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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하 5.6도 등 전국이 덜덜…올가을 최고 추위'

몹시 추웠던 지난 토요일(12월 1일). 인터넷 한 포털의 뉴스 제목이다. 이를 본 딸(고2)이 "진즉부터 겨울인데 왜 가을? 틀렸네!"라며 웃는다. 그렇다. 뉴스 제목은 딸의 말대로 틀렸다. 12월 1일은 겨울이니 말이다. 뉴스 편집자의 실수란 생각이 드는 한편 그래도 여러 사람에게 읽히는 글인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과 대수롭지 않게 썼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딸의 계절 인식도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 대략 11월 중순쯤 겨울옷을 입어야 할 정도의 추위가 몇 차례 어김없이 오고 눈이 오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우리 딸처럼 12월이 되기도 전에 겨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밀히 겨울은 12월부터 그 이듬해 2월까지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공식적인 글인 기사는 공식적인 기준에 따라 써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또 다른 매체도 가을이라 쓰고 있었다. 솔직히 이처럼 쓴 매체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기사든 개인 블로그 글이든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한 내가 쓰는 글의 영향을 늘 염두에 두고 표현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실수를 줄이고자 늘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하는 나 역시 아마도 수많은 실수를 하고 그리고 틀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가급이면 잘 쓰려고, 실수를 줄이려고 나름 노력을 하며 글을 쓰는 것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쓰는 경우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여하간 이런 생각으로 신간 목록에 우리말에 관한 책이 보이면 가급 가까이 두고 틈틈이 읽어보곤 한다.

▲ 걸맞는: 걸맞은. ※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라는 뜻의 '형용사'다. 형용사의 관형사형 어미는 '-은'이므로 '걸맞은'으로 쓴다. ▲ 대인배(大人輩) : 대인. ※ '배'는 '무리를 이룬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서 '불량배', '소인배', '폭력배'처럼 부정적인 뜻이 있는 명사에 붙는다. ▲ 과반수 이상: 과반수. 반수 이상. ※ '과'에 '넘다'의 뜻이 있고, '이상'이 일정한 기준보다 많음을 나타내므로 겹말이다.

▲ 머리가 벗겨지다 : 머리가 벗어지다. ※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은 '벗어지다'이다. ▲ 이후부터 : 이후. -부터. ※ '이후'가 이제부터 뒤'를 뜻하므로 겹말이다. ▲ 행복하세요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행복하다'는 형용사이므로 명령형으로는 쓸 수 없다. ¶ 여러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여러분은 행복하세요? ▲ 환기시키다 : 환기하다. ※ 사동의 뜻이 없으면 '-시키다'로 쓰지 않는다. 참조-시키다. ¶ 집안 공기가 탁하니 환기해야겠다. / 정부는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에서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여병규 씀. 한울출판사 펴냄)과<차곡차곡 익히는 우리말 우리글 1>(국립국어원 기획, 박이정 펴냄)은 이런 내가 최근 몇 달간 틈틈이 펼쳐보고 있는 우리말 길라잡이 책이다.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 겉표지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 겉표지
ⓒ 한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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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 동안 글을 쓰는 틈틈이 펼쳐 읽곤 하던 이 두 권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자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는 프로그램 '한글 2007'를 열어 책 제목을 쓰자 일부 글씨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차곡차곡'은 '어떤 물건을 겹쳐 쌓거나 가지런히 포개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혹은 '어떤 일을 일의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해나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한 낱말이니 붙여 써야 하고,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말인 '긴가민가'로 써야 하는데 '차곡 차곡', '긴가만가'로 틀리게 썼기 때문이다.

'어? 예전에는 분명 긴가민가로 썼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썼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쓸까?' 이런 생각과 함께 검색을 해보니 개인들의 블로그 글이나 카페의 글들은 물론 여러 언론 매체들이 나처럼 잘못 쓰고 있었다. 아쉽게도 말이다.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은 이처럼 우리들이 대체적으로 많이 쓰지만 잘못 쓰기 일쑤인 1만3000여 개 표제어들의 올바른 쓰임을 알려주는 책이다.

2010년에 출간된 첫 책이 '올해의 청소년도서(대한출판문화협회, 2010년)'와 '우수교양도서(문화체육관광부,2011년)'로 선정되면서 우리말 관련도서로는 이례적으로 불티나게 팔려 절판. 이에 첫 책에서 발견한 약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800개의 표제어를 더하거나 2011년에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새 표준어 목록'을 반영해 개정증보판으로 냈다.

슈퍼마켓과 슈퍼마켙, 후라이드 치킨과 프라이드 치킨

'웃옷'은 위와 아래 상관없이 맨 겉에 입는 옷이고, '윗옷'은 위에 입는 옷, 즉 티셔츠나 저고리처럼 몸의 윗부분에 입는 옷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웃옷과 윗옷의 차이를 알고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 신문이나 잡지 등을 보다보면 위에서 말한 '차곡차곡'과 '차곡 차곡'의 경우처럼 어떤 신문은 '떠들썩'이라고 적고 있고 어떤 신문은 '떠들석'이라고 적고 있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 여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 슈퍼마켙(X):슈퍼마켓(O) ▲ 커피숖(X):커피숍(O) ▲ 랲(X):랩(O) ▲ 떠들석(X):떠들썩(O) ▲ 잔득(X):잔뜩(O) ▲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X):하늘을 나는 비행기(O) ▲ 만난지(X):만난 지(O) ▲ 30세 가량(X):30세가량(O) ▲ 후라이팬(X):프라이팬(O) ▲ 후라이드 치킨(X):프라이드 치킨(O) ▲ 깨끗히(X):깨끗이(O) ▲ 가수겸 배우(X):가수 겸 배우(O) ▲ 호도과자(X):호두과자(O) ▲ 어의없다(X):어이없다(O) ▲ 어의 상실(X):어이 상실(O) ▲ 케익,케잌(X):케이크(O) ▲ 훼밀리 타운(X):패밀리 타운(O) ▲ 후리지아(X):프리지어(O) ▲ 째즈(X):재즈(O) ▲ 윈도우(X):윈도(O) ▲ 레이져(X):레이저(O) ▲ 쥬스(X):주스(O) ▲ 쵸콜릿(X):초콜릿(O) ▲ 사라다(X):샐러드(O) ▲ 챠트(X):차트(O) ▲ 로보트(X):로봇(O) ▲ 시그날(X):시그널(O) ▲ 포츈(X):포춘(O) ▲ 스물 여섯 살(X):스물여섯 살(O)
-(<차곡차곡 익히는 우리말 우리글 1>을 참고로 정리)

<차곡차곡 쌓이는 우리말 우리글> 겉표지
 <차곡차곡 쌓이는 우리말 우리글> 겉표지
ⓒ 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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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익히는 우리말 우리글 1>은 국립국어원이 기획한 우리말 규범에 관한 책이다. 위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많이 쓰지만 또한 많이 틀리고 있는 말을 필자가 이 책에서 일부만 정리한 것. 책에는 이들 말들의 맞고 틀린 이유 혹은 제대로 쓰임이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책은 모두 4부. 1부와 2부에서는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쓰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된소리 표기, 두음법칙, 단어의 구조, 띄어쓰기의 기본원리, 수나 단위 표현 규칙 등과 같은 한글맞춤법 관련 여러 규정들과 여러 표준어 규정에 대해 설명한다.

흔히 외래어는 들리는 대로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슈퍼마켓과 슈퍼마켙이 그런 말 중 하나. 때문인지 언론매체들도 둘 중 하나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외래어를 적을 때에는 ㄱ, ㄴ, ㄹ, ㅁ, ㅂ,ㅅ, ㅇ의 7자만 사용'과 같은 규정 외에 여러 규정이 정해져 있다. 3부에서는 외래어 표기에 대해 다룬다. 끝으로 4부에서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장소를 예로 설명해준다.

그런데 설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 단원마다 길잡이-미리보기-탐구하기-연습하기-참고하기-마무리하기의 순서로 구성, 예습과 복습, 응용, 문제풀이를 하면서 우리말 실력을 다질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차곡차곡 익히는 우리말 우리글 2>도 출간됐다.

덧붙이는 글 |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ㅣ여병규 씀ㅣ한울 출판사 펴냄ㅣ2012-9-15ㅣ값:21000원
<차곡차곡 익히는 우리말 우리글 1>ㅣ국립국어원 기획ㅣ박이정 펴냄ㅣ2012-2-29 ㅣ값:13000원



긴가민가할 때 펼쳐 보는 바른 말 사전 - 개정증보판

여규병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2)


태그:#우리말, #우리글, #차곡차곡, #긴가민가,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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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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