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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있는 제자가 전화를 했다. 일자리 문제에 대처하는 청년들의 수동적인 자세를 비판해 요 며칠 구설수에 오른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설화(舌禍)' 사건을 아느냐고 물었다. 대충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 같은 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왜 이번 경우만 여론의 몰매를 맞은 건지 의견을 구했다. 대답에 앞서 '어, 그러네' 하고 몇 차례 되뇌었다.

다음 날에도 제자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선 그 설화 사건의 연유부터 상세히 알고 싶었다. 자연스레 인터넷 자료 검색에 나섰다. 한참이 지나 내 나름대로 제자의 질문에 대한 프레임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제야 꼬리에 꼬리를 문 웹 검색을 마쳤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1997년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글로벌 지도자 100인, 2004년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주목할 만한 세계 여성 기업인 50인에 포함되었다. '칭기즈 칸이 아닌 칭기즈 김'을 꿈꿀 정도로 개척 정신이 강하면서 기부도 많이 해 2009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이타주의자 48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화려한 성과 뒤에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에너지기업인 대성그룹의 막내딸로 태어났으나 국제결혼에 반대한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며 자신의 배경을 버리고 맨손으로 성주그룹을 일궈냈다는 것. 그녀는 당당한 행보만큼 발언도 거침없었다. 전에도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선거판에 뛰어든 이후 스스로 '재벌좌파'라 칭하며 작금의 "경제민주화는 반기업적 정책"이라 평하기도 했다.

이번 설화 사건의 도화선이 된 발언은 이렇다.

"20대 일자리 창출 문제를 제발 국내에서만 보지 말라. IT 시대는 어마무지한 가상세계 안에 어마무지한 창업거리와 일자리가 있다. 한국의 훈련된 인원들이 일할 게 너무 많은데 다만 (스스로 일자리를) 안 찾고 불평하기 때문에 (취업이 안 되고) 그렇다. 저같이 작은 중소기업 회장 하나도 30개국을 정복할 수 있는데 젊은이들이 '정부야, 일자리 창출해라' 이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데), 나는 진생쿠키(인삼으로 만든 쿠키) 얘기를 농담으로 한다.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었다'고 구글에 올리면 전 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젊은이들이 이렇게 어마무지한 가상세계가 있는데도 수동적으로 대응하느냐."

 법륜스님의 강연회 모습
 법륜스님의 강연회 모습
ⓒ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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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존경받는 멘토들의 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법륜 스님의 말은 이런 식이다.

젊은 시절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과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실험정신을 가져야 한다. 젊은 시절에 너무 성공에 집착하거나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게 되면 청년답지 못하다. 우리가 실수하거나 실패한 것이 좌절과 절망으로 가는 것은 욕심 때문으로 다시 일어나서 한 번 더 시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일자리 문제와 대학등록금 문제 등으로 청년들에게 꿈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청년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표 등을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제도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김성주 회장의 인생역정은 장삼이사의 잠자는 도전 의식을 일깨울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처럼 성공할 순 없다. 도전 앞에서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99%의 청춘은 김 회장처럼 국내외 명문대학을 두루 섭렵하지 못했다. 재벌 아버지라는, 결별했으나 현존하는 빵빵한 은신처도 없다. 김 회장은 자기와 다른 대다수 청춘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것이다.

법륜 스님도 적극적인 도전 정신을 주문한다. 불평하기보다 노력하라 당부한다. 하지만 스님은 성공하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성공이 인생의 목표라 여기는 것 같지도 않다. 실수나 실패를 도전에 따른 자연스런 귀결이라 간주하는 듯하다. 문제는 좌절하고 절망하는 건데 욕심을 버리면 된다는 스님다운 조언을 한다.

'인권 감수성'이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의 매우 작은 요소에서도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는 것이다. 김성주 회장과 법륜 스님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은 타인의 처지보다 자기 경험을 앞세웠기에 성공담조차 자화자찬이 되고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법륜 스님은 타인의 입장에 섰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위로와 용기를 선사했다. 설득과 공감의 차이인 것이다.

인권연대 운영위원인 김녕 서강대 교수는 인권 감수성을 "중심에서 주변으로의 여행,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여행, 그리고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감수성이 있는 이들은 남들이 '작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에서 자주 슬퍼하고 자주 기뻐한다. 그러나 그 '작은 것'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김재영 기자는 충남대학교 교수입니다.
*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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