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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공약집이 지난 10일 발표되었습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박근혜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의 실제내용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이를 알리고자 합니다.  글의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4대 중증질환 국가 100% 부담'의 허구
2) 응급의료의 개인 책임화
3) 임플란트 보험화, 과연 적절하고 가능한가
4) 노인 간병비, 가족이 사회봉사로 해결?
5) 영리병원 찬성 및 총론?

[기사 대체 : 16일 오후 3시 40분]

캐나다 무상의료의 아버지 토미 더글라스는 "배가 고픈 자가 영혼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또한 치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미(美)나 선(善) 같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답이다. 인간의 역사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출발을 했고, 그런 기초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먹고 사는 문제' 중에서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권리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토록 가치의 무게감을 지닌 문제는 그만큼 신중하고 주도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대선을 얼마 앞두고 있지 않은 때에는 기초적 권리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미끼 공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65세 이상 어르신 중……가장 필요한 부위인 어금니부터 (임플란트)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은 심히 우려스럽다.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 순위도, 대중적 필요에 대한 공감도, 관련 전문가로부터의 최소한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공약은 노인층의 표를 얻기 위한, 그야말로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

우선순위, 왜 묻지도 따지지도 않나?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11월 28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하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11월 28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하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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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 보장률이 치과병원은 30.7%, 치과의원은 37.4%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보장률 64%의 절반 수준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일반 병·의원에 가는 것보다 치과병·의원에 갔을 때 건강보험 적용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치아 통증이 극심해져서야 병원에 가게 되는 이유다.

무상의료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영국 NHS에서는 의학적 필요가 있을시에는 임플란트까지 일부 국가가 보장한다. 대신 영국은 국민들 다수가 겪을 수 있는 기본적 수준의 내용을 이미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 일부 본인부담 하에 틀니, 각종 예방처치, 심미수복, 일반보철(크라운, 브릿지) 등 상당수 치과치료가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노인틀니,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 등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이거나 예방 효과적인 정책들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일반적인 치과진료의 보험적용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인틀니와 각종 예방을 위한 치석제거와 통증방지 및 기능회복을 위한 보철과 충치치료를 우선 완전 보험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 임플란트를 이야기해도 늦지 않는다. 박근계 후보의 '임플란트 공약'은 국민들의 구강보건에 대한 관심도 상식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노인 틀니 보험에서 출발하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올해 7월부터 실시된 노인 완전틀니의 건강보험도 75세 이상으로 대상이 한정, 여전히 높은 본인부담금 등의 제약으로 인해 보험 적용의 예상 수요를 훨씬 밑돌았다. 위아래 틀니 한 쌍에 100만원 가까이 하는 본인부담금은 경제적 수입이 없는 노인층에게는 매우 큰 경제적 부담이 된 것이다.

지금도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고, 이는 65세 이상 노인들 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인 임플란트가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해도 높은 본인부담금을 낼 수 있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더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전형적인 소득역진적 정책이다. 노인들의 씹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당장 해야할 것은 과도한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적어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공약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당연하게도 재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 공약집 '공약재원소요'에도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항목은 빠져있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상실 어금니 총 수는 2천 7백만 개쯤이고, 이를 근거로 노인 임플란트 재정추계(본인부담금 50%로 가정)를 했을 때 적게 잡아도 약 8조5천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는 한해 동안 건강보험에서 치과진료로 지출되는 총 재정의 8배가 넘고,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 23%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 어마어마한 돈을 어디서 가져올 계획인가? 물론 부자증세를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박근혜 후보는 부자증세에 대해서조차 반대한다.

참을 수 없는 공약의 가벼움

대통령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에는 각종 지키지 못할 공약들이 남발된다. 물론 모든 후보가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발표하지도, 또 당선 후에도 공약을 악착같이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도 다반사다. 국민들도 그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공약에 대한 최소한의 진정성과 책임은 필요하다. 자신이 내뱉은 공약에 그 정도의 무게감도 부여하지 못하는 후보라면, 대통령이 될 자격은 없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치과의사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입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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