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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유통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홈페이지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조직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는 소속 직원 전원은 물론 파견 등 협력 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노조 가입 여부를 감시했다. 사진은 이마트가 사용한 감시 방법을 재연해 본 것이다.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에 직원들의 이메일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조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유통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홈페이지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조직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는 소속 직원 전원은 물론 파견 등 협력 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노조 가입 여부를 감시했다. 사진은 이마트가 사용한 감시 방법을 재연해 본 것이다.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에 직원들의 이메일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조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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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1위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홈페이지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조직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시 방법은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에 직원들의 이메일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조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직원들 모르게 회사의 인사 및 지원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마트는 소속 직원 전원은 물론 파견 등 협력 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도 노조 가입 여부를 감시했다. 조회 결과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나온 직원은 다른 이유를 들어 사실상 해고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마트 내부 자료와 관계자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개인정보를 사용한 이같은 행위는 사찰에 준하는 불법행위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조합 및 정당에의 가입·탈퇴 여부는 민감정보로서 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의 자기정보통제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밝혔다.

채용시스템 통해 확보한 메일 이용해 2단계로 진행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에서 2011년 5월 25일과 2011년 6월 17일 보낸 이메일. 여기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홈페이지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상세히 나와있다. 첨부파일에는 직원들의 상세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에서 2011년 5월 25일과 2011년 6월 17일 보낸 이메일. 여기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홈페이지의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상세히 나와있다. 첨부파일에는 직원들의 상세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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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비밀번호 찾기' 서비스는 홈페이지 회원 가입자 본인이 자신의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를 잊었을 경우 다른 정보를 입력해 조회하는 서비스다. 민주노총 홈페이지는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가입자 중 일치하는 정보가 없을 경우 해당사항이 없다는 안내문이 나오고, 일치하는 정보가 있을 경우 다음 경로를 밟게 되어 있다. 한국노총 홈페이지는 주민번호를 통해 이 과정이 이루어진다. 정확한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노조 가입 여부 조회가 목적이었던 이마트는 이 과정을 악용했다.

노조 가입 조회 작업은 치밀하고 집요하게 진행했다.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고아무개 과장이 2011년 5월 25일 상급자인 윤아무개 파트장을 비롯한 업무관계자 14명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우선 이마트 사내 채용 시스템에 입력되어 있는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 노조 가입 여부를 조회했다. 이마트는 직원 채용 후 @emart.com으로 끝나는 사내 메일 주소를 부여하는데, 채용 시스템에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가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이메일로 검색했을 때 조회되지 않으면 2단계로 넘어갔다. 1단계에서 사용한 이메일 아이디에 뒷부분 이메일 서비스 주소명을 바꿔서 검색했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의 이메일 주소가 12345@nate.com이었다면, 2단계에서는 12345@naver.com으로 검색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2단계 이메일 서비스 주소명을 @naver.com, @daum.net, @hanmail.net 세가지로 정해 조회했다.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최아무개 과장은 2011년 6월 17일 상급자 및 업무관계자 23명에게 이 방법을 알려주는 이메일을 보내며 "점포 내 사원들에 대한 마지막 점검 차원에서 점검하라, 한국노총 부분도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단, 상기 내용은 절대 사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시고, 지원팀장 및 인사파트장만 공유하시고 보안 유지 바랍니다. 권역 담당자분은 확인하시고 자점 전파하세요."

2011년 10월 27일 인사담당기업문화팀 관계자가 작성한 이메일을 보면 불법적인 노조 가입 감시가 실제로 실시됐으며, 정규 직원 뿐 아니라 협력 업체 직원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10월 27일 인사담당기업문화팀 관계자가 작성한 이메일을 보면 불법적인 노조 가입 감시가 실제로 실시됐으며, 정규 직원 뿐 아니라 협력 업체 직원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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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침이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됐다는 것도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추아무개 주임은 2011년 10월 27일 보낸 보고 이메일에서 "호남제주권 1252명에 대한 이메일 확인 및 NJ(민노, 서비스, 한노) 사이트 가입여부 100% 확인했다"면서 "확인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또한, 권역 중 외부 NJ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순천, 여수, 전주)의 점포를 대상으로, 협력사원에 대한 가입여부도 2차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NJ'는 '노조'를 지칭하는 이마트 내부 용어다. 추 주임의 메일을 통해 불법적인 노조 가입 감시가 내부 직원 뿐 아니라 협력 업체 직원에 대해서까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행위는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다. 법률 상 원청 업체는 하도급 직원에게 업무지시나 인사관리를 할 수 없다.

협력사 사원 노조 가입 확인되자 사실상 해고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나온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2011년 5월 27일 이마트 여주센터에서 근무중인 진아무개(51)씨가 이 조회를 통해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나왔다. 협력업체 직원으로 열흘 전인 16일 입사한 수습사원이었다. 5월 30일 이마트 아웃소싱팀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보면 '향후 진행안'으로 이렇게 나와 있다.

① ◯◯◯◯(협력사 이름)에서 금주 중으로 순환배치 명목으로, 여주센터 내 사원들에 대해 부서 조정을 진행할 예정임.
- 이때 해당 사원의 경우, 물량이 많고 다소 힘든 점포로 배치하여 1차적으로 자연스런 퇴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함.
- 또한 원주지역 출퇴근자 및 최근 입사자들과 분리 배치함.

② 또한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평가점수↓/오배송 발생 등)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방법과 함께 원주지역에 적당한 회사를 선정, 해당 회사에 입사를 유도하는 방법을 이용해 퇴사를 유도할 예정임.

하루 뒤인 5월 31일 작성된 내부 문서 '여주센터 노조 가입자 처리방안'에는 담당자별로 상세한 역할 분담까지 나와있다. 윤아무개 부장은 "주변인물 인적/경력 조회"를, 김아무개 부장은 "주변 근무자 및 NJ 사원 집중 면담"과 "퇴직 유도 : 적법성 관련 사유 근기 수집"을, 엄아무개 팀장은 "취약부문 집중관리 : 휴무일/휴게시간/퇴근 후/회식/셔틀 등 사원 동향 정보 수집"을 맡는 식이었다.

결국 진씨는 입사 3주만에 퇴사 서류에 사인을 한다.

진씨 "우리같이 억울한 사람 없어야 한다"

2011년 5월 30일 이마트 아웃소싱팀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보면 불법적인 감시 결과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가 상세히 나와있다. <오마이뉴스> 확인 취재 결과 이 문건에서 언급된 직원은 3주만에 퇴사 서류에 싸인했다.
 2011년 5월 30일 이마트 아웃소싱팀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보면 불법적인 감시 결과 노조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가 상세히 나와있다. <오마이뉴스> 확인 취재 결과 이 문건에서 언급된 직원은 3주만에 퇴사 서류에 싸인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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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원주에서 기자와 만난 진씨는 "과거에 노조에 가입했었다는 이유로 입사 3주만에 세달치 월급을 받고 잘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 측이 불법적인 조회를 통해 자신의 노조 가입 여부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1년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회사측과의 면담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했었냐'는 물음에 이전 직장에서 그랬다고 자신이 대답해서 회사 측이 알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이마트 본사에서 김아무개 부장이 찾아와 면담을 했다. 내부 문서에서 '집중 면담'과 '퇴직 유도' 역할을 맡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면담에서 은근히 압력을 넣더라구요. 일 자체가 힘들텐데, 작업장이 30도 넘게 올라가는게, 어떻게 근무할 수 있겠냐, 나이도 있고… 이런 말들을 하면서요. 그때 딱 느꼈어요. 아, 나를 자르려고 하는구나. 5분 후에 봉투를 내밀더라구요. 129만 원 정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한달 월급이죠. 그러면서 그만둬야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내민 서류에 사인을 했습니다. 퇴사 서류였죠."

진씨에 따르면 퇴사 후에도 김 부장이 수시로 찾아왔다. 김 부장은 점심을 사주면서 일자리도 알아봐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 후 한달치 월급이 나왔고, 다시 얼마 후 한달치 월급이 또 나왔다. 총 세달치 월급을 받은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 김 부장은 찾아오지 않았고, 다른 일자리 주선도 없었다고 한다.

진씨가 밝힌 이마트 퇴사 과정은 이마트 내부 문건과 거의 일치했다. 진씨는 "직접 사인을 했기 때문에 강압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율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 같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이것도 직원 개인 행동... 회사 지침은 아니다"

이마트는 이 사안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15일 오전 보도한 '노조 위험인물 주변 감시' 내부 자료와 같이 직원 개인의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원 개인이) 자기가 해보니까 이런 것도 있더라는 것이고, 회사 지침으로 그런 것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집행 후 보고한 메일에 대해서도 "그걸 받은 사람 중에 일부가 그걸 해보니까 이런 게 나왔다고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형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법, 주민등록법, 노동법 위반 혐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마트의 행위는 명백한 범법행위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인사담당자가 사원인 것처럼 가장하여 노동조합 사이트의 회원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는 사이트 관리자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형법 제324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를 구성하고, 정보통신망법 제48조와 제72조를 위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적용되며,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조회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노총 사례는 주민등록법 제37조 위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권 변호사는 "이 사안은 노동조합 사이트에 본인을 가장한 사찰행위"라며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한 감시활동으로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노동법 제81조와 제90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라고 밝혔다.


태그:#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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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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