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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나무 틀을 만드려고 종이를 다듬고 있는 아이
 석고나무 틀을 만드려고 종이를 다듬고 있는 아이
ⓒ 권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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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유아교육과정을 공부하지 않은 내가 유일하게 선생님으로 불릴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인천 남구에 위치한 송월장로교회가 운영하는 '다문화 유치원'이다. '다문화 유치원'은 교회에서 공간을 마련해 실시하기 때문에 정식유치원은 아니지만 활동 면에서 일반 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문화 유치원'은 매주 선생님과 봉사자들이 의논하여 준비한 고정프로그램과 주마다 달라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된다.

고정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노래와 율동을 하며 시작되고 이후엔 '오르다'라는 과거 유대인들이 아이일 때 했던 놀이를 한다. '오르다'는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굉장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서 매주 '오르다' 전문 선생님이 방문해 빠지지 않고 운영한다. 고정프로그램이 끝나면 매주 선생님과 봉사자들이 의논해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피자빵 만들기, 영어수업, 동화책 읽어주기, 석고나무 만들기 등 매주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간다.

선생님과 봉사자들이 프로그램기획을 논의하는 모습
 선생님과 봉사자들이 프로그램기획을 논의하는 모습
ⓒ 권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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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유치원에서 함께 봉사하는 형이 한 말이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있는 시간 동안 학부모들이 한국어교육이나 여가활동 등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과 봉사자들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좋아라해 주는 아이들 때문에 매주 나오게 된다."

일상 속 시간을 쪼개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쉽진 않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더 재밌는 것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찬다. 또 다문화 유치원은 매주 교회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고 단체로 '뽀로로 테마파크'에 놀러가거나 인근 지역 축제를 방문해 체험학습도 진행하는 등 아이들에게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뇌발달에 도움되는 '오르다'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두뇌발달에 도움되는 '오르다'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 권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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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한 손으로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조그만한 손으로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 권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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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아이들과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을 처음 보러 가던 날,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언어의 차이였는데 서툴긴 해도 한국말을 곧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외적인 차이는 다소 있었지만 명랑한 목소리로 궁금한 걸 물어보고 장난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명절날 보는 비슷한 또래의 내 사촌동생들과 똑같았다. 가끔은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러 왔지만 아이들과 놀아주며 함께 웃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귀엽고 순수한 요녀석들 덕분에 내가 더 해맑게 웃고 가는 것 같아 내가 느끼는 아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훨씬 더 크다.

현재 우리사회의 다문화 가정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고 2050년엔 3세대 중 한 세대가 다문화가정 자녀일 것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추세에 비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펴줄 사회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다문화가정의 사회적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문화 동아리활동, 다문화가정의 어울림을 위한 생활체육 확대, 보육비 지원 등 정부의 노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 만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다문화가정 중 대부분은 국제이주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무관심까지 더해진다면 그들이 이국땅에서 감내해야할 삶의 무게는 아주 무거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무게를 덜어주기 위한 우리 사회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선입견의 극복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만이 다문화가족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다. 


태그:#다문화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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