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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박근혜씨가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내년 2월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된다. 과연 그의 구호, '국민행복시대'는 열릴 것인가?

올바른 경제예측에 근거한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물론 중장기의 구조정책은 1년 단위의 경제전망과 거의 무관하게 구상할 수 있지만 1년 단위의 재정이나 고용, 환율과 이자율과 같은 거시변수는 직접 영향을 받는다. 과연 우리 정부의 예측 능력은 어떠할까?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경제전망. 정부는 지난 9월 2013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예측했으나 3개월 후 3.0%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경제전망. 정부는 지난 9월 2013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예측했으나 3개월 후 3.0%로 하향 조정했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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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12년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지 돌아보자. 표1에서 왼쪽은 정부가 지난 2011년 12월 12일에 발표한 전망치이고 오른쪽은 지난 12월 27일에 발표한 전망치이다. 물론 후자는 3분기까지의 실적에 근거한 것이니까 훨씬 더 현실에 가깝다. 놀랍게도 1.6%p나 차이가 난다. 이건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난해 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비교적 낙관적 가정' 하에서도 우리나라 경제성장율은 2% 중반쯤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힌 바 있다.

새사연은 이 보고서에서 GDP의 모든 구성 항목이 전망치보다 낮은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었다. 예상대로 2012년의 실적치는 모든 항목에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심지어 수출입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다만 수입의 감소폭이 더 커서 경상수지가 4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낸 것만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렸다. 또 하나의 항목인 고용이 예상보다 증가했는데 이는 자영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로 설명된다.

빗나간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 정부, 올해 3%로 예측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2013년 성장률 예측도 엉터리일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정부는 지난 9월,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경제성장률을 4.0%로 예측했다. 그리고 3개월 남짓 지난 지난 12월 27일 정부는 금년 성장률을 3.0%로, 무려 1%p나 하향 조정했다. 차기 정부에는 조금 더 객관적인 수치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우리는 가계부채와 같은 폭탄이 터지지 않고 그럭저럭 지나가는 경우라 해도 이 수치 역시 0.5%p 정도 과장됐다고 믿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 들고, 국내에서는 1000조 원 규모의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데도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항목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다행히 이번에 참고할 세 기관의 예측은 엇비슷하다. 다만 한국은행(한은)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경우 10월 전망치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민간소비다. 세 기관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2.5%에서 3.0%로 예측했다. 지난해의 1.8%에 비하면 꽤 많은 소비 증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의 감소'와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길 빼면, 그 근거는 실질구매력(=실질임금×취업자수)의 증가에 있고 특히 취업자수가 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의 저성장에도 고용은 45만 명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은 자영업 및 연관 고용의 증가이며 나머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다. 말하자면 소비 여력이 풍부한 노동자들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자영업이 금년에도 계속 같은 비율로 증가하리라고 가정하는 건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옥죄는 강력한 올가미다. 지난해의 상당한 고용 증가에도 소비가 미미하게 증가(1.8%)한 것도 가계부채 때문일 것이다. 금년에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규모로 원리금 상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전체 부채의 약 20%)을 감안하면 금년의 소비증가는 지난해의 증가율보다도 낮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새사연은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비의 증가율이 세 기관의 예측에 비해 0.5~1%p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GDP 증가율은 이 항목과 관련해서 약 0.25~0.5%p 정도 줄어들 것이다.

취업자수 증가로 민간소비 증가?... 세계경제 침체로 설비투자 증가도 어려워

두 번째로 설비투자이다. 지난해에 마이너스 증가율(-1.4%)을 보인 설비투자에 관해서 세 기관은 3.5~5%의 증가를 예상했다. 그 근거에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 움직임을 보이면서"(한국은행), "수출이 개선될 경우"(기획재정부)와 같이 불확실성이 잔뜩 깔려 있다. 마찬가지로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도 "국내기업은 주요국의 실질지표가 호전되고 수출수요가 증가한 것을 확인한 이후에야 적극적인 생산설비 확장에 나설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즉 이들 모두 세계경제의 호전과 수출 증가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이 파국을 피하고 미국은 '재정절벽'의 문제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더라고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즉 세계경제가 호전되어 수출이 증가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세 기관도 과거와 달리 상당히 보수적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실의 지표는 이런 증가율마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5%선에서 머물고 있고 기업에게 설비투자 의향을 물은 BSI지수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설비투자 증가율 3.5~5%에도 상당한 희망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 대한 환영 선물, 또는 공포로 현금 여력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수치는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세 번째로 건설투자는 세 기관의 예측이 가장 많이 어긋났다. 예정처는 0.2%, 정부는 2%, 그리고 한은은 2.9%의 증가를 전망했다.

세 기관 모두 주택 건설이 금년에도 부진할 것이라는 점에 관해서는 일치한다. 기획재정부는 여기에서도 "주택시장 여건이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투자도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미련을 못 버렸지만, 미분양 주택의 적체가 계속되고 건설업체의 부채비율이나 수익성으로 봐도, 또 건설 BSI 등 지표를 봐도 주택건설이 활발하게 일어날 근거는 찾기 어렵다. 특히 예정처는 가계부채 대책이 주택 수요도 제약할 것이고 그동안 활발했던 지방의 주택건설도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 SOC 예산을 4년 만에 증가(3.4%)시켰으므로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 등에서 토목건설이 증가하고, 그리고 행정도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건물 신축 등 비주거용 건축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외에도 건설 부문은 정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2%까지 증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수치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만드는 법

제18대 대통령선거 날인 2012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투표하기 위해 이동하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날인 2012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투표하기 위해 이동하며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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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수출은 세 기관이 4.3~7.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경상수지는 220~300억 달러의 흑자를 예상했다. 근거는 모두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이다. 유럽이 한 고비를 넘겼고 일본까지 가세해서 통화를 증발하는 양적완화에 들어갔기 때문에 교역량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내수진작에 의해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도 한국의 수출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수출은 일반기계와 반도체가 이끌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출은 금년처럼 마이너스의 머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환율이다. 과연 원화는 어느 정도나 절상될 것인가? 정부와 한은은 저금리로 대응하겠지만 토빈세와 같은 과속방지턱 없이 흘러드는 돈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만일 원화가 빠른 속도로 절상된다면 수출 역시 정부의 예측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수출침체에도 설비투자의 감소에 따라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일 가능성이 큰데 그 규모는 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좌우할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금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은 2.5%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경제가 그럭저럭 또 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2.5% 성장 속에서도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을까?

현재의 정책기조 하에서는 어렵다.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물론 방법은 있다. 우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의 문제부터 수습하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볼 때 소득을 증가시키면 가계부채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대단히 안이한 생각이다.

오히려 은행에 여력이 있을 때 빠른 속도로 가계부채의 부담을 분담하게 해서 서민층의 소비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서민층에 대한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현재 1%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중산층의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사교육비, 의료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국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을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성장으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 방법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태인 기자는 새사연 원장입니다.



태그:#국내 경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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