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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선호하는 후보가 있겠지만 (대선에) 영향이 없을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와 신화통신 등 5개 통신사와 청와대에서 진행한 공동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 발언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대선 개입 의지가 있음을 표방한 몹시 위험한 일"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물론 이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교묘한'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며칠 앞둔 4월 5일 은평타운을 전격 방문했었습니다. 은평타운은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역구였고, 그는 이명박 정권 2인자로 불리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6월 29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청구되자 7월 1일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열린 '제2회 지역투자박람회에서 "국책사업을 집행하는 지사를 주민소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었습니다. 당시 제주자치 도민 7만7367명이 김 당시 지사 주민투표 소환에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도민 의사를 깡그리 무시해버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11년 8월 전면무상급식 반대주민투표를 보름 정도 앞두고 또 다시 선거법 논란에 휩싸이는 늬앙스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 이 대통령은 "무상급식 투표 꼭 이겨야한다"는 말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0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 이 대통령은 "무상급식 투표 꼭 이겨야한다"는 말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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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번 무상급식 투표 결과를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계속되느냐, 아니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느냐를 판단하게 될 중요한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 투표에서 여당이 서울시와 힘을 합쳐 어떻게든 이겨줬으면 하는 희망을 강하게 갖고 있다." 2011.8.12 <조선일보> 이 대통령 "무상급식 투표 꼭 이겨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이 직접 한 발언이 아니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대통령 의중을 전달한 것이지만 전면무상급식을 딴죽걸기한 것입니다. 특히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무상급식 투표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청와대가 이 문제에 얼마나 개입할지는 또다른 문제"라며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오히려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슈가 되면서 순수한 민의의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선거중립을 어겼다는 비판 이전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주민투표를 전혀 다르게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은 "국책사업을 집행하는 지사를 주민소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주 도민 의사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추진한 전면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적극 지지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사안에 따라 주민투표에 대한 평가를 달리한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 대통령이 전면무상급식을 그토록 바랐지만 투표율이 25.7%에 머물러 투표함 개함 기준인 33.3%에 7.6%P에 모자라 뚜껑도 열지 못해 오 시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확정되자 또 다시 선거법 중립 논란에 휩싸입니다. 9월 8일 밤 KBS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시장의 역할과 중앙 정치의 역할은 많이 다르다"며 "서울시장을 해보니, 정치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별로 없더라. 행정이나 일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나경원 의원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습니다. 더구나 안철수 당시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전격 양보로 야권단일화로 강력하게 떠 올랐던 박원순 변호사가 행정경험이 없다는 것을 은연중 부각시킨 것입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9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이런 식(행정이나 일을 해본 사람이 좋다는 발언)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대통령 자리에 대한 국민의 존중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2011.09.09 <오마이뉴스> MB 방송대담, 민생대책 없이 '선거개입' 논란만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환경이 조성된 때에도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했습니다.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24일 TV에 생중계된 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국민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결국 그해 3월 12일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당시 중앙선거관리워윈회는 3월 3일 전체회의을 열고 표결에 부쳐 6대 2로 '위반이 된다'는 결정을 내렸고, 김호열 선거관리실장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독려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면 공무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은 조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의 상황을 살펴보면 선관위가 정말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태그:#이명박, #선거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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