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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으로 6일 밤 오바마의 재선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애틀랜타의 오바마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 (EPA=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6일 밤 오바마의 재선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애틀랜타의 오바마 지지자들이 기뻐하고 있는 모습.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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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하기 힘든 선거였다. 워낙 2008년 경제 위기의 충격이 커서 지난 4년간의 오바마 경제 회복 정책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견해가 양분된 상황이었고, 10월 3일 첫 번째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롬니 후보가 승기를 잡아 오바마의 재집권이 어렵지 않은가 하는 예측도 가능했다. 그러나 선거 당일 승자 선언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30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오바마 후보가 격전지 주 경쟁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이번 선거가 향후 4년간 미국 정치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다. 이번 대선은 미국민이 민주와 공화로 정확히 양분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따라서 재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의 성공 여부는 미국이 처한 경제 문제와 연방정부 재정 적자의 해결을 위해 비 당파적 대타협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오바마의 재선을 가능케 한 데에는 지난 3개월간 충분치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향상된 각종 경제지표였다. 그러나 정확히 양분된 선거전에서 매우 근소한 득표차로 격전지 주의 선거인단 확보에 성공한  결정적 요인은 여성,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 노동자 등 사회 소수계층의 연합이었다. 이 유권자 연합의 저변에 정보화 시대의 민주주의 미래와 관련해 고무적인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 증가 현상이 그것이다. 

2008년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유권자는 18세에서 29세의 젊은 투표권자들이었다.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투표율과 쏠림 현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그래서 오바마 재선 가능성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 중의 하나로 지목했었다. 예상과는 달리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 의하면 젊은층의 투표율이 지난 대선에 비해 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각 주의 전체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각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의 대통령 간접 선출 방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젊은층의 표를 거의 독점함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성공했다고 할 만한 통계들이 속속 집계되고 있다. 

60% 이상 몰표, 소셜 정치혁명 세대가 승패 가르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두 격전지 주에서 이들로부터 받은 두 후보간의 표차를 살펴보자. 오하이오에서는 오바마가 62%, 롬니가 35%를, 그리고 플로리다에서는 각각 66% 대 32%를 차지했다. 그 다음 연령층인 30~44세 그룹의 득표에서도 오바마가 롬니 후보를 이겼지만 그 차이는 젊은 세대의 쏠림현상에 미치지 못했다. 45~64세와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오히려 롬니가 오바마를 큰 편차로 이겼다. 

2008년 오바마와 메케인간의 편차를 고려하면 젊은이들의 오바마 쏠림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실제 이 두 개 주에서 두 후보간 득표차를 보면 이번 오바마의 재선 성공에 기여한 젊은층의 쏠림 현상의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오바마는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 각각 1.9%포인트와 0.6%포인트 차로 대어를 낚은 것이다. 이렇게 작은 표차로 각각 18명과 28명의 선거인단을 독차지한 오바마의 승리에 기여한 젊은 여성, 소수인종 그리고 노동 유권자들의 기여도는 결정적이지 않은가? 

단지 오바마 쏠림 현상만이 아니다. 전체 투표율에서도 전체 유권자의 21%를 차지하는 이들 젊은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 전체 투표의 19%를 차지함으로써, 정보화 시대 소셜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핸드폰 세대들이 주요 선거에서 미칠 수 있는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파워가 증명된 것이다.

필자는 2002년 한국 대선과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전통적으로 정치 무관심 층인 젊은 세대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함께 주요 정치담론과 선거에서 어떻게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는가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의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와 역사적인 2009년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에서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각종 재보선에서도 온라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젊은 세대의 정치적 동원력과 영향력은 검증되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적지 않은 유권자 층이었으나 그동안 가장 저조한 투표율과 정치 참여율을 보여왔던 젊은 세대가 정보화 시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중요한 학문적 가설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한국 대선, 치열하고 진정성 있는 단일화 과정이 관건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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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정치는 좌-우, 민주-공화의 축으로 극적인 대립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과반수를 획득한 지도자가 대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기대하기 힘든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 있다.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대립 정치 전선이 형성된 것일까?

유권자들과 각 선거구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선거 막바지까지 이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정보화 시대의 선거 캠페인 전략이 이에 일조하고 있다. 오바마 선거본부는 각 격전지 주의 당락을 결정할 몇 개의 카운티 유권자에 관한 완벽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유권자들의 개인 성향과 정치적 정향 그리고 지난 주요 선거에서의 투표 경향은 물론 각각의 선거구에서 승리에 필요한 추가 투표율까지 정확히 분석해, 필요한 수의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동원하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선거전략을 성공시켰다.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유권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이 정보를 투표장으로 구현시킨 온라인-오프라인 연결의 치밀한 선거전략으로 인해 유권자 층은 더욱 더 세분되고 양분되기 마련인 것이다.   

과거의 지역 구도와 현재의 좌우 양분 대립 구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대선 역시 미국과 같이 근소한 득표차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 동성연애, 이민, 여성의 권리 등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한국의 경우 양분된 구도에서 당선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매우 유동적이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매일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있는 소셜정치 혁명세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등을 통해 그들만의 담론을 전개하다가 중요한 시기에 결정적으로 대중 동원이 가능한 선거 정치의 블루 오션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기존의 언론 매체에 족적을 남기지 않는 소셜정치 혁명세대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후보의 정치적 진정성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각 후보의 비전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한다.

현재의 대선 국면에서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세력은 단일후보를 만들어 내야 하는 야권에 있다. 이에 실패하면 선거 결과는 불보듯 뻔해진다. 소셜정치 혁명세대들은 야당의 후보 통합이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지는지 주목한다. 치열성과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단순한 후보 단일화 과정만으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통해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정치권력의 독점현상을 타파하는 정치개혁의 비전이 제시된다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소셜정치 혁명세대를 장악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 정치개혁의 중심에 '5년 시한부 암환자'와 같은 대통령제의 개혁이 있다. 당선과 동시에 몸 안의 암이 시작되어 임기 말이 되면 대부분 불행한 상황으로 귀결되고 마는 오랜 유산을 청산하는 정치 개혁 일정이 제시될 때 이 세대들은 주목할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의 정치권력 독점을 담보하는 정치 권력 기구의 개혁 또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이후 행정권력 비대 정치 제도를 고착화시켜왔다. 개발 독재 당시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 낸 중심축이기도 하지만 이에 비해 왜소하기만 했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정치 비전도 제시돼야 한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법을 제정하고 비대화된 행정 권력을 감시 견제할 충분한 권력의 배분과 인력 그리고 예산의 배치가 입법부에 주어지는 정치개혁 비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의회 이전 같은 대수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선진국 수준을 능가하는 한국 국회의원의 세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입법 조사국과 같이 행정부의 예산 발의와 집행 과정 전체를 실제로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의회의 연구 기능이 확대되지 않는 한 조선, 일제 그리고 개발독재를 통해 비대화된 행정 권력의 분산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안철수 현상은 한국의 이번 대선이 바로 이러한 정치개혁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낼 수 있는 후보를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후보 신뢰성을 검증하는 젊은 세대

이번 미국의 대선이 우리 정치인에게 시사하는 또 한 가지 교훈이 있다. 후보에 대한 신뢰 문제이다. 2008년 몰락한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워낙 느렸기에, 베인 캐피탈 창업자이자 메사추세츠주 주지사로 성공한 사업가와 행정가 경력을 가진 롬니 후보가 너끈히 당선될 만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가 과연 국민 대다수가 처한 경제적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할 신뢰할 만한 정치인이냐였다. 롬니는 이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소셜 정치혁명세대들은 양당 후보의 일상 언행에서 이 신뢰의 문제를 그들만의 공간에서 검증하고 있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기간 중 신뢰 결핍증에 빠진 후보는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에 이 젊은 세대들의 표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격전지 주에서 매우 근소한 차로 롬니 후보를 따돌린 오바마 재선의 특등 공신은 2008년 초선 상원의원이며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후보인 오바마를 당선시킨 18-29세 젊은이, 그것도 온라인 소셜 미디어의 주역들이라는 것이 분명해졌고,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통계들이 속속 공개될 것이다.

미국의 대선 상황과 많은 점에서 유사한 정황을 보이고 있는 한국 대선 국면에서 곰곰히 반추해 봐야 할 점들이다.

덧붙이는 글 | 한종우 기자는 미국 시러큐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로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도서출판 부키)을 썼습니다. jonghan@syr.edu



태그:#미국대선, #오바마, #후보단일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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