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ACF 쇼케이스 2013'의 개막작인 이란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의 <정원사>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ACF 쇼케이스 2013'의 개막작인 이란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의 <정원사> ⓒ 부산국제영화제


새해의 시작과 함께 의미 있는 영화 기획전 두 개가 동시에 서울 강남지역에서 개최된다. 10일 저녁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_ACF 쇼케이스 2013'이 개막하는 데 이어 '엣나인필름 페스티벌'도 같은 날 시작한다.

'ACF 쇼케이스 2013'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가 부산영화제 아시아시네마펀드(ACF)로 지원 받은 작품들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를 확인해보고자 마련됐다. '엣나인필름 페스티벌'은 영화 수입제작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이 새로운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 개관을 맞아 여는 행사다.

프로그램의 특색은 각각 다르다. 'ACF 쇼케이스 2013'은 개최 목적에 맞게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국과 아시아 작품들이 중심이다. 대부분이 부산영화제 기간 중 매진되는 호황을 누렸고, 영화제 이후 계속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퀸 락 몬트리올>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퀸 락 몬트리올> ⓒ 엣나인필름


'엣나인필름 페스티벌'은 흥행에 성공하거나 이름난 인도와 유럽의 예술영화와 함께 사회성 강한 영화들이 주로 포함돼 있으나,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퀸 락 몬트리올>로 대표되는 음악공연실황과 일본 핑크영화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애초 두 영화제의 상영목록에 모두 올랐던 유지태 감독의 미개봉 신작 <마이 라띠마> 상영이 취소됐다는 점이다. 배급사의 사정으로 인해 상영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관객과의 만남은 개봉 이후로 미뤄졌다.

[ACF 쇼케이스 2013] 재미와 감동 보장,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특별전

 1월 10일~13일까지 신사동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_ACF 쇼케이스 2013’

1월 10일~13일까지 신사동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에서 열리는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_ACF 쇼케이스 2013’ ⓒ 인디플러스

인디플러스는 국내 독립영화관 중 기획전이 가장 돋보이는 곳이다. '감독과 배우사이-독립영화 감독·배우 열전'을 비롯해 시기적으로 다양하고 의미 있는 특별전을 열어 독립영화를 소개해 왔다. '아시아 독립영화의 미래_ACF 쇼케이스 2013' 역시 인디플러스의 이 같은 명성을 잇는 행사다.  

일단 작품 면면이 화려하다. 부산영화제에서 인기가 좋았던 영화들만 모아 놔 부산영화제 화제작 특별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들이고, 주요 수상작들이란 공통점도 갖고 있다.

개막작인 <정원사>는 지금은 망명 중인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의 작품이다. 아랍국가의 감독이 이스라엘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감독이 테러라도 당하지 않을까 부산영화제 측이 내내 노심초사했던 영화다. 이번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관객들에게 행운이다.

<지슬> 역시 지난해 부산영화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올해의 영화로 선정했다. 흑백화면으로 담아낸 제주 4.3 항쟁은 순박하면서도 엄숙한 기분을 준다. 지슬을 통해 표현해 내는 삶과 죽음도 의미가 깊다. 자막을 통해 전달되는 제주 토속어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지슬은 감자의 제주 방언이다. <지슬>은 선댄스와 로테르담에도 초청받는 등 올해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텔레비전>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변방국가에서 제작됐기 때문인 듯 미덥지 못하다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직후에는 개막작보다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호평이 이어졌다. 부산영화제 폐막식 상영 후 박수가 끊이지 않았을 만큼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가 역설적으로 빚어내는 환경도 그렇다. 강압적으로 신문을 가리고 TV를 못 보게 하는 방글라데시 한 마을의 현실은 마치 유신시대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반전이 이 영화의 묘미다.

이 외에 부산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1999 면회>, 부산시네필 상을 수상한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기억의 잔상> 등 모두 7편(극영화 5편, 다큐멘터리 2편)이 13일까지 상영된다.

부산영화제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이들 작품 중 특히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는 이번에 못 보면 다시 볼 기회가 없는 작품으로 관객들이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립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엣나인필름 페스티벌] 영화와 공연실황을 통해 음향의 차이를 느껴보시길

 1월 10일~16일까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엣나인필름 페스티벌'

1월 10일~16일까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엣나인필름 페스티벌' ⓒ 아트나인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은 강남지역에 처음 개관한 예술영화전용극장이다. 92석과 58석의 소극장 두 개관으로 구성됐으며 예술영화관 지형을 강남으로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음향시설과 영사장비 등을 국내 영화관 중 최고급으로 꾸며 놓아 주목되고 있다.

'엣나인필름 페스티벌'은 아트나인이 갖춰놓은 음향과 영사 시스템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제작 수입 배급사인 엣나인필름의 보유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퀸 락 몬트리올>과 <마에스트로1~6> 등 공연실황, 그리고 일본 핑크영화(저예산으로 제작된 성애가 주제인 영화)들이다.

<퀸 락 몬트리올>은 1981년 11월 24~25일 이틀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퀸의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35mm 필름으로 기록된 이 영상은 700여 명 디지털 기술자들의 대대적인 손길을 거쳐 HD 5.1채널 사운드로 재탄생 했다.

<마에스트로 1~6>은 미국 줄리어드 음대, 이탈리아 밀라도 G.Verdi 국립음악원, 독일 베를린 음악대학, 프랑스 파리 국립음악원 등 세계 유명 음대생들이 꼭 한 번 같이 협연해보고 싶은 지휘자에 선정된 거장 6명의 공연실황이다. 음향에 공을 엄청 들인 아트나인의 차별성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음악 공연 마니아들의 관심이 높다.

핑크영화는 성애를 그리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통렬한 정치적 비판이 담겨 있다. 엣나인필름은 2008~2010년까지 3년 간 핑크영화제를 개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포함된 핑크영화는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지금까지의 핑크영화 걸작 3편과 포스트 디지털 핑크 3편이 상영된다"며 "특히 <전쟁과 한 여자>는 전후를 배경으로 전쟁책임론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방한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곧 개봉할 <더 헌트>와 <인 어 베러월드><지상의 별처럼> 등 인도와 유럽의 예술영화들도 다수 선보인다. 인도영화는 보통 국내에서는 2시간대로 맞춘 편집본이 상영되는데, 크게 흥행했던 <세 얼간이>는 국내판(141분)과 함께 인도판(170분)도 상영된다. 엣나인필름 페스티벌은 16일까지 이어진다.

엣나인필름 인디플러스 아트나인 ACF 쇼케이스 부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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