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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9.0의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됐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잡은 어류에서 허용 기준치의 254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 세슘(Cs)이 검출됐다는 도쿄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 도쿄전력 측은 제1원전 전용 항만시설에서 잡은 어류이기 때문에 오염 농도가 짙었다고 밝혔지만 원전사고 이후 최대치가 검출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커 보인다. 우리의 먹거리와 건강을 위협하는 세슘, 어떤 특징이 있을까?

방사성 물질 '세슘(Cs)' 위험하기만 할까?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 사고 이후 세슘이란 단어를 뉴스나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들을 수 있다. 세슘은 1860년 처음 발견된 물질이다. 독일의 과학자 분젠(Robert Bunsen)과 키르히호프(Gustav Robert Kirchhoff)가 44t의 광천수 불꽃 스펙트럼에서 세슘을 발견하고, 7.3g의 염화세슘(CsCl)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세슘에는 40종의 동위원소가 있는데 대부분 자연에서 붕괴한다. 세슘-133의 경우 동위원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방사선을 거의 내지 않는다.

세슘-133으로 표준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세슘-133으로 표준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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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 원자는 고유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30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를 낼 정도로 정확한 정밀도를 자랑하는 세슘 원자시계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표준과학원이 1980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표준시간을 제공 중이다. 석유·천연가스를 비롯해 시추·광전지·광전자 증배관·비디오 카메라 등 여러 광학 장치 부품을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왔던 위험물질, '세슘-137'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세슘-137(Cs-137)이다. 세슘의 위험성은 주로 핵분열 생성물인 세슘-137에 의한 방사능 위험이다. 후쿠시마에서 검출된 세슘도 바로 이것으로, 세슘-137은 감마선을 내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동위원소는 방사선 치료 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핵무기 실험에서 생기는 방사능 오염 물질 중 가장 위험성이 큰 것이다. 다른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슘-137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위험성이 커진다. 노출된 정도가 크면 화상을 입고 사망할 수도 있다.

세슘-137(왼쪽)과 스트론튬-90(오른쪽)
 세슘-137(왼쪽)과 스트론튬-90(오른쪽)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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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헐크'는 인간이 감마선에 노출당해서 탄생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만화와 영화 속 이야기이고 현실에서 감마선에 피폭돼 헐크로 변신할 일은 없다. 단지 감마선 등 방사선에 노출되면 세포가 파괴되고 우리의 DNA 사슬이 끊어져 암 등을 유발하고 정도가 심각하면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캔사스 대학의 과학자들은 4억4500만 년 전 고생대 우주에서 발생한 감마선 폭풍으로 당시 지구의 생물이 대멸종을 맞이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근처에서 발생한 단 10초간의 감마선 폭발로 지구의 오존층이 최대 절반 가량 고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에서 증명된 '세슘-137'의 위험

세슘-137의 위험성을 잘 알려주는 사건이 브라질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 1987년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폐쇄된 병원건물에 잠입한 두 청년이 방치된 의료기기를 발견하고 뜯어서 집으로 가져갔다. 의료기기에서 나온 푸른빛을 내는 캡슐을 신기하게 여겨 이것을 분해하고, 고물상에 팔기까지 했다.

이것을 구매한 고물상 주인은 얼마 후 방사능 피폭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르고 열대성 전염병으로 오진했다 뒤늦게 원인이 밝혀져 브라질 정부산하 원자력위원회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8개 지부의 25가구가 오염됐고, 250여 명이 방사능 피폭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절반가량이 체내 방사능 오염을 당했으나 대다수는 경미한 수준이었고 약 20명의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공항 방사능 테러 훈련에 참가한 원자력의학원 및 수도군단 화학대 요원들이 어깨에 개인 선량계(방사선의 선량을 측정하는 기계)를 착용했다.
 공항 방사능 테러 훈련에 참가한 원자력의학원 및 수도군단 화학대 요원들이 어깨에 개인 선량계(방사선의 선량을 측정하는 기계)를 착용했다.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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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는 네 명 뿐이었다. 최초에 캡슐을 분해한 두 명 중 한 명은 한쪽 팔을 절단해야 했다. 해당지역에서는 건물 페인트까지 모두 벗겨내는 등 철저한 오염물질 수거가 이뤄졌고, 수거된 물질은 방사능 폐기물로 처리됐다. 브라질 고이아니아 시의 외각에 매립된 이 폐기물은 앞으로 300년 간 보관돼야 한다.

방사능 물질 세슘 '제대로 알자'

세슘-137은 수분·밀도·수평·두께 등을 측정하는 다양한 장치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세슘-137로 만든 염화세슘이 든 의료기기는 말기 암환자 치료에 이용됐으나 지금은 위험성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스팔트 밀도 측정기기 등 일부 부야에서 세슘-137이 쓰이고 있다.

석유를 시추할 때 윤활제로도 널리 쓰이는 화합물이다 보니 석유를 원료로 하는 아스팔트 합성과정이나 도로에 아스팔트를 갈 때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우리나라 일부지역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은 이런 이유로 보인다고 판단한다. 원전사고와 달리 아스팔트 등에서 나오는 세슘은 인체에 유해한 수준으로 검출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세슘-137에 오염된 식품이나 물 등이 인체에 들어왔을 땐 악영향을 끼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방사성 세슘은 물리적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약 30년으로 매우 길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109일, 유효반감기는 108일로 체내에 유입된 지 약 108일 정도면 신진대사 과정을 통해 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일부는 체외로 배출 된다고 한다.

세슘이 체내에 들어오면 장내에 흡수돼 주로 인체의 근육에 분포하게 되는데 만약 과량을 섭취한 경우에는 프러시안블루 1g을 물과 함께 일정기간 복용하면 장내 흡수를 막아 체외로 배출 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경우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단이 필수이다.

인천항에 설치된 방사선 감시기
 인천항에 설치된 방사선 감시기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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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일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사선 안전관리 범위를 확대하고 생활 속 천연방사성물질을 관리하기 위해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시행되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원료물질, 공정 부산물 취급자에 대한 등록 제도를 도입해 천연방사성물질의 국내 유통현황을 관리하고 사업자가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관련 종사자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특히 공항이나 항만, 재활용 고철 취급 시설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해 확인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수입화물이나 고철 등에 섞여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세슘, #날씨, #방사능, #표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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