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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직원 김아무개씨(29)가 누리집 '오늘의 유머(오유)에 정치적인 인터넷 댓글을 게시한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민주당이 주장한 것처럼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인용한 김씨의 댓글에 대해 "인터넷상의 정상적 대북심리전 활동 과정에서 작성, 게시한 것"이라고 반박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은 31일 오전, 김씨가 직접 글을 작성했다는 <한겨레>의 보도가 나간 후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사이버 대남심리전 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인터넷상의 종북 활동을 추적, 대응하고 있다"며 "김씨가 북한 IP로 작성된 글들이 출몰하고 있는 '오유'에서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유에서 북한 찬양·미화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

이어 국정원은 "이러한 글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게재했다고 오도하는 것은 오히려 정보기관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북한이 우리의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활개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천·반대 표시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소극적으로 개인의 견해에 따른 의사표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국정원은 주장했다.

앞서 <한겨레>는 31일자 신문을 통해 김씨가 오유에서 사용한 11개의 아이디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11개의 아이디로 모두 91건의 글을 작성했다. 이중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을 비판한 글 10건과 4대강 공사·제주해군기지 등 사회 쟁점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는 글 25건 등 게시글 대부분이 정치·사회·남북 분야를 다뤘다. 개인적인 취미나 흥미를 적은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MB는 진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스타일인 듯"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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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20일 아이디 '진******'로 김씨가 올린 글에는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적혀 있다. 이 글은 전날인 19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아이디 '토****'로 지난해 12월 5일 김씨가 올린 '남쪽 정부'라는 제목의 글은 "어제 (대선)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국가보안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중략)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고 적혀 있다. 이는 전날인 4일 대선후보 1차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부른 것에 대한 비판한 것이다.

김씨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칭송·옹호하는 글도 올렸다. 지난해 11월 5일에는 "얼마 전 영유아 무상보육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철회방침을 내렸다, 비록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이게 맞는 거다"라며 정부 정책을 두둔했다. 또 같은달 6일에는 "이번이 자그마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라며 "MB는 진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스타일인 듯"이라고 적었다.

찬반 표시했다는 경찰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김씨가 9월 4일부터 12월 11일까지 주요 대선 후보가 거론된 94개의 글에 100차례 '추천' 또는 '반대'를 달았다. 이 중 90개 글에 대한 96차례의 찬반 표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한겨레>는 김씨가 게시글을 작성한 시간대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20분 사이의 '업무 시간'"이라며 "첨예한 몇몇 정치·사회 쟁점에 대해 비슷한 취지의 글을 지속·반복적으로 올렸다는 점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대단히 의도적으로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직원, #불법 정치 개입, #오늘의 유머, #종북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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