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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 소리들 너무 심해요. '백그라운드 노이즈'예요."

24일 저녁, NBC <나이틀리 뉴스(Nightly News)>는 오하이오 유세 현장을 보도하면서 그곳에 사는 한 부인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부인이 말한 시끄러운 소음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 시간마다 나오고 있는 오바마, 롬니의 TV 광고를 의미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오하이오를 잡아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6일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은 전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광고 전쟁(Ad War)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예측 불허의 초접전 양상을 띠면서 양 당은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조 단위의 광고 전쟁을 치르면서 무당파와 부동표의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NN의 <2012 대선지도>는 50개 주의 투표 성향과 광고비, 모금액, 방문횟수 등을 자세히 보여준다. 회색으로 칠해진 주가 바로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경합주다.
 CNN의 <2012 대선지도>는 50개 주의 투표 성향과 광고비, 모금액, 방문횟수 등을 자세히 보여준다. 회색으로 칠해진 주가 바로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경합주다.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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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선거일까지 미국은 50개 주가 아닌 8개 주'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23일 방송된 '모든 게 정치(It's all politics)' 섹션에서 미국인들의 관심이 온통 이번 대선 격전지인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만 쏠려 있는 상황을 빗대 이렇게 꼬집었다.

대선을 코 앞에 남겨둔 현재,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공화당의 롬니 후보와 라이언 러닝메이트, 이들의 배우자인 미셸 오바마와 앤 롬니는 경합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드러난 대표적인 8개 경합주는 콜로라도, 플로리다, 아이오와, 네바다, 뉴햄프셔, 오하이오, 버지니아, 위스콘신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8개 경합주 가운데에서도 대통령을 결정하게 될 최대 승부처는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버지니아(13명)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오하이오는 이번 선거의 '그라운드 제로'로 불리는 최고 격전지로 어느 쪽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전략 지역이다. 오하이오는 1960년 이래 단 한 차례도 대선에서 패배자에게 표를 준 적이 없는 지역이다. 즉, 대통령이 된 후보는 모두 오하이오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에 대해 오하이오 주립대 정치학 교수인 폴 벡(Paul Beck)은 24일 방송된 NBC '나이틀리 뉴스'에서 "오하이오는 흑인이나 보수적인 기독교인, 진보적인 민주당원, 보수적인 공화당원 등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미국 전체의 축소판과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는 오하이오 민심이 미국 전체 민심을 대변하는 바로미터 구실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오바마-바이든, 롬니-라이언 측은 최근 30일 동안 오하이오를 각각 10번, 21번 방문하여 강력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의 방문은 또 다른 핵심 경합주인 플로리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방문 횟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양측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오하이오에 쏟아 부은 돈 역시 엄청나다.

NBC 뉴스는 지금까지 양측이 오하이오 광고에 들인 돈이 1억81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50개 주의 전체 광고비 8억8300만 달러의 1/5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광고에 투여되는 금액이 더욱 늘어나 대선일인 11월 6일까지는 10억 달러(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BS뉴스도 "대선 캠페인 TV광고로 10억 달러 이상을 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BS뉴스도 "대선 캠페인 TV광고로 10억 달러 이상을 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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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프로그램에 붙은 5편의 대선 광고

기자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도 핵심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이다. 이곳에서 느끼는 TV 광고 전쟁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TV를 켜면 매 시간마다 오바마와 롬니 광고를 볼 수 있다. 낮 시간대에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광고가 나온다. 이런 광고 홍수를 보고 있노라면 앞서 말한 오하이오 주민의 '백그라운드 노이즈'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기자는 TV를 시청하면서 양측의 광고를 눈여겨 봤다. 지난 26일 저녁, CBS에서 방송되는 연예 뉴스 프로그램인 'ET(Entertainment Tonight)'를 7시 30분부터 8시까지 봤다. 처음 'ET' 시그널이 나오고 이날 방송할 뉴스 아이템이 소개된 뒤 곧 바로 광고가 이어졌다.

먼저, 롬니의 광고가 연속으로 두 편 나왔고 이어서 오바마 광고가 한 편 나왔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다시 롬니와 오바마 광고가 각각 한 편씩 방송되었다. 30분짜리 짧은 프로그램에 도합 5편의 대선 광고가 붙은 것이다.

정치 광고를 분석하는 '웨슬리언 미디어 프로젝트' 팀은 지난 24일 이번 대선 광고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바마와 롬니, 그 밖의 다른 10개 무당파 그룹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TV 광고로만 6억1천만 달러 이상의 돈을 썼다. 또한, 6월 1일부터 방송과 케이블TV에 나간 대선 광고 편수는 91만 5천 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의 동일한 기간에 비해 44.5%나 증가한 것이다.

이들의 광고는 라디오와 TV 에서만 집행된 게 아니다.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에서도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SNS와 웹 트래커,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사려는 이들은 온라인에서 각종 광고 배너를 통해 정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처럼 양 측이 광고에 목숨을 걸고 있지만 두 사람의 광고 내용은 약간 다르다. 먼저, 롬니 측은 지난 4년 동안 오바마의 경제 실정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많이 내보냈다. 자신이 과거 기업 경영의 경험이 있고 경제를 잘 알고 있다고 믿는 만큼, 미국 경제를 살리고 1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경제 광고를 주로 내보내고 있다.

반면, 오바마 광고는 광고 대상을 각기 달리하고 있는 맞춤형 광고(Targeted Advertising)가 많다. 즉, 여성, 학생, 히스패닉, 참전용사, 노년층 등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형식을 띠고 있다. 이렇게 양 측이 각기 다른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광고가 대부분 네거티브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광고가 너무 네거티브 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오바마와 롬니의 대선 광고가 너무 네거티브 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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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4년은 어떻게 될까요? 첫째, 국가 부채가 16조에서 20조로 늘어날 것입니다. 둘째, 2천만 미국인들이 직장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입니다. 셋째, 중산층에 대한 세금이 4천달러 늘어날 것입니다. 넷째,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게 될 것입니다. 다섯째, 7160억 달러의 메디케어 삭감으로 현재 노년층들이 고통스러워할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의 '4년 더 (집권)'이 안 되는 다섯 가지 이유입니다.(롬니 광고에서)

"(문제가 되었던 롬니의 '47% 미국인' 발언이 나왔던 비공개 선거자금 모금 모임이 배경으로 나오는 가운데) "미트 롬니는 연간 2만5천, 3만5천, 4만5천 달러를 버는, 열심히 일하는 47% 미국인들이 자기 몫을 다하지 않는다고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각종 사회보장세, 주정부세, 지방세, 가스∙ 판매, 재산세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롬니는 투자로 벌어들인 13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고작 14%의 세금을 냈을 뿐입니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이런 사람들을 공격하지 말고 그들을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오바마 광고에서)"

캠페인 미디어 분석 그룹인 '캔타 미디어 시맥 (Kantar Media CMAG)'은 이번 대선 광고에 대해 양 측 모두 네거티브 광고를 많이 내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5억 7천여만 달러가 들어간 양측의 광고와 관련 네거티브하다는 의견이 87%, 포지티브하다는 의견이 13%였다.

네거티브 광고... 유권자들의 반응은?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치열한 네거티브 광고에 대해 유권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AP는 "경합주에 사는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광고가 연달아 두 세편 이어지거나, 시간대 구분 없이 마구 쏟아지고 있는데 대해 흥미를 잃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현재 TV에 나오는 대선 광고는 뉴스, 드라마, 토크쇼 구분 없이 모든 프로그램 중간 광고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시청자들은 대선 광고에 대해 불만이 많고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너무 심한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경합주 플로리다의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역사학 교수인 스코트 프렌치는 AP 인터뷰에서 정치 광고 홍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P 기사의 첫 문장도 이렇게 시작된다.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 주민들이 선거일 전에 정치 광고를 피해 도망갈 길이 있는가?"

하지만 이런 광고 홍수에 대해 모두가 짜증내고 식상해 하는 건 아니다. 흐뭇하게 웃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정치 광고를 실어주고 돈을 버는 방송국들이다. 특히 경합주에 있는 지역 방송국들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이번 대선전에서 한몫 톡톡히 챙기고 있다.

NPR의 샤피로 기자는 '새로운 전쟁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광고 전쟁' 리포트에서 2008년의 광고계 얘기를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당시 TV 광고 한편은 보통 300달러에서 500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방송국은 정치 광고에 대해 1500달러를 요청했고 광고주들은 막판에 7000달러까지 냈다고 한다. 샤피로 기자는 4년이 지난 올해 정치 광고 비용은 최소 그 때보다 3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회 신문인 <더힐(The Hill)>도 '경합주에 있는 지역 TV 방송국에 정치 광고가 쇄도하여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28일자 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4년 전만 하더라도 여유 있게 미주리, 인디애나, 몬타나, 노스다코타 등의 보수적인 주에 돈을 썼지만 이번에는 롬니와 막상막하 레이스를 벌이느라 승산이 있어 보이는 지역에만 돈을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단위의 광고, 과연 효과 있을까

 과연 미국인들의 최종 선택은 누가 될 것인가
 과연 미국인들의 최종 선택은 누가 될 것인가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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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앞으로 일주일 여 남았다. 남은 기간까지 합쳐서 광고에 들어갈 돈은 모두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1천억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누리꾼들은 전례가 없는 어마어마한 정치 광고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나라는 빈털털이인데 정치기계들은 정치 권력을 가지려고 1년 주 정부의 예산의 돈을 쓰고 있군요. 뭔가 그림이 잘못되었다고 보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Blind Dog)"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렇게 무제한의 돈을 광고에 쓸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돈을 주는 특수 이익집단과 개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돈을 주는 이유는 반대 급부로 뭔가 대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법을 제정하게 하거나 법을 없애기 위해, 또는 다른 특별한 부탁이나 오직 자기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Jay Kay)"

전문가들은 사생결단식의 이런 광고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거라고 보지 않고 있다. 밴더빌트 대학에서 대통령 캠페인 광고를 가르치고 있는 정치학 교수인 존 기어는 AP 인터뷰에서 "(정치 광고가) 본전을 뽑을 만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정치학자인 다이애나 뮤츠 역시 NPR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 캠페인에서 정치 광고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정치 광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측의 광고전 혈투는 월드시리즈와 프로 풋볼(NFL)을 중계하는 주말 TV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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