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올해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올해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KBS


"아무리 생각해도 과분하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수 싸이가 옥관훈장을 수상하고 난 뒤 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훈장을 수여한다. 이는 등급별로 5가지가 있다. 그 중 옥관훈장은 4등급에 해당하는 상으로 수상하는 문화예술인에게는 큰 영예다. 어떤 사람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국위선양으로 보았고, 어떤 사람은 중독성과 풍자의 절묘한 조화가 멋진 곡이라고 평했다. '강남스타일'과 관련된 기사와 평론이 연신 쏟아지고 그 인기도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인기가 불안한 건 왜일까?

잊히기엔 너무 중요한 시대의 가객(歌客)

18일 방송된 KBS 1TV < KBS스페셜-가객(歌客) 배호의 귀환 > 편에서는 탄생 만 70주년 된 한 가수를 기리며, 그를 통해 한국 대중 가요사를 들여다보았다. 그 가수는 '누가 울어'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비 내리는 명동 거리' 등의 명곡을 남긴 배호다. 그는 스물아홉 나이로 요절해 이미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주옥같은 명곡은 아직도 남아 사람들에게 불린다. 싸이가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대중가수 최초로 수상한 이도 배호다.

 <돌아가는 삼각지> LP판과 활동 당시 배호

<돌아가는 삼각지> LP판과 활동 당시 배호 ⓒ KBS


가수 배호는 이미자, 현인과 함께 '창법' 칭호를 가진 세 명의 가수 중 한 명이다. 미성으로만 불렸던 트로트가 그를 통해 거칠게 표현되었고 뱃속 깊은 곳에서 울분처럼 올라온 그만의 독특한 창법이 1960년대를 가득 채웠다. 그렇게 배호는 '배호 스타일'로 한국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 전통 트로트와 당시 들어오기 시작했던 외국 노래의 융합 또한 배호의 탄생을 도왔다. 지금도 그의 노래에서는 한국 트로트와 미국 음악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급하게 진행된 경제발전과 정치적 자유가 억압된 시대에 살던 이들은 배호의 노래를 통해 차마 말하지 못했던 슬픔과 회한을 표현할 수 있었다. '비에 젖어 한숨을 토하고, 또 눈물을 흘리고 쓸쓸히 돌아서는 사나이'가 주인공인 가사는 자연스레 그 시대를 살던 '한 사나이'를 떠오르게 한다. '나와 관련 없는 이'라 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이가 우리네 할아버지고 이름 모를 공순이, 공돌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말은 우리 대중가요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려준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말은 우리 대중가요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려준다. ⓒ KBS


지금 젊은 세대 중에는 영국의 비틀스는 알면서 배호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배호의 히트곡 수가 비틀스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일단락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음악의 좋고 나쁨을 평하기 전에 대중가요 또한 우리의 역사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가수 사전도, 가요 박물관도 없다. 방송시장은 넓어졌는데 콘텐츠가 없다고 한탄할 것 없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뿌리 없는 성장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 콘텐츠가 그 생명력을 잃는 게 자명하다. 한류를 논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우리네 대중 가요사를 정확하고 세밀하게 정리해야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사랑받는 우리네 가요가 그 뿌리와 근본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는 앞서 말했듯이 '불안한 행복'일 뿐이다.

< KBS스페셜 >의 똑똑한 기획 편성

 전성기 시절의 배호

전성기 시절의 배호 ⓒ KBS


< KBS스페셜 >은 심성락, 고 김광빈, 신중현, 문주란 같은 가요계 선후배를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 재즈그룹 프릭스 리더 에티앙과 동행하며 배호를 보는 외국 뮤지션의 시선도 담아냈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 박성서는 시청자에게 배호에 관한 정보를 쉽게 설명해주는 동시에 한국 대중 가요사 정리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배호의 노래로 그 시대를 살았던 팬들의 모습은 지금의 팬덤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로 하여금 현재를 더 돌아보게 한다.

이번 < KBS스페셜 >은 편성 부분에서도 영민함을 보였다. 오는 11월 24일과 12월 1일 <불후의 명곡2-배호 편>(KBS2)이 방영될 예정이다. 12팀의 아이돌 가수가 열띤 경연을 펼치는 가운데 다시 재조명될 배호의 음악이 기대된다. 배호의 음악이나 한국 대중 가요사에 관심이 있는 기민한 시청자라면 <불후의 명곡2>를 시청한 뒤, < KBS 스페셜 >를 분명 찾아보게 될 것이다.

KBS 스페셜 배호 싸이 대중가요사 불후의 명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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