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산누출 사고가 난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리산업단지안에 있는 웅진폴리실리콘 공장모습
 연산누출 사고가 난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리산업단지안에 있는 웅진폴리실리콘 공장모습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염산누출사고가 난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직원들이 중화작업을 하고 있다.
 염산누출사고가 난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직원들이 중화작업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12일 염산누출사고가 난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 청리산업단지내에 있는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은 사고수습이 완료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소방당국은 공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고사실을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몰랐던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사고 있다.

상주소방서에 따르면 119통합관제센터로 제보전화가 걸려온 것은 12일 오전 11시 1분이었다. 경찰이 주민의 제보를 받고 신고했다는 것이다. 상주소방서는 119로부터 사고가 접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곧장 출동했지만 현장까지는 약 15분이 걸렸다.

처음 가스누출사고를 목격한 마공리 주민 김대호씨가 청리면사무소와 상주시청, 소방서, 경찰서 등에 신고한 시간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경이었다. 김씨는 "축사에서 소 먹이를 주려고 하다보니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여 신고했다"며 "매캐한 냄새가 나서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마을보다 가까운 소방파출소는 사고소식 전혀 몰라

하지만 공장에서 마을의 축사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상주소방서 청리지역대는 사고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청리119지역대는 사고현장에서 직선거리로 200여 미터 밖에 떨어져있지 않았지만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염산가스가 누출되고 연기가 마을에까지 날아와 독한 냄새가 나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상주소방서 관계자는 "청리지역대에 3명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며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15분 사이에 교대를 했는데 장비를 점검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있어 사고가 난 줄 몰랐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 직원들이 사무실에만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치솟거나 냄새가 나더라도 몰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리119지역대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한 모든 취재는 상주소방서에서 한다"며 사고당시의 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바람이 불어오면서 염산가스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옮겨다녔고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냄새를 맡고 있었는데 소방서에서 몰랐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마공리 주민 김형식(60)씨는 "집에서 나와보니 냄새가 많이 났다"며 "왜 소방서에서 늦게 출동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네 주민들 중 일부는 뉴스를 보고 아들이나 사위가 대피시켰고 이장이 몇 차례 방송을 통해 나오지 말라고 해서 집 안에만 있었던 주민들도 상당수 된다"고 했다.

염산누출사고가 난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리공단 웅진폴리실리콘 공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00미터 이내에 위치한 청리119지역대. 3명의 교대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신고가 있을때까지도 누출사고를 감지하지 못했다.
 염산누출사고가 난 경북 상주시 청리면 청리공단 웅진폴리실리콘 공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00미터 이내에 위치한 청리119지역대. 3명의 교대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신고가 있을때까지도 누출사고를 감지하지 못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에 있는 청리119지역대에서 염산누출사고가 일어난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이 보인다.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에 있는 청리119지역대에서 염산누출사고가 일어난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이 보인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계자들도 안전에 대해 무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소식을 듣고 출동해 현장을 지휘한 소방관계자는 "공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염산가스가 인체에 유해하거나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며 "마스크를 벗어보니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려 200톤이나 되는 염산가스가 누출됐지만 공장 직원의 말만 믿고 마스크를 벗고 위험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위기대응에 미숙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공장에는 구미에서 지난 9월 사고가 났던 불화수소산(불산)을 비롯해 질산, 황산, 삼염화실란(TCS)가스, SCT가스,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 등 8종류 유독물질이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의 안이한 위기관리, 주민들에게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그나마 염산가스가 누출돼 큰 피해를 입지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위기대응에 대해서는 질타했다. 사고가 난 이후에도 주민들의 신고가 없었다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이다.

더욱이 사고가 나고 주민들이 신고를 한 후에도 주민대피령을 내리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마공리 김학준 이장은 "상주시청과 청리면사무소 직원들이 사고신고를 받고 공장에 왔지만 주민들에게 대피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학준 이장이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유사시를 대비해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대기하라"는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염산가스의 안전성 여부가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것은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염산누출 사고가 난 상주시 청리면 웅진폴리실리콘 공장 앞으로 소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 하천을 통해 염산이 누출됐다.
 염산누출 사고가 난 상주시 청리면 웅진폴리실리콘 공장 앞으로 소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 하천을 통해 염산이 누출됐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15일 대구환경청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일 누출된 염산을 공장 내 폐수처리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력이 단전으로 중단돼 인근 소하천과 낙동강 지류인 병성천으로 흘러들어갔다. 이에 따라 소석회 등으로 중화처리에 나섰지만 수질은 이날 오후부터 13일 오후까지 Ph가 1에서 2.4까지 급격히 악화됐다. 평소 소하천의 Ph농도는 중성에 가까운 6~7이다.

대구환경청은 그러나 지난 14일까지 경북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사고지점에서 반경 800미터 내에 있는 대기를 측정한 결과 염화수소가 불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병성천 지류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Ph가 6.1~6.4로 검출되어 사고당일 소량 누출로 인한 영향은 수습단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공리 김학준(57) 이장은 "호흡 곤란과 목이 따갑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주민들의 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질오염과 가축들의 상태 등 역학조사를 상주시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염산 누출, #웅진폴리실리콘, #상주소방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