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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듭니다."

종영된 지 1년이 지난 TV 드라마에서 대통령 후보로 등장했던 연기자의 대사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무조건 지지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들의 '표'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메시지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욱 크게 다가온다. <프레지던트>란 제목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한발 더 나아가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며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향후 어떤 결과가 닥쳐도 결코 보호받을 권리도, 심지어 하소연할 자격조차 없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국민의 손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를 뽑는 민주국가 체제에서 투표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행위는 누가 당선이 되건 말건, 투표 결과로 불행한 형국이 초래되건 말건, 그로 인한 무거운 암운이 5년 내내 우리사회를 어지럽게 짓누르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몰염치와 다를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정말 끔찍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광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광고.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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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투표는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5년을 혹독하게 경험하며 생생하게 목격해 왔다. "경제 대통령이 될 것"이라던 후보에게 많은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결과는 어떠했던가.

나라 경제를, 서민 경제를 활짝 펼 것으로 믿었던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부자에겐 감세, 중산층 서민에는 세금이라는 끔찍한 정책들로 잘사는 1%와 그렇지 않은 99%로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게다가 임기 내내 소통 없는 불통의 정치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 간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지 않았던가.

취임 직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는 불통정치에 대한 거센 국민적 저항의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또 그해 하반기부터 평화롭던 4대강에 무려 22조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 부은 인공적 토목사업으로 얻은 것이라곤 고작 강과 그 주변의 황폐화뿐이다. 2009년에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미디어법 개정을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족벌·보수신문들에게 방송의 날개를 달아주어 국내 언론시장의 황폐화를 더욱 부추겼다.

2010년 천안함 사태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인한 사회 갈등은 더욱 확산됐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들을 잇달아 내려 보내는 등 권력의 언론장악 의지는 국내 언론자유지수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 같은 결과로 2012년 KBS, MBC, YTN 등 방송사와 통신사인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많은 언론사들이 최악의 파업사태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파업 후유증 등으로 공정성 훼손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난 5년 동안 이념과 정치 혹은 지역과 집단 간 대립은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 분열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민주주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린 지난 5년의 선택은 그러나 국민들에 의한 대통령 직접투표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가장 낮은 63.0%

유권자들의 투표의무와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역대 투표율에서도 읽을 수 있다. 특히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3.0%로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박정희와 전두환 등 군부 독재자의 등장으로 인해 암울했던 8대 대통령 선거부터 11대까지 간선제를 통해 100%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고 2대 88.1%, 3대 94.4%, 4대 97.0%, 5대 85.0%, 6대 83.6%, 7대 79.8%,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3.0%를 기록했다.

17대 대선 투표율을 분석해 보면,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7%로 정동영 후보(26.1%)에 비해 무려 22.6%p 차이가 났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전체 유권자는 37%에 달했다. 그 많은 유권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그들은 5년 내내 답답한 불통의 정치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였을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5년 임기 내내 촛불시위에 앞장섰던 세대들의 투표율이 가장 저조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분석결과, 20대 후반의 투표율이 42.9%로 가장 낮았다. 60세 이상 76.3%, 50대 76.9%, 40대 66.3%, 30대 후반 58.5%, 30대 전반 51.3% 등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투표율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앵콜 광화문 대첩' 현장에 모인 시민들이 '12월19일 투표하고 웃자' 라고 씌어진 피켓을 흔들며 투표참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앵콜 광화문 대첩' 현장에 모인 시민들이 '12월19일 투표하고 웃자' 라고 씌어진 피켓을 흔들며 투표참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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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률과 반값 등록금 문제가 가장 절박했던 이들이 정작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아마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드라마 대사를 들으면서 뜨끔했을지도 모른다.

이명박 정부 5년의 경제 성적표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내걸었던 '747공약'에 많은 국민들은 기대를 걸었다.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747공약'은 5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5년 전 당시 선거 막바지에 쟁점으로 부각됐던 BBK사건으로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땅에 곤두박질 치건말건 유권자들은 오로지 '경제만큼은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실낱같은 희망 하나로 그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각종 경제 지표는 초라하다 못해 끔찍하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정권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5.0%, 노무현 정부는 4.3%로 나타났으나 이명박 정부는 이에 못 미치는 3.0%에 불과하다. 이는 2012년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를 반영한 수치다. 사상 최악의 저성장으로 자신의 공약 절반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게다가 저성장 속 고물가 행진이 이어져 서민들은 5년 내내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노무현 정부 평균 물가 상승률은 2.9%였는데, 이명박 정부는 3.6%였다. 이 정부 내내 서민들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시달려야만 했다. 서민들의 주거난을 반영하는 전세 가격 상승도 이명박 정부 내내 심화됐다.

가계부채 문제도 이 정부 들어 더욱 악화됐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213.9조원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4년 3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는 272.1조원이나 됐다.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시기에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을 쓰며, 거품을 키우고 억지로 빚내서 집을 사게 한 탓이 크다. 하우스푸어들이 잔뜩 양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부분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정부채무 증가액은 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부 예산으로 시행했어야 할 4대강 사업의 상당 부분을 수자원공사의 부채로 집행해 왔다. 그 결과 공기업부채가 노무현 정부 시기의 두 배 가량인 258.4조원이나 늘어났다. 공공부문 건설사업 발주액이 30%나 늘었지만, 이 과정에서 공기업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LH공사 부채가 이 정부 출범 초 65조원 수준에서 두 배 늘어나 130조원을 넘긴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고도 이 정부는 지난 5년간 총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의 실무를 총괄 지휘했던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위한 한시적 조직이어서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정리해 '4대강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부자에겐 감세· 서민에겐 세금...박근혜는 뭘 했나?

이밖에도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감세정책을 실시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세 수입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3대 축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직접세인 소득세(-3.6%)와 법인세(5.2%)는 줄거나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러나 부자들이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57.4%)와 개별소비세(-1.8%)도 줄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왕창 깎아준 것이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 때 상위 20%의 세금 증가율은 63.7%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13.2%로 감소한 반면, 하위 20~40% 계층의 세금 증가율은 3.8%에서 65.7%로 크게 늘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이날 박 후보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러분의 옆에서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마지막 정치 여정을 국민과 동행하면서 그동안의 신뢰에 보답하고 마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이날 박 후보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러분의 옆에서 동행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마지막 정치 여정을 국민과 동행하면서 그동안의 신뢰에 보답하고 마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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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부자들 세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확연히 늘린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마디로 중산층 서민에게 세금폭탄을 퍼부어 서민경제를 더욱 짓누른 것이다.

청년 실업문제도 나아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국회의원은 지난 7월 23일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대정부질의에서 이명박 정부의 청년 취업지원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청년 취업지원 정책에 정부가 투여한 예산은 6조 4645억원에 이르지만 청년 고용률은 이명박 정부 내내 50% 이하에 머물렀다. 6조원 이상의 청년 취업지원 예산이 도대체 이 정부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알길이 없다.

그런데 희한하다. 이명박 정부가 행한 일들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모르는 일처럼 "내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못했다", 또는 "그래서 대통령 되려는 거 아니예요?"라며 3차 TV 토론회에서 반문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이 정부 내내 꼬인 문제들이 등장하면 어물쩍 자신은 딴 나라 사람인 것처럼 피해 나가려만 하는 모양새다.

박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 5년 동안 그도 이 정권과 축을 함께 한 여당의 2인자였다. '청와대 대통령은 이명박이지만, 여의도 대통령은 박근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독재자의 딸'을 '실력자의 딸'이라고 우긴다고 역사의 기록에서 독재자를 지울 수 없듯이 5년 내내 한 식구처럼 움직였던 정책과 공약들을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이제 진짜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들어야 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국민은 결코 보호받을 수 없다. 지난 5년은 그걸 너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태그:#18대 대통령 선거, #투표, #주권행사, #역대 대선 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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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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