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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동통신사 노예입니까? 요즘 '알뜰폰(MVNO)'과 '자급제폰'이 '노예 약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도 휴대폰을 살 수 있고, 이통사 보조금에 낚이지 않고도 선불, 후불, 유심요금제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는 시대라고 합니다. 과연 알뜰폰, 자급제폰 말처럼 잘 나가고 있는지 인턴 기자들과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과 체험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한 알뜰폰업체에서 편의점으로 통해 판매하고 있는 자급제 휴대폰. 제품 가격은 유심을 포함해 8만 원대에 불과하다.
 한 알뜰폰업체에서 편의점으로 통해 판매하고 있는 자급제 휴대폰. 제품 가격은 유심을 포함해 8만 원대에 불과하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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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폰이 뭐예요?"

'편의점에서 알뜰폰(자급제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1월 넷째 주말 동네와 회사 주변 편의점을 샅샅이 뒤졌지만 '휴대폰 파는 편의점'은 가물에 콩 나듯했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은 이렇게 되물을 정도였다. 다른 편의점들 사정도 비슷했다.

"그런거 공항에서나 파는 거 아닌가요?"
"찾는 사람이 없어서 안 갖다놔요."

휴대폰 파는 편의점, 가물에 콩 나듯

결국 한 편의점 고객센터에 물어 알뜰폰 파는 편의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이곳에서 파는 알뜰폰은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 한 종류였다. 단말기 가격은 8만4900원으로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 1/10 정도로 저렴했지만, 중고 스마트폰 가격과 큰 차이는 없었다.

편의점 직원은 "값이 저렴한 편이어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며 "유심 칩이 들어있어 바로 전화로 개통할 수 있어 40~50대들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급제폰'이란 통신사와 관계없이 개별 판매하는 단말기를 말한다. '블랙리스트' 또는 '공기계'라 불리며, 스스로 통신사 서비스를 선택해 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편의점에서 파는 휴대폰은 MVNO(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 사업자가 판매하는 이른바 '알뜰폰'이었다.

MVNO란 SKT·KT·LG U+ 같은 기존 3대 이동통신사에서 통신망을 빌려 재판매할 뿐 하는 일은 이통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급제폰'을 이용해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두 개념이 뒤섞여 쓰이고 있었다. 실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알뜰폰' 역시 대부분 제조사에서 '자급제폰'으로 출시된 것들이다.

세븐일레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판매한 '세컨드폰'의 경우 현재까지 4800대가 팔렸다. 이 휴대전화는 SK텔링크 선불요금제에 가입하거나 기존 유심 칩을 꽂아 쓸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가 실시됐지만 카메라나 컴퓨터 사듯 오프라인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구매하긴 쉽지 않았다. 가전 양판점인 하이마트 휴대전화 매장에서 자급제폰을 사고 싶다고 하자 직원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랙리스트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여기선 통신사에서 나온 단말기만 취급해요. 예전엔 찾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뜸하네요."

이번엔 MVNO 사업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홈플러스 휴대폰 매장을 찾았지만 이곳 사정도 비슷했다.

"우리 매장에선 모두 이동통신사 가입이랑 같이 묶어서 팔아요. 자급제폰으로 나온 갤럭시는 정말 옛날 버전인데, 요즘 그런 걸 누가 사요?"

이마트 관계자 역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기본 형식 이외에는 별도 판매 계획은 없다"며 "현재 MVNO 사업자와 협정을 체결한 후 준비 단계"라고 정확한 판매 예정일은 밝히지 않았다.

'휴대폰 파는 편의점' 확산... 아직 일부 매장 그쳐


알뜰폰을 판매하는 서울의 한 편의점
 알뜰폰을 판매하는 서울의 한 편의점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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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판매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아직 일부 매장에 그치고 있다. 세븐일레븐 '세컨드폰'의 경우 현재 전국 2500여 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지만, 이는 전체 점포 수의 40%에 불과하다.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파는 세븐일레븐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주에 따라 고가 제품을 관리하기 부담스럽다거나 판매 절차가 복잡할 것 같다는 이유로 발주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 모든 매장에서 세컨드폰을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9일부터 '리하트폰'이라는 자급제폰을 판매할 예정인 CU는 "29일부터 판매할 점포는 서울에만 400여 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 전체 점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다만 "일단 1차 신청만 그 정도고 3차에 걸쳐 계속 물량 발주가 들어갈 예정"이라며 "앞으로 판매 상황을 보고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GS25도 24일 현재 ▲ GS25본점 ▲ 강남동원점 ▲ 신림남부점 ▲ 남산제일점 ▲ 한남제일점 등 서울지역 5개 점포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1월 말부터 전국 3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물론 자급제폰은 옥션·G마켓 등 온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대리점 등 오프라인 구매에 익숙하다는 평이다. 알뜰폰 업계와 편의점 업계가 오프라인 판매처 확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은 소비자들에게 접근성도 좋아 이동통신사나 대리점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비교적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 편의점에서 파는 자급제폰들은 3만5000원에서 8만 원대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이 가운데는 스마트폰도 적지 않다. 

시선 곱지 않지만... '편의점 휴대전화'는 이제 시작

편의점 자급제폰 판매 목록
 편의점 자급제폰 판매 목록
ⓒ 차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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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자들이 자급제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화려한 스펙을 내세우는 최신 스마트폰들에 비해 기본 성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 갤럭시S3나 LG 옵티머스G·팬택 베가R3 등 최신폰의 경우 1.5GHz 쿼드코어 CPU에 800~1300만 화소 카메라·안드로이드 4.0 이상 최신 운영체제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자급제폰들은 CPU 속도가 1GHz 이하고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 초기 버전에, 카메라도 500만 화소 정도에 불과하다. 배터리 용량도 1500mAh로 요즘 스마트폰들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중고 스마트폰을 사다가 개통하는 게 더 낫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편의점 자급제 스마트폰 사양
 편의점 자급제 스마트폰 사양
ⓒ 차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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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스펙'만으로 자급제폰을 평가할 순 없다. 이 정도 스펙으로도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카카오톡·인터넷 서핑·동영상 감상 같은 기본 기능을 이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면 최신폰 부럽지 않다. 단말기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통사 '노예 약정'에 묶일 필요도 없고 비싼 요금제나 부가 서비스를 일부러 이용할 필요도 없다.

알뜰폰이나 자급제폰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려고 도입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자급제폰이 출시되지 않았고 시중에서 일부러 구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자급제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자급제폰이 쏟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편의점 휴대전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차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자급제폰,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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