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지난해 3월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 ISIS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 사람들은 대부분 원자력 안전 신화에 빠져 살았다. 원자력계는 핵발전이 다중의 방호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고와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을 지켜봤다. 지진과 쓰나미 앞에 손도 쓰지 못한 채 무너져 내린 핵산업의 실체도 확인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사회주의 국가의 낙후된 기술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서방형 원전을 채택한 나라에서는 결코 폭발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와 원자력계의 주장은 완벽한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사고 원전들은 아직도 방사능을 내뿜으며 끓고 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슬로 라이프' 제창자인 쓰지 신이치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가 준 유일한 교훈은 생명의 최저 선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방사능 재앙으로 물과 공기와 땅, 먹을거리 등 모든 것이 오염됐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모유를 먹이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됐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미혹되어 살아온 결과, 방사능 재앙의 세상을 맞이한 것이다.

몰락하는 핵산업, 핵국가 만드는 이명박 정부

 원자력이 2030년에 28% 가량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1차에너지로 전기밖에 생산 못하는 원전은 사실상 8%가량에 불과할 전망이다.
ⓒ 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일본 국민들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방사능 오염의 공포 속에서 생명을 대가로 가동되는 원전을 버려도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가 앞 다투어 탈핵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후쿠시마 재앙 직후 원전 8기를 폐쇄했던 독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가능에너지가 갈탄에 이어 두번째의 전력공급원으로 떠올랐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만들어낸 에너지로 원전 18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수출했다. 계속되는 핵발전 폐기 정책으로 세계 전력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3년 17%에서 2011년 11%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를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며 핵발전 확대 정책을 계속 추진해왔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원자력을 IT와 조선산업을 이을 3대 산업으로 선정하고 삼척·영덕 지역을 신규원전 부지로 선정하는 등 원자력 확대의 고삐를 멈추지 않았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9%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원전 추가건설계획 확정뿐만 아니라 신규원전 부지 선정까지 마쳤다. 핵발전 확대에서 나아가 세계적으로 경제성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실패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과 나트륨 냉각 고속로 건설도 결정했다. 원자력발전을 넘어 '원자력클러스터' 조성, 그러니까 아예 이 땅을 핵산업 단지로 만들어 원자력 대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원자력계 이익 대변자를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에

원자력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는 강창순씨를 임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원전 비중을 7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대에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물이다. 원전 사업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용역사업을 수탁 받아 일 해오면서 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을 맡는 등 평생 원전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자이다.

강 위원장은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 도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세슘에 오염된 아스팔트를 걷어낸 구청장을 비난하며 모든 일을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식품이나 각종 물품들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는지 어떻게 일일이 조사하냐며 그건 원자력안전위원회 일이 아니라고 했다. 원자력 안전은 사업자인 한수원이 알아서 책임질 일인데, 괜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규제'라는 말 대신 '안전'이라는 말을 넣어서 안전 문제까지 마치 자신들에게 책임지라는 것처럼 되었다고 말했다.

사건·사고 많은 원전, '0등급'이라 괜찮다고?

올해만 하더라도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중고부품·짝퉁부품·위조 부품 사고, 안전담당 직원의 마약복용까지 그 사건사고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런데도 핵산업계는 짝퉁부품 위조부품으로 원전을 가동하다 사고가 나면 앵무새처럼 방사능 누출사고가 없는 0등급 사고라고 둘러대기에 바쁘다.

전체 원전고장사고의 20%를 차지하는 사고 투성이 고리 1호기에 대해 국민의 79%가 폐쇄의견을 냈음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히려 원전 수명을 60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행정규제완화 계획을 추진했다.

다른 원전에 비해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의 양이 많고, 비상노심냉각장치도 미흡하며, 수소제거기조차 없는 월성 1호기(CANDU 형 중수로 원전). 수명연장에 필요한 안정성 평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수명연장을 위해 부품과 설비 교체에 7천억 원을 투자했다.

원전안전사고가 일어나 국민의 탈핵여론이 확산될 때마다 정부와 원자력계가 빼드는 것은 '전력난'이다. 위조부품이 드러나 영광 5,6호기 가동이 중단되자 '전력난'이 걱정된다며 국민들에게 '재가동 협박'을 했다. 사업자와 감독기관의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도 '전력난 물타기'를 시도하며 원전 비리의 본질을 희석시켰다. 사고가 나면 늘 하던 식으로 자기들만의 조사단을 '민관공동조사단'이라고 이름붙여 형식적으로 안전조사를 했다. 그 뒤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또 하던 대로 할 것'이 분명하다.

노후 원전 폐쇄해도 전력난 막을 수 있어 

 지난 6월 21일 정전 대비 훈련시 전기 절감 효과 전날에 비해서 피크 시간대에 전기소비가 대폭 줄었다.
ⓒ 지식경제부

후쿠시마 사고가 있기 전까지 원전 없는 일본 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이후 일본은 54기 원전 전체를 중단하고서도 두 차례의 여름을 났다. 정전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절전과 자가발전의 이용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원전의 빈자리는 사라졌다.

전력사용량은 시간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다. 원전은 피크시간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아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요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6월 21일 정부가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20분간 정전훈련을 실시했을 때 확보한 예비전력량은 무려 548만㎾, 원전 5기 이상이 생산하는 전력량을 확보했다.

단 20분으로 그 정도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일본이 절전을 통해 원전을 대체했다는 걸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전국의 대형 건물들에 원전 19기에 해당하는 자가발전설비가 있다. 전력난이 우려되는 시간대에 자가발전기들을 가동하면 충분히 전력공급을 할 수 있다.

물론 비상용 자가발전기에는 주로 경유(디젤)를 연료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 비용이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따라서 발전 비용에 대한 연료 보조금을 정부가 지급함으로써 피크 타임이나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때 의무적으로 발전기를 돌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전력수급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원전이 몇 개 중단되더라도 절전을 포함한 수요관리와 자가 발전을 이용한다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대안이 있는데도 쓰지 않으면서 원전 타령, 전력난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한 재생가능한 에너지

 핵발전소는 1990년부터 정체기였다.
ⓒ PD Dr. Lutz Mez. Nuclear

핵발전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망한 산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2 세계 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일본과 프랑스가 원자력 축소의사를 밝혔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천연가스에 그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총발전량 중 거의 1/3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2035년이 되면 석탄을 따라잡아 세계 최대 발전원의 자리를 넘볼 것으로 예측했다. 핵발전이 급격하게 몰락하는 반면에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핵발전보다 5배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투자를 통해 2004년 16만 개였던 일자리가 2010년 말 총36만 7400개로 늘어났다. 이는 독일 경제성장과 고용안정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분산형 소규모 발전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의 참여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초고압 송전탑이 필요 없으니 송전탑 건설로 인해 희생되는 지역도 없다.

연료 값이 공짜이기 때문에 석탄이나 우라늄 수입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에너지 자립도 또한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방사능 재앙은 물론 핵폐기물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는 밝다.

원전 없는 세상을 위한 첫걸음, 탈핵후보에게 투표를!

 '탈핵후보에게 투표합니다' 캠패인 사진
ⓒ 환경운동연합

 [2012 대선 공약 검증-오마이뉴스가 묻는다⑨]원자력발전, 언제까지 의존해야 하죠?
ⓒ 고정미

수명이 다한 고리·월성 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더 이상의 원전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그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는다. 원자력발전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핵사고를 당한 일본의 방사능 재앙과 원전 정책 변화를 지켜보더라도 우리가 갈 길은 자명하다. '영원히 위험한 원자력발전 국가로 남느냐 아니면 탈핵의 길로 가느냐?'는 결국 국민의 의지와 정책적 결정에 달려있다.

문제는 '우리가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당하고 바뀌느냐, 아니면 지금 변화하느냐'이다. 다행히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심상정과 같은 대선 후보들이 탈핵에너지전환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고리와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신규원전(건설계획 확정된 원전 포함)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더불어 재생가능한 에너지 확대 목표를 분명히 제시한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박근혜 후보는 원자력에너지에 관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탈핵으로 가는 시대를 열지 못한다면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기 어렵다. 후쿠시마가 보여준 교훈은 사람을 죽이는 원전 없이도 전기를 쓰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재앙은 남녀노소,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원자력마피아에게 우리와 아이들의 생명을 저당 잡혀놓고 핵사고의 공포 속에서 살 수는 없다. 핵의 고리를 끊는 일은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정치의 변화 없이는 탈핵의 길은 요원하다. 절박한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해 정치를 바꿔 탈핵으로 가는 길을 열자. 탈핵을 주장하는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는 일, 이제 여러분의 몫이다.

☞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http://www.vote4green.org/) 사이트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입니다.



태그:#탈핵, #환경운동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