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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확정을 보도하고 있는 <허핑턴 포스트>
▲ 만세 오바마!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확정을 보도하고 있는 <허핑턴 포스트>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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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오바마'

현지시각으로 6일 밤 <허핑턴포스트>는 '만세 오바마'라는 기사를 통해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초박빙 접전이었던 2012 대선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현재 미국의 모든 방송은 시카고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축하 연설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승리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승리를 장담했던 롬니 측은 패배 연설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롬니 지지자들은 의외의 결과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다른 임기 시작!"

앉아서 투표하는 사람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앉아서 투표하는 사람들,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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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드디어 종료 선언을 앞두고 있다. 선거일인 6일 오후(동부 현지 시각), NBC'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는 선거 특별방송의 첫멘트를 이렇게 시작했다.

"또 다른 임기 시작? 아니면 또 다른 대통령?"

초박빙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버지니아가 오후 7시(이하 현지 동부 시각), 대표적인 경합주인 오하이오가 7시 30분, 플로리다와 뉴햄프셔가 8시, 콜로라도와 위스콘신이 9시, 네바다와 아이오와가 10시에 각각 투표를 마감하게 된다. 가장 늦게 투표가 끝나는 주는 7일 오전 1시에 끝나는 알라스카다. 

투표장 입구. 투표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여전히 득표활동을 하는 선거운동원이 보인다.
 투표장 입구. 투표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과 여전히 득표활동을 하는 선거운동원이 보인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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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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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번 대선 현장을 찾았다. 대표적인 경합주의 하나로 꼽히는 버지니아의 해리슨버그. 투표장소로 지정된 스톤 스프링 초등학교를 찾았다.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길 양옆에는 오바마-바이든, 롬니-라이언 이름이 적힌 팻말이 서 있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비롯, 상원의원 3분의 1(33명), 하원의원 전원(435명), 주지사 11명을 뽑는 총선거이기 때문에 투표장 입구 팻말에는 상원의원, 하원의원 등의 이름도 군데군데 보였다.

투표장소인 스톤 스프링 초등학교는 제임스 매디슨 대학(JMU)과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유권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투표장 입구에는 여전히 선거 운동을 하는 지역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본인 확인을 마친 뒤 투표를 하게 된다.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야 한다.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보여야 한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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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후 경제가 더 나아졌다"

신분 확인을 마친 뒤 투표 대열에 선 사람들 가운데 유난히 생기가 넘치는 유권자가 있었다. 크리스틴이라고 이름을 밝힌 이 젊은 유권자는 JMU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4학년 학생이다. 

- 오바마와 롬니 중 누구에게 표를 던질 건지 물어봐도 되는가.
"물론이다. 나는 오바마에게 투표할 거다."

- 왜 오바마인가.
"그는 훌륭한 사람이다. 진정으로 미국을 위하여 일을 할 대통령이다. 우리에게는 소수를 위한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 헌신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그는 바로 적임자다"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크리스틴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자켓 안을 펼쳐 오바마 뱃지를 보여줬다.
 오바마를 지지한다는 크리스틴이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자켓 안을 펼쳐 오바마 뱃지를 보여줬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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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유권자를 더 만나 봤다. 입양한 흑인 아들을 데리고 투표장에 나온 줄리 역시 오바마를 찍었다고 말했다. 줄리는 "오바마 이후 경제가 더 나아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만들어갈 인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입양한 아들을 데리고 투표장을 찾은 줄리.
 입양한 아들을 데리고 투표장을 찾은 줄리.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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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타이어 부인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오바마를 찍었다. 뒤로 보이는 장면은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다른 언론이 인터뷰하고 있다.
 매킨타이어 부인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오바마를 찍었다. 뒤로 보이는 장면은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다른 언론이 인터뷰하고 있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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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도 오바마를 찍었고 이번에도 역시 오바마를 찍었다는 매킨타이어 부인은 "롬니는 우리의 대표가 될 수 없다"며 "과연 누가 진정으로 미국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될 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

이날 기자가 만난 유권자 가운데에는 오바마를 찍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투표장으로 걸어가는 한 젊은이는 롬니 지지자였다.

- 누구를 찍을 건가?
"롬니."

모처럼 들은 "롬니"라는 말에 사진을 찍자고 하니 사진을 거부했다. 다시 그 젊은이에게 "왜 롬니인가"라고 물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공화당 편."

짧게 이 말만 던지고 그는 서둘러 투표장으로 갔다.

골수 공화당원인 부루스. "오바마는 사회주의자."
 골수 공화당원인 부루스. "오바마는 사회주의자."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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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투표를 마치고 떠나려는 노부부를 만났다. 부인은 먼저 차 안으로 들어갔는데 남편인 부루스 호마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는 올해 68세로 은퇴한 엔지니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누구를 찍었는가?
"미트 롬니. 당연한 거 아닌가."

- 왜 롬니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오바마는 출신부터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정말 미국에서 태어났는지도 의심스럽고 그가 과연 민주주의의 핵심인 미국 대통령감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는 분명 사회주의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오바마케어 의료보험안을 봐라. 그가 사회주의자가 분명하지 않은가. 그는 우리가 버는 돈을 뺏어갈 인물이다. 그가 언제 돈을 한 푼이라도 벌어본 적 있는가."

- 변호사로 시카고에서 지역 사회 조직가로도 일하고 상원으로도 일했는데 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냐?
"그게 다 정부 돈이지 오바마가 언제 제대로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가. 다임(10센트)이라도 벌어본 적이 있냐고. 그런 사람이 남이 피땀 흘려 번 돈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는가."

- 당신은 오바마를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웃음). 그러다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정색을 하며) 오바마가 당선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그가 당선된다면 나는 4년 동안 (오바마 보기 싫어) 이태리로 갈 거다. 거기에 또 집이 있거든. 내 가족 데리고 모두 이태리로 갈 거다.

- 부인도 롬니를 찍었는가?
"그건 나도 모른다. 우리는 투표하기 전에 누굴 찍을 지 토론 안 한다. 각자 알아서 투표한다."

3남매를 두었다는 부루스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세 자녀 모두 대학 학비를 대줬다고 말한 부루스의 넉넉한 얼굴을 보니 "돈이 없으면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면 된다"고 말한 부잣집 아들 롬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롬니는 저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미키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롬니는 저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미키는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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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투표장으로 가서 출구로 나오고 있는 한 남성을 만났다. 누구에게 표를 던졌는지 물어봐도 되냐고 묻자 주저하지 않고 바로 "오바마"라고 말했다.

- 왜 오바마인가?
"그는 롬니처럼 부자 부모를 두지도 않았고 본인이 노력해서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이다. 나 역시 가난한 부모를 뒀지만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전문직까지 오르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미국의 꿈이 아니겠는가. 오바마는 그런 미국의 꿈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 무슨 전문직 일을 하는가?
"JMU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 왜 롬니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부잣집 아들로 자란 그가 보통의 미국 사람들을 이해하겠는가. 그는 결코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이해할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는 다만 '저들의 대통령'이 될 뿐이다. 또한 오바마가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갓난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아빠가 투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갓난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아빠가 투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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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통령 되건 분열된 국가 될 것"

투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현재 ABC, CBS, NBC 등 미국의 주요 TV는 특별 개표 생방송을 진행중이다. 특히 경합주의 결과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각 방송사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자정 무렵 각 방송사는 매직넘버 270을 넘긴 오바마가 마침내 재선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뉴스 속보를 전하는 각 신문사의 톱기사 제목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바마는 마침내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연임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앞에는 산적한 많은 문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의 많은 언론들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누가 대통령이 되건 미국은 '분열된 국가(Divided nation)'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CBS <이브닝 뉴스> 앵커인 스코트 펠리, NBC <투데이쇼> 앵커인 사바나 거스리는 누가 대통령이 되건 미국은 인종적으로, 정치적으로, 성별로 분열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제 새로운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오바마 대통령. 그가 해결해야 할 현안은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는 일일 것이다.


태그:#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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