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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 (존 브레넌 CIA 국장 지명자를 소개하며) "CIA는 이제 우리 국가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고 세련된 정보 전문가의 지도력을 보유할 것입니다. 영리하고 강력함을 겸비한 (조직에 맞는) 사람이죠. 그는 자기가 뉴저지주 출신이라서 그렇다고 주장합니다."
기자들: (전부 웃음)

어제 (미국시각 7일)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의 미 국방장관과 CIA 국장을 지명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웃음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퇴임하는 리언 페네타 미 국방장관은 물론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지명자 한 명 한 명을 언급하며 자신이 왜 이들을 지명했는지를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원고는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저러한 유머도 나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지명에 대한 앞날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습니다. 존 브레넌 CIA 국장 지명자는 이미 오바마 집권 초기에 국장 물망에 올랐으나, 알 카에다 포로 등에 관한 심문 기술 관련 의혹으로 낙마한 바 있습니다.

공화당 출신인 척 베이글 국방 장관 지명자는 공화당 출신임에도 공화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고 적극 반대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어서 앞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오바마는 TV 앞에 나와서 자신이 행사하는 인사권에 관한 지명 이유를 국민에게 적극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날 오후 1시 30분경부터 30분가량 진행된 이 기자회견은 미국의 전 공중파들이 거의 '긴급 뉴스' 형태로 미 전역에 중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헤이글 국방장관의 지명은 이미 2, 3일 전에, 브레넌 국장의 지명 가능성도 하루 전에 주요 뉴스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보도가 되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왜 이들을 지명을 하였는지를 국민에게 적극 설명하고 정치인으로서 국민 소통에서 미 공중파 방송의 힘도 아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저 웃음이 나오는 장면에서 갑자기 한국의 '박근혜 당선인'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12월 19일 대선이 끝나고 그를 TV 화면이나 언론에서 못 본 지가 꽤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매일 주요 외신을 분석하는 저는 외신에서도 한국의 대선 이후 박근혜 당선인 이름을 들어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요?

 국방장관과 CIA 국장에 대한 지명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국방장관과 CIA 국장에 대한 지명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 CN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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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독재자의 딸이 첫 여성 대통령이 되다' 보도 후 침묵

12월 19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나자 대부분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첫 여성 대통령이 되다'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 내었습니다.

과거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었지만, 그가 당선된 이유와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의미, 그리고 앞으로 주어진 험난한 과제들에 관한 많은 기사를 쏟아 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주요 외신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보도가 전무하리 만큼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들려온 첫 소식은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으로 윤창중씨를 임명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선 기간 그렇게 이른바 문재인을 지지하는 진보 세력을 국가 전복 세력이라고까지 망언을 한 사람을 국민 화합을 내건 당선인의 첫 인사 작품이라니,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죽하면 미국에 있는 블로거 안치용씨가, 인수위 위원장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 인수위 대변인을 당선인이 급히 임명하는 것에는 법적 하자까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였고, 이에 새누리당이 "인수위 대변인"이라는 누리집 문구를 슬쩍 "당선인 대변인"으로 바꾸는 발 빠름을 보고 저는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어쨌든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된 윤창중씨는 향후 인수위 위원장 등 인사에 관하여 전혀 모른다는 답만 되풀이하였던 것입니다. 정말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인수위 위원 임명 발표 기자회견 현장에서 어디에서 받아온 봉투를 뜯어서 발표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였던 것입니다. 마치 조선 시대 왕이 칙령을 문서로 내리면 그것을 신하들이 받아서 발표하는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 말을 미국의 사례와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바마를 지지하든 아니하든 그리고 이번 두 지명자의 지명을 지지하든 아니하든 기자회견 현장에서 국민에게 일일이 상세히 설명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열정과 그리고 저 기자들이 주는 웃음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는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명제를 놓고 보자면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어떤 정권이든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고 불통이 쌓여 간다면 곧 정권과 나라의 비극을 잉태한다는 역사적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0.26... '불통'이 초래한 비극을 박 당선인은 잊었나?

우리는 이유가 어디에 있든, 10.26이라는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박근혜 당선인의 가족사이기도 합니다. 그 비극적 사건의 가장 큰 이유는 독재자 박정희와 국민 간의 불통이었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불통이 쌓여서 결국은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자신의 최측근에게 박정희는 불행한 최후를 맞았던 것입니다.

정말, 박정희가 국민과 소통하고 특히 점증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대화하고 권력을 분화하고 민주화의 방향으로 나갔더라면 그러한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 더 나아가 유신도 없었을 것이고 더욱더 나아가자면 그 근본 원인을 잉태했던 5.16 군사 쿠데타의 불행도 없었을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에 유신 등 박정희의 과거사를 사과하고 이제는 국민 소통을 통한 국민 화합을 제일의 국정 기조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는 당선 이후 지금까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른바 '얼음 공주'라는 신비주의에 묻혀 국민과 불통하는 비극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5년을 이끌어갈 박근혜 당선인이 정해진 사람만 초청받은 취임식 자리에서 원고를 보며 취임사를 읽는 모습이 국민이 원하는 소통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는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 대통합을 갈구한다면, 지금이라도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인사 발표이든 정책 발표이든 기자들 앞에 떳떳이 나와서 자신의 구상과 철학을 국민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하리라고 봅니다.

미국과 비교되는 한국의 불통 당선인, '얼음 공주'에서 깨어나길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 주민을 위로하는 오바마 대통령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 주민을 위로하는 오바마 대통령
ⓒ 백악관 배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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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국민들에게 이번 대선에서 독재자와 유신을 딸을 뽑은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여성 대통령을 뽑았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국토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넓은 미국의 대통령도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된 현장에 달려가 피해자들을 얼싸 안으며, 총기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눈물 흘리고, 공화당의 거센 비난이 예상됨에도 자신이 지명한 후보자의 이력에 대해 상세히 국민들 앞에 설명하는 그 열정을 저는 더는 부러운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외신의 보도에서 '박근혜 당선인'에 관한 보도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외신은 외신이기에 한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을 일일이 보도하지 아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닙니다. 외신이 아니라 바로 한국의 언론에서도 사라져 버린 '박근혜 당선인'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은 신문의 행간에서 난무하는 박 당선인의 의중을 어렵게 파악해야 하고 야권 지지자들 전부를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한 사람이 어느 날 뜬금없이 박 당선인의 대변인이라고 나타나 상전으로부터 내려온 칙령서를 그저 읽어만 내려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박 당선인을 뽑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박 당선인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차디찬 얼음에서 깨어나 국민과 진정으로 마주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것을 거부하고 계속 얼음 속에 박제된 공주로 남기를 원한다면, 국민들이 또 다시 그것을 녹이기 위해 횃불을 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다시는 '소통'이 '불통'이 되고 '통합'이 '분열'이 되는 비극은 막아야 합니다. 그것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 국민들의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바로 지금이 그 '얼음 공주'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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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 전문 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행정대학원 외교안보 석사 5학기 마침. 지역 시민운동가 및 보안전문가 활동. 현재 <시사저널>,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민중의소리> 국제관계 전문기자 등으로 활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