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성단체들은 1997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대통령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를 해왔다.

이 행사는 KBS 한국방송이 전국에 생중계하는 거의 유일한 시민사회 주최의 후보 토론회로서 차기정부 5년간의 여성정책이 공방되는 중요한 자리이다. 가까이는 2007년 11월 28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이명박, 정동영 유력 후보는 물론 권영길, 문국현 후보까지 모두 이 토론회를 통해 공약 등을 검증받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신문 등은 올해도 '2012년 대선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토론회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논의 끝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3인을 초청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토론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토론회 준비는 착착, 박근혜 후보는 '대답없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여야 대선후보 첫 TV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준비위원회는 지난 10월 19일, KBS와 협의를 거쳐 11월 중순에 합동으로 성평등정책을 토론하자고 세 후보 측에 제안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긍정적 답변을 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부정적이었다. 당시 박 후보 측은 문-안 양 후보의 단일화를 조건으로 토론회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여성계는 11월 29, 30일로 토론회 날짜를 미뤄 다시 접촉을 하였다. 문-안 양 후보가 후보 등록일인 25, 26일경에 단일화를 확약하였기에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토론회를 취소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이같은 수정 제안에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대선 토론회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물리적으로 11월 셋째 주나 늦어도 넷째 주 초반까지 박 후보는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토론장소와 사회자 섭외까지 마치고 박 후보가 토론회에 응해주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결국 박 후보 측은 여성계의 요구를 묵살했다. 토론회를 성사시키려 한 여성단체 대표의 연락까지 피했다. 여성계가 제시한 30일이 지났지만 박 후보 측은 공식 공문이나 비공식 접촉에 대한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토론회를 준비하던 여성단체협의회, 여성단체연합, 여성신문 등은 현재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의 여성대통령후보는 역대 가장 많은 4명이나 되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연일 여성대통령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이야기되는 방식을 꼼꼼히 살펴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회자되는 '여성(성)'은 내용에 대한 것 보다 '여성'이라는 이미지, 상징 등만 선거용으로 갖다 쓰는 것 같다. 너무 심한 말일까?

진정으로 여성에 관심이 있다면 왜 여성정책이 경제민주화나 복지처럼 선거의 주요의제로 다루어지지 않는가? 왜 후보간 여성정책의 차이가 쟁점이 되지 않는가? 무엇보다 박 후보의 여성정책은 매우 빈약하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여성정책토론회는 왜 안 하나?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10월 28일 오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역전장을 찾아 지역경제를 살릴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며 상인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10월 28일 오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역전장을 찾아 지역경제를 살릴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며 상인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여성은 항상 이런 식으로 도구화 되어 왔다. 위기 시에 여성을 앞에 세우되 위기가 지나가면 여성은 잊혀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진짜 여성적인 가치, 꼭 필요한 여성정책을 '대선후보초청토론회'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박 후보는 11월 18일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짬이 없어 못나온다"던 텔레비전 토론회를 11월 26일 소위 '면접 토론회'란 이름으로 개최했다. 준비위원회는 박 후보의 이같은 행보에 분노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그 어떤 남성 후보도 거절하지 않았던 유서깊은 여성정책토론회를 바로 여성 후보가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묻고 싶다. 여성후보로서, 국민들과 여성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성계에서 마련한 토론의 자리를 왜 외면했는가 하고. 준비된 여성대통령은 슬로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태그:#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연합, #박근혜, #여성정책토론회
댓글

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