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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말수가 줄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치유와 명상의 삼나무숲길.
ⓒ 김종성

제주 올레길 코스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21곳의 올레길들 못지 않은 인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숲이 제주도에 있다. 몇 해 전 개방된 이래 매년 방문자 수가 배로 늘고 있는 '사려니 숲길'이 그곳.

이름부터 무척 호기심이 들게 하는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을 말한다. 숲길의 중간 지점부터 사려니오름까지는 사전에 신청해야 가볼 수 있다. 연중 개방하는 구간은 교래리~붉은오름 간 약 10km다.

완만하고 평탄한 지형의 숲길에서는 물찾오름, 붉은오름, 사려니오름 외에도 자갈 대신 화산석 가득한 천미천 계곡, 서중천 계곡들도 만날 수 있다. 전형적인 온대산지인 사려니 숲길에는 자연림인 졸참나무, 서어나무가 우점하고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다.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삼나무, 편백나무 등도 식재돼 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 정거장에 내리니 길가에 자가용, 전세버스가 즐비하게 서 있다. 숲의 인기를 실감할 만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은, 숲길을 걷다가 주차해 놓은 차를 가지러 가려면 중간에 다시 걸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숲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는 것.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이름도 귀여운 '송이'들이 숲길에 깔려있어 걷는 기분이 상쾌하기만 하다.
ⓒ 김종성

 늦가을 햇살에 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모습이 더욱 운치있는 숲길.
ⓒ 김종성

신령스러운 '신역(神域)의 숲' 

시인 도종환은 <사려니 숲길>이란 제목의 시에서 '신역으로 뻗어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 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주도 말로 사려니, 살안이의 '살'은 신성한 곳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사려니 숲길을 신역(神域)으로 표현한 도종환 시인의 시구와 멋지게 어울리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숲에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사려니 숲을 '사려 깊은 숲'이라 부르고 싶다.

지난 주말(24일) 실제 그 숲길을 걸어봤다. 과연 신의 땅이라 불리는 사려니 숲은 짙고 아름다웠다. 간혹 어디에선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무성한 나무사이를 스치는 소슬한 바람 소리와 낯선 까마귀 소리가 뒤섞여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더욱 물씬했다. 

'숲길에 웬 까마귀?' 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알 만하다. 사려니 숲은 해발고도 500~600m의 중산간 지역에 있다.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도 산지에 까마귀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아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내는 까마귀에 이어 이번엔 레드카펫이 길바닥에 펼쳐진다. 붉은색의 '송이'라 부르는 제주도 특유의 화산 파쇄석 즉 잘게 부서진 화산 덩어리들을 깔아 놓은 거다. 걸을 때마다 서걱서걱 나는 소리도 새롭다.

 나무와 줄기와 덩쿨들이 엉켜있는 풍경, 영화 '아바타'의 한장면이 연상된다.
ⓒ 김종성

 천미천 계곡 물가에 물을 마시러 까마귀들이 모여 들었다.
ⓒ 김종성

온화한 기후 덕분인지 사려니 길 주변 수목들은 육지보다 한결 풍성하고 짙다. 나무들이 굵고 육감적이다. 굵은 줄기의 큰 키나무들을 간혹 팔뚝만 한 굵기의 덩굴식물들이 휘감고 있다. 쌀에 섞인 돌을 골라내기 위해 쓰는 조리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조릿대', 나무줄기가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생겨 무척 인상적인 '서어나무' (제주말로 '서리낭'), 키 작은 작은 관목들도 무성하다.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남성, 고사리, 둥글레 등도 공존한다.

 사려니 숲길엔 기묘한 모습의 나무들이 많아 발길을 멈추게 된다.
ⓒ 김종성

가수기목(街樹奇木)이라 하여 아름다운 나무와 기묘하게 생긴 나무들이 어울려 있는 모습은 영화 '아바타'의 숲 풍경을 연상시켰다. 탐방 안내소 직원이 숲길을 걷다가 운이 좋으면 노루나 사슴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까마귀들 뿐이다.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에 푹 빠져 걷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숲길을 가로지르는 '새왓내'라는 물길을 지난다. 한라산 정상부 동쪽 사면에서 발원해 중산간 마을에 식수를 대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경계 삼아 휘돌아 흐르다 제주도 표선 바닷가로 흘러가는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25.7km) 천미천(川尾川)의 지류다. 자갈대신 화산석 가득한 냇가도 이채롭고 삼삼오오 모여 뾰족한 부리로 냇물을 마시는 까마귀들도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숲길 가운데에 물찾오름가는 들머리가 있다.
ⓒ 김종성

 치유와 명상의 길에 이어져 있는 삼나무 숲길
ⓒ 김종성

듬직한 초병들의 호위, 삼나무 숲길

사려니 숲길의 중후반 코스 격인 물찻오름 표지석 앞에 쉬어가기 좋은 정자가 있다. 정상의 분화구에 찰랑찰랑 물이 고여 있다는 물찻오름은 아쉽게도 자연휴식년제로 올해까지 출입이 안 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입구에 주차한 차 때문에 다들 돌아가고 숲길을 오롯이 혼자 걷는다.

때마침 나타난 숲길 코스 이름이 '치유와 명상의 숲길'이다. 이 숲길은 온통 큰 키의 삼나무들이 호위하고 있다. 평생 제주도의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휘어짐없이 꼿꼿하게 자라나다니 대단하다.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사람들이 말수를 줄인다. 숲의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다.

1930년대 제주도가 벌겋게 헐벗었을 때 제주도민들이 일본에서 빠르게 자라는 삼나무를 들여와 바로 이곳 일대에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려니길 입구 주변의 삼나무들은 수령이 80년쯤으로 유난히 굵단다. 이곳에서 키운 묘목들이 제주도 곳곳으로 퍼져나가 현재처럼 한라산과 중산간, 오름의 주인이 되었다고 안내소 직원은 전했다.

 삼나무숲 길가에 있는 이름없는 무덤이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 김종성

숲길의 끝무렵 '붉은 오름'에 이르러도 삼나무 숲은 계속 이어진다. 붉은 오름(529m)은 옛적 이 부근이 벌거숭이 민둥산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붉었던 '송이'의 색깔도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붉은 오름보다 내 눈길을 끈 건 삼나무숲 길가에 마치 조형물처럼 생겨나있는 무덤들이었다. 묘비석이 없는 무덤이 울창한 삼나무숲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여기까지 걸어 오느라 수고했다며 길 양 옆에서 억새꽃들이 반가이 손을 흔든다. 억새들이 춤을 출 적마다 어디선가에서 억센 그러나 신선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불어온다. 제주의 공기가 유난히 깨끗하게 느껴지는건 이렇게 바람이 계속 불어와 나쁜 공기가 머물지 못하게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규칙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게서 바다의 내음과 파도의 출렁임도 느껴진다.

붉은오름 출구로 나오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가는 버스가 20분마다 온다. 사려니 오름까지 가고자 하면 미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산림연구소 (064-730-7272)에 신청을 해야 한다. 사려니 숲길 중간중간에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매점은 없으니 도시락과 물은 필히 지참해야 한다.

 제주시 비자림로에서 서귀포시 붉은 오름까지 약 10km의 사려니 숲길
ⓒ 김종성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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