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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물고기 떼죽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려돼 왔다. 지난 여름 부여 백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2012년 여름] 물고기 떼죽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려돼 왔다. 지난 여름 부여 백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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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환경부가 금강에서 연일 계속돼 온 물고기 떼죽음과 관련 때늦게 민·관 합동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된 지 10여 일이 넘어서야 내놓은 대책입니다. 금강 백제보 인근에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물고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환경부는 자체 조사결과를 통해서는 사실상 '원인불명'을 선언했습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6일 수질검사와 기생충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 독성물질 감염 여부 등에 대한 분석결과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금강에는 더 이상 물고기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부패한 물고기가 가라앉아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가 떠오른 금강 백제보 인근 물고기는 이미 전멸했는지도 모릅니다. 수문만 열면 하루 수만 마리 물고기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였건만 성을 지키는 수문장마냥 지금도 보 근처는 얼씬 조차 못하게 합니다.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금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나가는 동안 한 일이라고는 떠오르는 물고기를 수거하는 일이 전부입니다. 수거된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집계 또한 모호합니다. 환경단체가 최소 수십만 마리가 떠올랐다고 하는 반면 금강유역환경청은 수만 마리라고 강변합니다.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왜 수문을 걸어 잠그고, 스스로 할 수도 없으면서 원인 규명을 도와주겠다는 것도 싫다고 거절해 왔을까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의 관심은 오직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만 쏠려 있는 듯합니다. 환경부는 수질검사 결과 용존산소수치가 충분한 것으로 나왔으니 보에 가로막혀 강이 담수화되면서 질식사했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백제보 바닥 층의 오염물질 퇴적 정도와 용존산소량을 다시 한 번 조사하자는 요구에는 고개를 가로저어 왔습니다. 충남도 산하기관인 충남발전연구원의 시료채취마저 가로막았습니다.

단 한 마리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28일, 지금도 물의 흐름이 약한 곳에서는 죽은 물고기 사체가 썩으면서 가라앉고 있다
 28일, 지금도 물의 흐름이 약한 곳에서는 죽은 물고기 사체가 썩으면서 가라앉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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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기관은 왜 당장 수문을 열어 물고기를 살리려 하지 않았을까요? 수문을 열자마자 죽어가던 물고기들이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되살아나는 악몽(?)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가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임이 너무 쉽게 확인되는 것을 막으려 '닫혀라 참깨' 주문만을 외쳐온 것은 아닐까요?

충남도(도지사 안희정)의 대응도 매우 미온적입니다. 충남도 관계자들은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 일 후인 지난 27일에서야 현장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국가하천이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에 관리책임이 있지만 도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지켜만 보자'는 것은 무관심에 다름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죽은 물고기들이 만약 양식장에서 사는 물고기였다면 자치단체가 양식업자를 의식해서라도 뭉그적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환경부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29일 전화통화를 통해 "민관합동조사에 응하겠다"고 하면서도 "수질조사 등 과학적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에 수문을 열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래 물고기 폐사사고의 90%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때늦은 합동조사로 명쾌한 물고기 폐사 원인이 밝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지금  금강 백제보 부근 강변을 지나려면 가라앉은 폐사된 물고기로 인해 코를 막고 눈을 찡그려야만 합니다. 4대강 책임에서 벗어날 구실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2차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문개방이 필요합니다.


태그:#물고기, #떼죽음, #4대강, #금강,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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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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