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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서가 말하는 사서>의 표지.
 책 <사서가 말하는 사서>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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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도서관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흔히 생각하기에, 도서의 대여와 반납 과정을 담당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사서가 하는 일의 전부일까.

만약 아니라면, 그 외에 사서들이 하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그들의 주된 일상일까. 그들은 수많은 책의 위치를 어떻게 일일이 다 알고 있는 걸까. 책을 좋아하면 누구나 사서가 될 수 있는 걸까.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은 사람, 혹은 사서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올려봤을 법한 질문들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오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궁금하게 생각했을 만한 주제다. 과연 사서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그런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만한 책이 있다.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지난해 12월에 출간된 <사서가 말하는 사서>를 소개하려고 한다.

사서에게 묻는다... 과연 사서란 무엇인가

<사서가 말하는 사서>는 서울도서관 관장이자 도서관문화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훈 사서의 글로 시작된다. 책의 서두에서 그는 '사서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도서관 사서 인생 30년. 나를 사서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판에 박힌 듯 '책을 참 좋아하시는가 봐요' 한다. 사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서가 되었다. 하지만 사서로서의 지난 30년 삶을 돌아보면 사서란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 돕기를 즐겨하는 사람'이 더 맞는 답일 듯하다. 다시 말해 사서는 스스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나 사회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지식과 지혜를 딱 맞게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그래서 그들에게 해결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기쁨을 주는 정보 전문가다."(본문 중에서)

이어 그는 사서의 일터인 도서관에 대한 설명도 덧붙이면서 "좋은 사서가 좋은 도서관을 만든다"고 사서의 중요성을 말한다. 또 그는 '좋은 사서'의 의미로 '책이 아니라 이용자들과 더 친한 사서'라고 정의하고 있다. 앞서 인용한 그의 글처럼 사서는 '정보와 지식을 이용자들에게 더 쉽게 제공하는 정보 전문가'이기에, 책과 친해야 함은 물론이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과도 더욱 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서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로 함축된 그의 말은, 사서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과 그 존재의 의미를 한마디에 훌륭하게 담아낸 표현이라고도 하겠다.

21명의 사서들이 말하는 보람과 애환

"대출과 반납을 주로 하는 데스크는 사서가 일할 수 있는 수 많은 영역 중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대출과 반납을 주로 하는 데스크는 사서가 일할 수 있는 수 많은 영역 중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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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사서>는 이용훈 사서 외에도 20명의 사서들이 직접 쓴 글을 통해서 사서라는 직업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각각 공공도서관과 특수도서관으로 나뉘는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 종류는 국립도서관·어린이도서관·의학도서관·기업도서관·디지털도서관·대학도서관·국가정보도서관 등 각각 천차만별이다.

또한 그들이 하는 일들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역 도서관에서 작가나 시인을 초대해 '독자와의 만남'을 조성하는가 하면, 방송국의 기록보관실에서는 방송에 쓰일 각 분야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제작진에게 제공해야 한다.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작은 공연 등의 이벤트를 준비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 하고, 국보에 가까운 문헌을 관리하기 위해 도서관 해당 지역의 온도와 습도까지도 특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대출과 반납을 주로 하는 데스크는 사서가 일할 수 있는 수많은 영역 중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본문 중에서)

물론, 많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사서의 이미지가 실제의 모습일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이 일하는 도서관의 종류에 따라서 사서의 일도 매우 다양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사서는 국가기록원 등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기도 하며, 작은 행사로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을 때의 보람도 이야기한다. 수많은 도서를 소수의 인원이 관리해야 하는 애환도 털어놓는다. 특히 중고생 봉사활동 학생을 '목장갑을 낀 천사'로 표현하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사서는 정보의 수문장... '적극적인 사서가 돼야'

본문에서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정보는 사서에게'라고 적힌 말처럼, 사서는 도서관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정보를 보다 더욱 빠르고 쉽게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도서관에서 그들이 전하는 일화들은 우리가 모르던 세계이기에 흥미로우면서도, 때로 실수담을 이야기할 때에는 인간적이기도 하다. 그렇다. 단순히 자료 검색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서도 우리처럼 사람이기에.

바야흐로 이제는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환되고 있는 시대다. 도서와 자료의 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사서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서가 말하는 사서>는 정보의 수문장으로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는 사서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듯이 내일도 그럴 것이다."(본문 중에서)

<사서가 말하는 사서> 속 21인은 '사서로서 필요한 능력'으로 '책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을 꼽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배워야 지식의 전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러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사서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서가 되기를 꿈꾸는 사람, 혹은 사서의 세계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에게 <사서가 말하는 사서>를 권하고 싶다. 꿈과 호기심을 가진 당신이 이 책을 통해서 더욱 넓은 지식의 세계로 이끌려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덧붙이는 글 | <사서가 말하는 사서>(이용훈 외 20인 씀 | 부키 | 2012.12. | 1만3000원)



사서가 말하는 사서 - 21명의 사서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서의 세계

이용훈 외 지음, 부키(2012)


태그:#사서가 말하는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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