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정글의 법칙 in 아마존>

SBS <정글의 법칙 in 아마존> ⓒ SBS


SBS <정글의 법칙>은 '리얼 다큐'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서 시청률 2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족장 김병만을 필두로 한 '병만족'의 활약이 매주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이 프로그램은 곧 방송될 '뉴질랜드 편'을 앞두고 구설수에 오르고 말았다. 출연자 중 한사람인 탤런트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정글의 법칙>은 개뻥 프로그램'이라는 폭로성 발언 때문이다. 그 외에도 촬영장의 뒷모습에 관한 그의 적나라한 묘사는 <정글의 법칙> 팀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이미지에 큰 타격, 모든 걸 부정해야 할까

이번 일로 <정글의 법칙>은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지란 조작이 가능한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것을 사물의 본질적 의미나 진정성 등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어떨까. 이미지가 훼손당하자 이제 본질적인 것으로 의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미지는 쉽게 구축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깨지기도 쉬우며, 철옹성같이 단단했던 경우에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그 원인에 누군가의 의도적 음해가 있었든, 아니면 자발적 행위의 결과든, 상처를 입는 것이 당사자들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판타지는 그것이 깨지는 순간까지만 유효하다. 문제의 실체와 본질에 대해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줄리 없고, 알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정글의 법칙>이 해왔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이번 일의 발단이 된 장본인은 이 프로그램의 여정에 모두 참여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그의 몇 마디 말에 프로그램 전체가 매도당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가 잠깐 보고 겪은 일들로 <정글의 법칙>이 규정돼 버리는 것은 조금 부당하지 않은가.

그러나 <정글의 법칙>은 그간 '진정성'과 '성실성'이 이미지화된 프로그램으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이국적 풍광과 더불어 원주민들의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멤버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족장 김병만이 보여준 현지적응력과 불굴의 투혼은 큰 감명을 주었으며, 그 누구와도 대치될 수 없는 '리더 중 리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찬사는 모든 일이 '진짜'일 거라는 전제 하에서의 일이다.

 <정글의법칙 IN 뉴질랜드>팀의 김병만, 리키김, 박정철, 노우진과 새로운 멤버 박보영, 정석원, 이필모가 22일 뉴질랜드를 향해 출국했다.

<정글의법칙 IN 뉴질랜드>팀의 김병만, 리키김, 박정철, 노우진과 새로운 멤버 박보영, 정석원, 이필모가 지난 1월 22일 뉴질랜드를 향해 출국했다. ⓒ SBS


만신창이 된 프로그램, 회복시킬 방법은 없을까

이번 <정글의 법칙> 사태는 대중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켜보는 입장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그럴 줄 알았다', 또 어떤 이는 '100% 리얼일 수가 있겠냐'며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거짓이었다니'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천차만별의 반응이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별다른 생각 없이 즐겼을 장면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고, 멤버들이 예기치 못했을 것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장면에도 왠지 시큰둥하게 된다. 분명 미지의 세계인지라 호기심을 느껴야 하건만 감정이입과 대리만족을 느껴야 할 부분에서도 싱거움만이 느껴질 뿐이다. 이런 느낌의 예능, 바랄 사람이 있을까.

대중들의 불쾌감은 <정글의 법칙>이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쉽게 허물 정도로 커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문제는 무너져 내린 신뢰가 과연 회복될 수 있느냐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상 누구도 맘 편하게 프로그램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글의 법칙>에 대한 그간의 찬사는 다른 예능들과 차별화된 멤버들의 역동적 활동, 그리고 숱한 고생 끝에 얻게 되는 성취에서 비롯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천편일률적 신변잡기 예능과는 조금 다른, 드문 형식의 '야외 리얼리티' 예능이 수많은 의혹에 둘러싸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쯤 되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믿으며 시청의 즐거움을 누려왔던 시청자들은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소속사 대표를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100% 리얼'로 만들지 못한 제작진을 탓해야 할지, 아니면 모든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자신들의 순진함을 자책해야 할지 말이다.

이제 해결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최대한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눈속임에 가까운 메뉴얼화된 체험 또한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시청자들은 아무런 각본 없는 예능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미지'만으로 꾸며지는 것이 아닌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예능, 그것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아마존>은 큰 변동 없이 1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해냈다. 지난 주 방송분보다 0.3%P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KBS 2TV < VJ 특공대 >와 MBC <위대한 탄생>은 각각 9.3%, 6.2%를 기록했다.

SBS 정글의 법칙 김병만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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