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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씨가 수감생활 중 딸에게 쓴 편지를 읽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용산참사' 당시 구속돼 지난 10월에 가석방된 철거민이다.
 김재호씨가 수감생활 중 딸에게 쓴 편지를 읽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용산참사' 당시 구속돼 지난 10월에 가석방된 철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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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혜연이가 말을 다 못하고 갔다 해도 얼굴 보여주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돼. 얼마나 네가 보고 싶었으면 잠깐만 널 봐도 기분이 좋았겠니…."

김재호(57)씨가 수감생활 중 딸에게 쓴 편지를 읽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용산참사' 때 구속돼 지난 10월 가석방된 철거민이다. 16일 오후 7시, '용산참사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아래 추모위)'가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추모 콘서트 '꽃피는 용산'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는 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을 비롯해 연대투쟁 중인 시민단체 활동가, 명진 스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이 찾았다.

김씨는 수감생활 3년 9개월 동안 딸에게 보낸 만화편지를 묶어, 추모 콘서트와 이름이 같은 책 <꽃피는 용산>을 출간하기도 했다. 공연은 김씨의 책 출간 기념을 겸했다. 공연장 밖에서는 당시의 사진을 전시한 '용산참사 사진전'과 <꽃피는 용산>, 용산참사를 다룬 만화 <내가 살던 용산>의 판매가 이뤄졌다.

추모 콘서트에 앞서 명진 스님은 "(철거민들처럼) 어려움을 견뎌나가는 분들이 우리를 치유한다"며 "많은 분들이 책을 읽으며 힘들더라도 뚜벅뚜벅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죽었다. 김재호씨처럼 선량한 사람에게 '테러리스트'라니,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우리의 억울함이 책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너무 울어서 유가족들은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다"

'용산추모영상' 상영이 끝난 후, 눈시울이 붉어진 김미화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 울어서 유가족들은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다"며 "그들이 눈물을 멈추려면 시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추모영상' 상영이 끝난 후, 눈시울이 붉어진 김미화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 울어서 유가족들은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다"며 "그들이 눈물을 멈추려면 시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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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 콘서트 진행은 방송인 김미화가 맡았다. 그는 "김재호씨의 딸 혜연이는 아빠를 안아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며 "지금 철거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과 사랑이다"고 말했다. 공연은 인디밴드 허클베리핀의 무대로 시작됐다. 밴드멤버 이소영(보컬)씨는 "용산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철거민들에게 도움을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을 제작했던 연분홍치마의 '용산추모영상'이 6분여 동안 상영됐다. 영상은 남일당 터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켜 보여줬다. 용산참사 당시 사망자들의 발언이 자막으로 흐르자, 유영숙씨 등 유가족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무대에 오른 김미화씨도 한참을 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너무 울어서 유가족들은 눈물이 말라버린 줄 알았다"며 "그들이 눈물을 멈추려면, 시민의 도움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관객석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힘내라"는 외침도 나왔다.

"아직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 새 대통령이 사면을..."

16일 오후 7시, '용산참사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추모 콘서트 '꽃피는 용산'을 열었다.
 16일 오후 7시, '용산참사4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추모 콘서트 '꽃피는 용산'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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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책 <꽃피는 용산>의 소개를 위해 김재호씨와 박래군 용산참사대책위 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박 집행위원장은 "영상에서 보았듯이 남일당 터는 4년 동안 폐허로 남아있다. 왜 재개발을 성급하게 추진했느냐"며 "차라리 그 시간에 세입자들과 타협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김미화씨가 '딸에게 만화편지를 쓰게 된 이유'를 묻자, 김재호씨는 "처음에는 글편지만 썼다.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지루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아이가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기 바랐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처음에는 책 쓸 생각이 없었다"며 "용산이 좋은 결말로 피어나길 바라서 <꽃피는 용산>이라고 책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김재호씨는 여전히 수감생활 중인 6명의 철거민들도 걱정했다. 그는 "아직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새 대통령이 사면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용산참사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꼽았다. 책 소개를 마무리하며 박 위원장은 "또 다른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며 시민의 연대를 부탁했다.

추모 콘서트의 마지막은 그룹 옐로우몬스터즈의 무대였다. 멤버 이용원(보컬·기타)씨는 "우리가 신나는 노래를 하는데 분위기에 어울릴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다들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의 참여만이 용산참사를 해결할 수 있다"

추모 콘서트가 끝난 후, 김재호씨가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추모 콘서트가 끝난 후, 김재호씨가 책에 서명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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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꽃피는 용산>을 사려고 공연장 밖에서 줄을 섰다. 김재호씨는 책마다 서명을 빠짐없이 해줬다. 관객들은 김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그를 격려했다. 그 장면을 본 유가족들은 "이제 인기 작가님이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직장인 장보근(47)씨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자녀와 함께 참석했다. 그는 "내 아이들이 평등한 사회를 고민하기를 바라서 찾았다"며 "정치권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시민의 참여만이 용산참사를 해결할 수 있다. 어쩌면 근본적인 책임은 우리들의 무관심에 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벌써 4년이 됐다. 책을 쓴 아빠와 딸, 가족의 관계가 너무 애틋하다"며 "철거민을 비롯하여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위는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 추모주간(14~20일)'동안 계속해서 행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19일 오후 2시에는 남일당 터를 시작으로 서울역까지 행진하는 '용산참사 4주기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박현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대학생 인턴 기자입니다.



태그:#용산참사 4주기, #<꽃피는 용산>, #추모 콘서트,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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