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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특검 압수수색팀이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내곡동 특검 압수수색팀이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내고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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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후 8시 40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특검 수사 비협조가 막바지까지 선을 넘고 있다. "이 정도면 비협조를 넘어 수사 방해 아니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오후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데 이어,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까지 거부했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관계 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의 의견을 들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 종료일을 이틀 앞둔 12일 저녁 현재까지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의 최측근 설아무개씨와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 (주)다스 회장의 부인 박아무개씨는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윤옥씨에 대한 조사는 특검팀에서 원했던 방문조사가 관철되지 않고 서면조사에 그쳤다.

이번 의혹에서 핵심적인 증거물인 이시형-이상은 차용증 원본 파일에 대해서도, 이시형씨의 검찰 서면 진술서 대필 행정관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여전히 "모른다"는 입장이다.

장주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타 팀장은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은 퇴임 이후 다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 압수수색 거부, 6시 30분 수사기간 연장 거부

내곡동 특검 압수수색팀이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마친 가운데 서형석 공보특별수사관이 기자들에게 이번 압수수색에 관하여 간략하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내곡동 특검 압수수색팀이 1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끝마친 가운데 서형석 공보특별수사관이 기자들에게 이번 압수수색에 관하여 간략하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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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특검팀의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무산된 직후인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하금열 대통령실장,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재원 법제처장, 이달곤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 장다사로 총무기획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 재가 여부를 논의한 뒤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의 거부로 특검이 법정 수사기간을 모두 사용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이후 두 번째다.

최 수석은 거부 이유로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으며 ▲수사가 길어질 경우 임기말 국정운영 차질 우려가 있고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을 준다 등을 제시했다. 그는 "특검이 지난 9일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유로 든 청와대 압수수색이 12일에 이뤄지는 등 특검이 제시한 사유들이 청와대의 적극적 협조로 대체로 해소됐다"면서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는 최 수석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관심을 모았던 경호처에 대한 영장 집행은 끝내 불발됐다.

이날 오후 2시경 특검팀과 청와대 측은 서로 합의한 '제3의 장소'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립고궁박물관 건너편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특검팀은 청와대 측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사저 땅 계약 관련 자료를 검토했다. 청와대 측의 설명도 들었다. 약 한 시간 동안 명시한 자료 중 일부는 확인이 되고 설명도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특검팀은 경호처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들어 거부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청와대는 대통령(책임자)의 허가가 없으면 강제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 법원으로부터 받은 압수수색 영장이 아무 효력이 없는 종이 쪽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서형석 특검팀 특별수사관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일 영장에 기재된 조건에 따라 영장을 제출하고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들을 제출받았습니다. 임의제출 자료들을 특검팀에서 검토한 결과, 이것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여 영장에 따른 집행 개시를 하겠다고 통지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형사소소송법 관계 규정에 따라 승락을 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이것으로 금일은 집행불능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이시형 진술서 대신 쓴 행정관 누군지 모른다? 차용증 원본파일도 삭제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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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본인과 일가가 수사대상인 사건에서 이 대통령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과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대통령 측의 수사 비협조는 특검 출범 초기부터 계속되어 왔다. 특검 출범 전날 중국으로 출국해 도피 논란이 일었던 이상은 (주)다스 회장은 이 대통령의 큰형이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에 대한 서면 조사도 끝까지 버틴 결과다. 당초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의 부인인 점을 감안해 소환 조사가 아니라 방문 조사를 원했다. 서면 조사와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대면 조사(소환 또는 방문 조사 등)는, 조사를 받는 사람의 태도 등에 의해 조사자가 받을 수 있는 판단 영역이 존재하는 등,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시형씨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돈거래 흔적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 설씨는 김윤옥씨의 최측근이고, 이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의 집에서 6억원을 가져갈 때 건네줬다는 박씨는 이 회장의 부인이자 이 대통령의 형수다.

이번 수사에서 의혹을 밝히는데 핵심적인 단서인 이시형-이상은 차용증 원본 파일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이미 삭제되어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또 이시형씨의 검찰 서면 진술서를 대신 써준 행정관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장주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변호사)은 "아직 여러 의혹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진상을 규명하기 보다는 은폐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사무처장(변호사)는 "국민의 열망과 여야 합의 특검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이 의혹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재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수사대상자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수사를 안 받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되면 퇴임 후에 다시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광범 , #내곡동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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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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