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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6일, 청년플러스가 세 번째로 만난 친구는 치위생과에 다니는 스물한 살 정세나씨다. 청년플러스와 정세나씨의 인연은 지난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플러스에서 주관한 <2012안산청년아카데미>에 정세나씨가 신청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이날 인터뷰는 고잔역에 위치한 협동조합까페 피움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인터뷰는 고잔역에 위치한 협동조합까페 피움에서 진행되었다.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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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카데미를 신청한 이유를 물어보니 우연히 알바를 구하러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강사로 온다는 걸 보고 신청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따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어제 만난 것처럼 친근한 인터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 어디서 오는 길이에요?
"수원에서요. 학교 갔다 왔죠."

- 치위생과라고 했죠? 그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이유하고 말하기가 좀 그런데…. 취업 때문에 선택했어요. 뭐 수능을 그다지 잘 보지도 못했고요. 원서를 다 취업이 잘 된다고 하는 쪽으로 넣었거든요. 다 붙었는데 제가 보건 계열을 선택했어요."

- 2학년 2학기면 과 생활도 많이 했겠네요.
"네. 저희는 3년 과정이니까요. 지금은 실습 나가는 중이에요. 3학년이 되면 더 많이 하겠지만요."

- 실습 해보니 어떤가요?
"너무 힘들어요. 울고 싶을 정도예요. 엄마 붙잡고 "그만두면 안되냐"고 하기도 했어요. 제가 치아 모형을 너무 못 만들어요. 세심함이 필요한 작업인데 못 따라가고 있어요. 친구들은 교수님 설명만 듣고도 바로 바로 완성을 하는데 저는 이해 자체를 못해요.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스트레스더라고요. 또 여자들 밖에 없으니까 경쟁도 진짜 심해요. 고등학교 때 보다 더. 다들 목표가 취업이니까 개인플레이인 거죠."

- 요즘엔 정말 취업 위주로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네요.
"그렇죠. 그래서 학과 동기라도 나이가 정말 다양해요. 30대 언니들도 있고요. 학문을 배우면 생각도 늘고 고민도 하고 그래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여기서는 책에 써진 대로 외우기만 하니까 진절머리 나요. 좋아하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전 그다지 성과도 못 느껴요."

- 그래도 졸업하면 취업은 치위생 쪽으로 할거지요?
"네 일단은요.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되니까요. 알바로는 힘들죠."

스물한 살, 청춘 그녀를 응원한다!
 스물한 살, 청춘 그녀를 응원한다!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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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알바하고 있어요?
"키즈카페에서 주말에 일해요. 서빙하고 알바하고."

- 손님이 많겠는데요.
"정말 많아요. 키즈카페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재밌을 거 같아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최악의 알바래요. 헬게이트래요, 헬게이트(웃음)."

- 시급은 어떤가요?
"최저임금이예요. 하루 여덟시간씩 일하는데 한 달 마다 백 원 씩 올려줘요."

- 백 원이요?
"네. 좀 웃기죠. 학교 다니면서 마땅히 할 만한 알바도 없고, 그냥 할 수 밖에 없어요."

- 언제부터 알바를 시작한 건가요?
"수능끝나고 나서부터요."

- 그간 했던 알바들 좀 들려준다면….
"첫 알바는 동네 빵집알바였어요. 빵 포장이랑 캐셔를 맡았어요. 근데 알바하는 동안 빵 한조각을 안 주시더라고요. 하도 안 주시니까 혼자 거리에서 파는 땅콩과자를 사가지고 와서 알바하면서 먹었어요.(웃음) 가끔 사장님이 애기들 데리고 와서는 저보고 애기들한테 빵 좀 먹여주라고 시켜요. 그러면서도 저한테 빵 한 조각 안 줬다니까요. 참나. 거기서 3800원 받았어요."

- 시급이 3800원?
"'여기는 장사가 잘 안 되니까" 하면서 그거 밖에 안 준대요. 그때 저는 청소년이라 알바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했죠. 한 번은 혼자 일하는 데 밤 11시쯤에 취한 아저씨가 와서 저한테 빵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예요. 사장님이 재고조사도 꼼꼼히 하니까 제가 맘대로 빵을 집어 줄 수가 없잖아요. 근데 아저씨가 자꾸 내놓으라고 위협하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나중에 울면서 사장님한테 전화했더니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한 마디 하시대요. "그럴 때는 경찰에 전화해" 이렇게요."

- 정말 매정하시네요.
그 빵집에 대한 기억이 정말 안 좋아요. 근데 요즘엔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좀 그래요. 왜냐하면 옆옆집에, 건너편에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베스킨 라빈스 등등 프랜차이즈 가게가 정말 많이 생겼거든요. 크리스마스날 케이크가 안 팔려서 다 쌓여 있더라구요. 프랜차이즈 빵집은 없어서 못 팔고 있는데…. 그런 거 보면 한편으로 얄미우면서도, 또 짠하더라구요."

- 그 다음엔 어디서 일했나요?
"호프집에서 일했어요. 거기서는 시급 4500원. 많이 받았죠. 호프집은 담배냄새 때문에 완전 괴로웠어요. 안산 중앙동에는 어린애들이 술집에 많이 오는데 완전 지저분하게 먹어요. 막 먹는 거죠. 예의없는 애들도 많고요. 이상한 아저씨들도 많고요."

- 나이도 어려서 쉽지 않았겠어요.
"그죠. 그래도 호프집 사장님은 좋았어요. 아니, 그냥 가게에 없으셔서 좋았죠. "잘해라" 하시고 가시니깐요.(웃음) 진짜 힘든 건 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찌나 토를 하는지. 제 자리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문에도 하고 안 에도 하고 밖에도 하고. 술집은 그게 제일 힘들죠."

- 호프집은 얼마나 일했나요?
"1학년 여름방학 3개월 동안요.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공장에서 일주일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관뒀어요. 병나서 3주 동안 푹 쉬었죠."

- 그렇게 힘들었어?
"정말 힘들었어요. 알코올을 다루는 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거예요. 일하는 내내 손에 알코올을 묻혀야 됐죠. 겨울이라 너무 춥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요. 통근버스가 있는데 저는 알바생이라 못 타게 하는 거예요. 정규직만 탈 수 있더라고요. 모자 푹 눌러쓰고 몰래 타기도 했어요."

- 반월시화공단은 소규모 작업장들이 많아서 열악한 데가 많다고 들었어요.
"진짜 열악한 곳이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은 어쨌든 숙달된 사람들이니까 알바생들을 무시하더라고요. 텃세부린다고 할까요. 그런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그러고는 일주일 만에 관두고 인력회사 통해서 친구랑 같이 공장에서 하루하루 하는 일들도 좀 하고요."

- 나름 파란만장했네요.
"저는 그래도 방학 때 주로 했는데 친구들은 평일에도 많이 해요."

-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알바를 한 건가요?
"네. 어른이 됐는데 부모님한테 돈 받는 게 눈치 보이고 싫었어요. 알바비 받아서 엄마 맛있는 거 사드리면 기분 정말 좋아요!"

- 이제 다른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페이스북에 보니까 정치관에 진보라고 써놨던데….
"처음 가입할 때, 뭣도 모르고 썼죠."

- 나름 진보라고 쓰게 된 계기가 있지 않아?
"사람은 깨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억압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고등학교 때 야자 같은 것처럼."

-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깊게 알지는 못해도 관심은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신데 사회문제에는 진보적이시더라고요.(웃음) 엄마랑 같이 처음으로 촛불집회도 갔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했을 때요. 자주 따라다녔어요."

- 4월 달에 투표도 했겠네요.
"네.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고요?(웃음)"

- 대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기대하는 게 있나요?
"있죠, 당연히. 우리집은 서민층에 속하구요. 저는 학생이면서, 알바생이기도 하고, 또 취업도 해야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 임금이랑 고용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이 있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어요. 이런 얘기를 또래들이랑 잘 못해요. 얘기 꺼내면 친구들이 "오바하지 마" 이러거든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고요."

- 대통령 후보들 공약 중에 제일 관심가는 게 있다면요.
일단은, 최저임금 문제요. 문재인후보가 7000원으로 하겠다고 한 걸 봤어요.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 치위생사가 비정규직이 많나보네요.
"아니요. 그런 것 보다는 저희 언니 때문인데요. 언니가 졸업하고 나서 취업할 때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언니가 고졸이거든요. 그래서 자격증을 많이 갖고 있어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어쩌면 차별이 아닌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정말 벽이 높다는 걸 알게 됐어요."

- 마지막으로 아직 21살밖에 안 됐는데, 20대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여행을 가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 앞에서는 사치예요. 알바로 제 생활비를 벌어서 쓰니까 늘 여유가 없죠. 언젠가는 꼭 라틴아메리카에 가고 싶어요. 정말 멋질 거 같지 않나요?"

인터뷰가 끝나고 정세나씨와 청년플러스는 함께 영화 <남영동1985>를 보러 갔다. 100분여의 시간 동안 숨죽여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을 나오면서 서로가 나눈 말은 "투표 꼭 하자", "저도 영화 보면서 그런 생각 했어요. 투표 꼭 해야겠다구요" 이제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 청년플러스 팀블로그



태그:#최저임금, #대통령선거, #문재인, #박근혜, #청년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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