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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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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부정을 덮기 위한 자살"로 표현했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비방'은  박근혜 후보가 이번 대선을 '노무현 죽이기'로 치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게 한다.

김 본부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농어업 경쟁력 강화 특위 발대식에서 "권력형 부패의 사슬이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되지 않았느냐"며 "노무현 대통령도 자기 스스로 부정을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제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사실을 상기시킨 김 본부장은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라며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자랑스럽게 공개해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는데 국가 공권력 집행을 제대로 못했다"며 "정권 초기 노무현 대통령이 박아놓은 대못을 빼야 할 시기에 '병든 소를 수입해 우리 국민들을 다 미치게 만든다'는 말도 안되는 말에 우리나라 심장부인 광화문이 90일 이상 정령당하는 마비사태가 왔다"고도 했다.

김 본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부정을 감추기 위한 자살"로 표현한 것에 민주통합당 측은 분노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김 총괄본부장의 발언을 "자신들(새누리당 정권)에 의해 죽음을 당한 전직 대통령을 정략적인 목적을 위해 부관참시하려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포기한 패륜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최소한 정치적 금도는 지켜야 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라고 말한 인식은 5·16쿠데타와 유신쿠데타 두 번의 쿠데타로 종신독재를 꿈꿨던 독재자의 후예답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변인인 진성준 의원은 브리핑에서 김 본부장의 '촛불시위를 제압했어야 했다'고 한 데 대해 "박근혜 후보가 집권하면 정치적 비판세력을 무력으로 쓸어버리겠다고 하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면서 "김무성 본부장이 박근혜의 차지철을 자처하고 나선 것 같다"고 논평했다.

진 대변인은 "1979년 부마항쟁에 대해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이나 희생시켰는데 우리가 100만이나 200만을 희생시키는 게 무슨 대수냐'고 했던 차지철을 떠올리게 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연이은 노무현 비방과 색깔론...외부인사 김성주도 정치권 악습 좇아

김성주(가운데)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과 이인제(우) 공동선대위원장
 김성주(가운데)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과 이인제(우) 공동선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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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통일당 대표였다가 합당 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위원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경험은 대통령 비서라는 것 밖에 없다"며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부패혐의에 쫓겨 자살했다. 정치적으로 (문 후보는) 영원히 죄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 나와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총괄본부장이 색깔론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은 수차례에 이른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 확충 재원에 대해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는 식으로 대답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주창하며 사용한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도 복지 확충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안 후보의 복지에 대한 생각을 '마르크스주의 슬로건'으로 몰아붙인 것.

김 본부장은 지난달 16일에도 "일제 시대엔 독립, 6·25 때는 빨갱이(척결), 독재 때는 민주화 투쟁 등 언제나 시대적 소명이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은 진보의 탈을 쓴 종북 세력에게 정권을 주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에게 '종북 세력'의 딱지를 붙인 것이다.

김 본부장은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기 전인 9월 24일에도 "새누리당 안에 나 같은 민주화 세력이 있다.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여러분은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6월 10일 시위를 전국적으로 주도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상임집행위원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본부장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 일반회직자 명단에 올라있기도 하고, 6월 항쟁을 기록한 사진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 본부장의 발언을 실수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무턱대고 덮어씌우기'는 정치권의 오래된 악습이지만, 최근에는 '외부 수혈 인사'들까지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가이면서 정치이력 없이 이번 대선판에 뛰어든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박근혜 후보는 얼마나 색깔이 확실한가. 우리나라에 대한 정체성도 명확한데 저쪽은 애국가도 안 부른다. 저런 세력에 나라를 맡기면 큰일 난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공식행사에서 항상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태그:#김무성, #이인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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