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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내내 먹먹함으로 보냈습니다. 아직도 마음은 아립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립니다. 많은 분들이 울었다고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았는데 또 5년이나 뉴스를 안 볼 것이라고 합니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패배했기에 충격은 더 클 것입니다.

하지만 눈물만 흘리기에는 우리가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간이 많습니다. 저는 올해 마흔 일곱입니다. 교통사고와 커다란 질병이 없으면 3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습니다. 30년 중 5년은 긴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간은 더 깁니다. 그러기에 좌절할 수 없습니다. 눈물만 흘릴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 진영은 보수세력과 연합하지 않으면 집권할 수 없습니다. 1997년 김대중은 한때 정적이었던 김종필과 연합했습니다. 2002년 노무현은 재벌 회장 정몽준과 단일화했습니다. 태생이 서로 달랐지만 힘을 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은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단일화를 했습니다. 보수세력과 손을 잡지 않고 개혁진보 세력이 손을 잡아 1400만 표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좌절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바라는 이들이 1400만 명입니다.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 중에도 마음으로는 보수세력보다는 개혁민주 세력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패배 이유에 대한 자아비판이 분명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할 것은 "너 때문에 졌다"는 책임 떠넘기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족함을 확인하고 5년 후를 생각하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장점은 더 장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1400만 명 지지자 있었습니다. 이들 힘은 대단합니다. 이들은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정치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좋은 이들을 새로 만났습니다. 그 동안 개혁진보 세력은 '보수'와 '보수주의자'는 함께 할 사람과 세력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윤여준을 만났고, 원칙주의자인 표창원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도 진짜 보수주의자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분명 수구 기득권이지면서 입으로는 보수라고 말하는 이들과 달랐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는 새정치와 새시대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개혁과 진보라는 원칙에 철저하면서 중도세력을 안을 수 있는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진영논리는 상대를 '적'으로 여깁니다. 이는 대한민국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슴에 사무친 울분을 걷어내고, 원한을 삭혀야 합니다. 우리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그래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좌절하고 낙담하고, 눈물만 흘리는 아빠가 아니라 꿈과 희망을 이루는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좌절하고 낙담하고, 눈물만 흘리는 아빠가 아니라 꿈과 희망을 이루는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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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교수는 "정의는 천천히 올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제식민지 35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까지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무려 50년이나 경험했습니다. 민주개혁 진영이 정권을 잡은 것은 겨우 10년입니다. 그리고 정권을 내주었고, 또 다시 5년 동안 보수정권이 지속될 것입니다. 일제식민지 35년과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50년도 견뎌냈습니다. 그럼 5년은 짧은 시간입니다.

5년 동안 온힘을 다해 개혁진보세력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실력과 자질을 갖추도록 뼈를 깎는 각성을 해야 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앞날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사회를 물러주도록 노력해 선물할 것입니다.

역사는 진보합니다. 퇴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보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진보를 믿어야 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상(理想)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진보의 미래>)고 했습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권력자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잠시 동안 환호할 수 있지만 우리는 묻지마 지지가 아니라 건전한 비판 세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그래야 역사가 진보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반복하는 역사가 있고 진보하는 역사가 있다. 대립과 갈등, 패권의 추구, 지배와 저항, 이런 역사는 반복되어 왔다. 왕과 귀족들이 누리던 권력과 풍요와 여유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왔다. 말하자면 인간의 존엄, 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나는 이것을 역사의 진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진보는 계속될 것이다. 역사의 진보는 민주주의, 민주적 시장경제, 개방과 협력, 평화와 공존의 질서로 발전해 왔고 발전해 갈 것이다. 좀더 간단한 말로 표현하자면, 세계 인류가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또 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FAZ 출간 <권력자의 말> 기고문, 2007.10)

우리 아이들에게 좌절하는 오늘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내일을 선물할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내일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게 역사의 진보입니다. 사람이 존엄하고, 자유로운 존재이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려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다운 삶을 누리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이게 부모인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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