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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에 눈에 뒤덮인 승용차가 애처롭게 보인다.
▲ 아파트 아파트 주차장에 눈에 뒤덮인 승용차가 애처롭게 보인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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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들판은 음지도 아닌데, 왜 눈이 녹지 않는 걸까. 서울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시골마을의 하얀 겨울 풍경이 적막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당고개역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로 20분을 가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주소만 보면 언뜻 시골마을 같이 보인다.

90년 초 만해도 논과 밭, 산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시의 아파트동처럼 돼 버렸다. 패스트 푸드, 대형슈퍼, 식당, 세탁소 등이 즐비해 있어, 웬만하면 의식주을 비롯해 모든 물건을 다 구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을 앞은 바위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수락산이 있고, 옆은 광릉수목원 산줄기와 들판이 어우러져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와도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아파트 입구의 음지에 눈꽃이 피였다.
▲ 눈꽃 아파트 입구의 음지에 눈꽃이 피였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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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리에서 용암리로 향하는 눈에 덮인 산책로이다.
▲ 산책로 청학리에서 용암리로 향하는 눈에 덮인 산책로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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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오후 4시 30분. 이곳 청학리에서 길을 따라 인근 용암리로 모처럼 겨울 산책을 했다. 용암리는 카페촌이 형성된 곳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눈이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녹지 않아 하얀 들판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날 아파트를 출발한 입구부터 눈이 쌓인 모습이었고, 누군가 눈을 밀어 간신히 한 사람 정도 통행할 수 있는 길만 나 있었다. 아파트 앞 주차장 승용차는 온통 눈으로 덮었고, 아파트 내 나뭇가지에 언친 눈이 눈꽃장관을 연출했다. 가는 길 옆 아파트 놀이터 공원 운동기구는 주민들이 평소 자주 찾아 몸을 푸는 기구인데, 눈에 쌓여 외로운 신세가 된 느낌이었다.

용암리 들판이다.
▲ 들판 용암리 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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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이 보인다. 밭이랑이 마치 파도처람 보인다.
▲ 밭이랑 배밭이 보인다. 밭이랑이 마치 파도처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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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구부터 시작된 산책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은 많이 눈이 쌓여 걷기가 불편했다. 가는 도중 시골집과 하우스 지붕을 보니 햐얀 눈으로 가득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지도 아니고 화창한 겨울 햇볕이 들어온 양지인데도 눈이 녹을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포근함마저 느낀 날씨여서 눈이 녹지 않는 현상을 좀처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물론 관련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에 덮인 밭이랑은 하얀 파도처럼 보였고, 햇볕이 백설을 비추자 눈동자가 한없이 부셨다. 하얗게 쌓인 들판의 눈을 보니 황량한 설원이 연상됐고, 오가는 산책길은 신발자국으로 온통 가득했다. 왠지 불규칙한 신발자국은 어느 화가가 조각한 의미 있는 판화처럼 느껴졌다.

산책길은 용암천 따라 이어지는데, 살며시 간혹 들려오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산 속 절간의 풍경소리처럼 아늑하게 들렸다. 주변의 모습을 보니 정겨운 깡촌 시골마을이 생각났다. 산과 들녘, 냇가, 마을 등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했기 때문이다. 작은 동화 속의 마을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특히 이곳은 유명한 먹골배의 산지로 배 밭이 많았다. 배나무의 가지에 붙어 있는 겨울 눈꽃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발자국이 화가가 조각한 판화처럼 보인다.
▲ 발자국 발자국이 화가가 조각한 판화처럼 보인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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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얼음이 녹아  봄소식을 알려준다.
▲ 봄소식 냇가에 얼음이 녹아 봄소식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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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 입춘이 지나고 봄기운이 느껴질 만도 한데, 이곳은 초봄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늦겨울로 인식됐을 뿐이었다. 찰라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봄기운이 엿보였다. 꽁꽁 얼었던 용암 개천 빙판은 어느새 서서히 녹았고, 녹은 물줄기는 봄을 재촉한 듯 정처 없이 흐르고 있었다.

오후 6시경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바라 본 석양은 산중턱 위에서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바로 붉은 노을과 눈 덮인 들녘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산책을 마치고 집 앞 공원에 들어서자 둘레 10미터, 수고 20미터, 수령 480년의 은행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었다. 주변은 온통 하얀 눈이 쌓여 적막감마저 들었다.

눈으로 뒤덮인 공원 놀이터
▲ 놀이터 눈으로 뒤덮인 공원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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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에서 물을 받는 주민들과 놀이터의 모습이다.
▲ 약수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 주민들과 놀이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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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410번지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지난 82년 10월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31호 보호수로 지정돼 별내면장이 관리를 한다. 지난 가을 누런 단풍을 자랑하던 은행나무가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바로 옆 약수터는 수북이 쌓인 눈을 밟고 와 가족을 위해 물을 받아 집으로 가는 모습이 정겨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골에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눈으로 덮인 맑고 깨끗한 하얀 세상(겨울)이 저물어 가면서, 파랗게 물든 녹색 세상(봄)이 눈앞에 오고 있는 듯하다.

 480년 수령의 놀이터 은행나무 주변이 온통 눈이다.
▲ 은행나무 480년 수령의 놀이터 은행나무 주변이 온통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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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골 용암리의 하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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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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