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을 키우며 아동발달심리학이나 뇌과학 쪽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뭔가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고 싶다.'

요점은 '관찰에 근거한 칭찬 방법'이었습니다. '잘했어, 멋지다'는 칭찬 말고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를 칭찬하면서 기념할 만한 이벤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칭찬하기'가 아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척 많지만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점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지속적으로 칭찬해주면 습관적인 행동으로 자리잡게 된다. 대개의 아이들은 칭찬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어른의 칭찬이든 또래의 칭찬이든 그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만들거나 조립한 것에 대해 칭찬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전율을 느낀다. ㅡ 하버드대학교 <사회성 발달 보고서>

승인욕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있으며, 사회적 약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인정받고 싶다는 기분이 어른보다 더 강하다. 이때 '잘했구나', '훌륭해'라고 칭찬해 주면 승인 욕구가 충족되어 심리적 쾌감을 얻는다. 이 심리적 쾌감이 뇌의 활성화와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쾌감은 습관이 되므로 아이는 또 인정받고 싶어서 더욱 노력하게 된다. ㅡ <아이의 뇌 부모가 결정한다>(뇌의학 전문의 호사와 다카시)

이론보다 실천이 문제입니다. 고민 끝에 저는 '이달의 가족상'을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상장을 만들고 조그만 케이크과 부상으로 아이의 상황에 맞는 책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상장과 부상 수여를 맡았고 아기 엄마는 사진사 그리고 아이들은 박수부대를 맡았습니다.

상장의 내용도 중요합니다. 저는 두 가지 장점을 꼽는데, 첫 번째는 그간 아이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칭찬할 점을 찾는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가 느끼는 자기존중감입니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잘 관찰하고 있고 거기서 나오는 칭찬은 아이를 크게 북돋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상장을 모아서 보관하면 아이의 발달 상황을 볼 수 있다는 또 다른 잇점이 있습니다. 이번 달에 첫째 민준이와 둘째 민서는 어떤 점을 잘했는지 볼까요.

위 어린이는 형아로서 동생을 잘 돌보고 동생때리기를 많이 줄였으며, 오줌과 똥을 스스로 볼 줄 알고, 밥도 혼자서 잘 떠 먹고, 손톱 발톱 뜯는 것도 많이 줄었기에 그 노력을 높이 평가해 이에 표창함(민준)

위 어린이는 동생으로서 형아를 잘 따르고 배워 나날이 잘 크고 있으며, 스스로 팬티 입기, 밥 떠먹기, 우유 안 흘리기를 잘 하고 있고, 책 읽기와 그리기를 열심히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해 이에 표창함(민서)

상장을 수여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행동과 잘 한 점을 관찰하고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다음 달 상장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지 엄마와 아빠는 관찰하고 냉장고 같은 메모를 하면서 상장 문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상은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책으로 정했습니다.

아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해도 됩니다. 아이가 특별히 어떤 부분을 잘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칭찬과 선물을 준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는 칭찬과 선물을 받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칭찬받은 점을 더 잘 지키려 할 것입니다. 이것은 보상에 의존한 방식만이 아니라 적절한 칭찬까지 포함했기 때문에 부작용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의젓하게 상을 받아요

가족상 2호를 낭독하는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두 돌도 안 된 막내(민서)는 의젓하게 서 있었습니다.
 가족상 2호를 낭독하는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두 돌도 안 된 막내(민서)는 의젓하게 서 있었습니다.
ⓒ 오승주

관련사진보기


효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두 돌도 안 된 막내(민서)는 상장을 읽는 30초 정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아기가 30초 이상한 자세로 서 있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를 키워본 부모님은 알 것입니다.

상장 수여식은 일종의 '제의(祭儀)' 기능을 하는데, 제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아이든 어른이든 엄숙하게 예에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저는 혹시 민서가 상장을 낭독하는 데 움직이거나 상장을 만지거나 할 줄 알았거든요. 제의 방식을 잘 적용하면 아이의 집중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민준이는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하며 좋아합니다. 이것은 민준이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첫째 민준이는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하며 좋아합니다. 이것은 민준이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 오승주

관련사진보기


첫째(민준)는 상장을 받았다며 자랑했습니다. 자랑할 거리가 생긴 것이죠. 사실 첫째가 둘째 장난감을 빼앗고 빈정 상하면 밀고 때리고 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 점을 상장에 반영했습니다. 동생을 때리고 밀치고 싶은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 점을 칭찬해준 것입니다. 이 점은 칭찬을 통해서 계속 줄여나갈 예정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장점치료'라고 부릅니다.

장점을 찾으려면 긍정성을 높여야 하고, 긍정성을 높이려면 관계에서 장점을 찾고 표현해 주며 호감과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ㅡ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

행사 후 이벤트로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꽃고 노래부르기를 했습니다. '생일 축하곡'을 '상장 축하곡'으로 바꾸고 "상장 축하합니다. 상장 축하합니다~" 이렇게 노래를 부르니 아이들이 곧잘 따라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촛불 끄기를 합니다. 촛불 끄기는 특히 첫째 민준이가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둘째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 노래를 두 번 불렀습니다.

행사 후 이벤트로 '생일 축하곡'을 '상장 축하곡'으로 바꿔서 불렀습니다. 축가 끝나고 촛불 끄기는 아이들이 앞다툴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행사 후 이벤트로 '생일 축하곡'을 '상장 축하곡'으로 바꿔서 불렀습니다. 축가 끝나고 촛불 끄기는 아이들이 앞다툴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놀이입니다.
ⓒ 오승주

관련사진보기


상장 수여식을 준비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라서 아기 엄마는 약간 소극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둘째 민서가 의젓하게 상장을 받는 모습과 좋아하는 모습을 사진기로 찍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가족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족 행복 프로젝트로 이달의 가족상 이외에 하고 싶은 것은 '가족 지도 만들기'입니다. '가족 지도 만들기'는 <청소년 감정코칭> 책에서 착상을 얻었는데,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가족 지도 만들기는 훌륭한 가족 화합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도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 친한 친구 등 종이 한 장에 아이를 나타낼 수 있는 관계도를 마인드맵처럼 그리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울 때 지도를 이용하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엄마와 아빠가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좀 자랐다면 엄마 아빠의 지도그리기가 효과적입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많이 궁금해하지만, 그것을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는 일이나 잘하는 것 등을 지도로 표현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해 주면 아이는 가족에 대해서 더 이해를 해서 큰 만족을 보일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들려준 사례입니다. "내가 학교 가고 나면 엄마는 몇 시에 집을 나가? 엄마가 하는 일은 뭐야?"라는 질문에 대해 설명을 해줬더니 아이의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다음 번에는 우리 아이 지도를 만들어서 소개해드릴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셜북스(http://socialbook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족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