 계획한 탓에 북한을 여행하게 됐다.

내가 북한을 여행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어서일까? 나 또한 10년 넘게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살고 있지만, 실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여전히 한국의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보수적인 분이 어떻게 진보 매체인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하게 됐냐고 말이다. <오마이뉴스>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주변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보수적인 주위 사람들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저희 부부를 보는 경우도 있어요. '북한여행을 하면서 저희 부부가 변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북한에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세뇌됐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예전에는 북한이나 북한 동포들에 대해서 차가웠고 무관심하기까지 했었던 제가 북한 여행을 통해 그들에게 동포애를 느끼고, 조국 통일을 염원하게 됐으니 변화라면 변화일 수는 있겠죠."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면서 상처 아닌 상처를 받기도 했단다. 

"'빨갱이, 좌빨녀, 종북녀...'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나 차마 입에 담거나 글로 남길 수 없는 욕설을 처음 접했을 때는 글을 통하여 내 마음이 잘 전달되어지지 않는 건 아닌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해서 글쓰기를 중단하려고도 했었죠. 솔직히 '종북'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북에 가서 동포를 직접 만나보고 민족애나 동포애를 느낀 것이 '종북'이라면 기꺼이 '종북'이 되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도 북한관광을 가기 전까지는 남한의 보수적인 사람들과 꼭 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비난을 하는 사람들을 백번 이해합니다. 안타까울 뿐이죠."

북한이라면 그저 분석과 평가의 대상 정도로 생각했던 내게 신은미 기자의 글은 통일에 대한 내 인식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는 통일하려면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거나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에 앞서 남북한 사람들이 우선 서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그의 말처럼 '마음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제 통일은 한낱 꿈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통일 전문가들도 그의 글에 주목한 것이 아닐까? 통일의 가능성을 사람들의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 말이다.

신은미 부부가 함경북도 나진항에서 운전기사 '사슴아저씨'(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신은미 부부가 함경북도 나진항에서 운전기사 '사슴아저씨'(가운데)와 함께 찍은 사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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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여행하는 동안 저의 관심은 '북한이 얼마나 잘 살고 못 사는지'가 아니라 '그들은 우리와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동포들이 이질감으로 인해 함께할 수 없다면 통일은 한낱 꿈에 불과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발견한 것은, 남과 북의 동포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통해 이루어진, 변할래야 변할 수 없는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여전히 북한은커녕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을 생각하면 이것은 인륜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서 빨리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소규모로 이따금 찔끔 찔끔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수천, 수만명이 만나는 대규모 상봉 말이죠. 우리는 '천만 이산가족' 이라고 표현하지 않습니까? 매일 2만 5천명이 상봉을 한다 해도 천만이 만나려면 일년이 넘게 걸립니다. 사실은 정해진 장소에서 형식적인 만남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남한에서, '북한에 혈육을 갖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원하면 모두 북한에 가서 가족 상봉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 또한 그 선언에 상응한 인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미 많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이 북한을 방문하여 혈육과의 상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를 허락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그 분들은 이제 더 이상 이산가족이 아닙니다. 비록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언제든지 원하면 만날 수 있다면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이산가족이 아닙니다."

"딸 설경이 만나러 북에 또 갈 겁니다"

신은미 기자는 빠르면 올 5월, 늦어도 8월에는 북한에 다시 갈 계획이다.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세 차례의 북한여행을 통하여 저희가 평양에 두고 온 딸이 된 안내원 설경이가 작년 10월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쿠쿠밥솥을 들고 결혼식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식은 어디서 올렸는지', '살림집은 어디에 차렸는지', '결혼하면 애기부터 갖고싶어 했는데 애기는 생겼는지', 너무나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평양에 가면 설경이의 신혼집도 찾아가 볼 예정입니다. 평양시내의 상점에 들려 고기와 미역을 사들고... 그리고 조카가 된 순박하고 정이 많은 방현수의 집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북에서 만난 안내원 설경이. 신은미 부부에게 설경이는 딸이 됐다. 올해 딸 설경이를 만나러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에서 만난 안내원 설경이. 신은미 부부에게 설경이는 딸이 됐다. 올해 딸 설경이를 만나러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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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기자는 또한 나진-선봉에 있는 사촌 동생 가족과도 다시 만나고 당시 이 지역을 안내했던 안내원과 운전기사 아저씨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난 방문 때는 도로사정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백두산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땅을 통하여 가는 백두산의 전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웅장한 대서사시를 그림으로 펼쳐놓은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툰드라의 초원을 굽이굽이 가노라면 광활하게 펼쳐지는 대평원이 영화 속 필름처럼 어느 순간 펼쳐집니다.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백두산의 장관은 그야말로 '하늘위에 뫼이로다'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 웅장하고 멋진 장관을 남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오마이뉴스>를 통해 한껏 보여주고 싶습니다."

인터뷰 당시 때마침 북한의 3차 핵실험 뉴스가 나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저도 핵실험 뉴스를 지금 듣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북미관계 정상화와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신은미 기자의 여행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북한의 한 단면, 좋은 모습만 보고 왔다고 지적하곤 했다. 하지만 한 탈북자는 그에게 쪽지를 보내, "선생님이 글에서 보여주신 북한도 분명 북한의 한 모습입니다. 누군가 따스하고 인간적인 북한의 모습도 보여주고 이야기 해 주어야 하는데 신선생님이 글로 써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잠시 저도 떠나 온 고향을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글을 읽었습니다"고 적었다 한다.

또 한번 고백하자면, 신은미 기자의 여행기는 재밌게 또 감명깊게 읽었으나 이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처럼 북한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라고 실감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역시 내가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적어도 남북통일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라면 북한 여행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평범한 재미 교포 아줌마' 신은미 기자 덕분에 북한과 통일에 대한 새롭고도 진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신은미 기자가 미국에 거주하는 관계로 2월 22일 진행되는 뉴스게릴라 수상자 시상식에는 '아람회' 사건의 희생자분인 김현칠 선생님이 대신 수상을 하기로 했다. 아람회 사건은 인혁당, 오송회, 민청학련 사건 등과 함께 독재시대의 대표적인 조작사건의 하나로, 신은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이 분을 알게됐다고 한다.



태그:#올해의뉴스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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