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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에 전 일정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기자 말

'함께 살자, 우리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5일 제주도청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1일 창원, 12일 기장(고리)·밀양, 13일 김해, 14일 울산을 끝으로 경상남도 일정을 마쳤다.

[7일차-10월 11일] 창원 - "마산만 매립을 중단하라!"

마산만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사현장의 모습
 마산만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사현장의 모습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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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은 공업단지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다. 공업도시인 만큼 인근에 사업장이 있는 로템(ROTEM) 노동조합 등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2003년 여름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서 사망한 분들을 추모하는 태풍 매미공원에 도착하고, 3·15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를 하다가 사망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위치까지 행진하였다. 또한 이곳은 마산만 인공섬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는지라 매립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 모습을 보자니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점심을 먹기로 돼 있는 봉암갯벌생태학습장에 도착해보니 강 건너편에는 마산만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는 수도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철새들이 수백 마리씩 떼지어 다니고 있었다. 마산만 매립이 이뤄진다면 이들의 보금자리도 없어지게 된다고 한다. 인간의 개발욕망으로 인해 동물들의 터전도 사라지는 셈이다.

저녁에는 정우상가 앞 노상에서 창원 시민들과 인근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과 함께 촛불을 환히 밝히며 촛불문화제를 하였다. 창원 시민단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외쳤던 구호는 짧고 간결했지만 지역의 환경보호를 위한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마산만 매립을 중단하라!"

[8일차-10월 12일] 밀양 - 송전탑 건설저지 투쟁 중인 할머니의 눈물

행진단이 주민들이 온 몸으로 막아 공사가 중단된 해발 500m의 제약산에 올라 송전탑 공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행진단이 주민들이 온 몸으로 막아 공사가 중단된 해발 500m의 제약산에 올라 송전탑 공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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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단장면 765kv 송전탑 건설 저지투쟁은 최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진 이슈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명평화대행진단이 안고 가는 이슈 중 하나인 제주 해군기지처럼 주민들의 삶인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생명평화대행진단이 찾아갔다.(관련기사 : <"여긴 기자들도 안 와, 그냥 당하다가...">)

주민들은 하나같이 순수한 영혼들에 지나지 않았다. 평생 단장면에서 밭을 일궈온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얼마 전 공사업체 인부들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민주통합당 문정선 시의원까지, 평생 '투쟁'이라는 단어를 몰랐던 사람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생계도 뒤로 한 채 투쟁에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기자들도 찾지 않는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송전탑 건설현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던 할머니 두 분이 나오셔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만난 지 얼마 되었을까, 두 분의 눈가에는 촉촉이 눈망울이 맺혀 있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도 강정마을처럼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있다는 말에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하였다.

얼핏 봐도 칠순은 넘어 보이시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 투쟁이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짧은 인사가 끝나고, 송전탑 공사를 하고 있는 해발 500m의 제약산에 함께 올랐다. 주민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송전탑이 하나도 세워지지 못한 채 공사가 중지된 상태이지만, 지난여름에는 죽을 각오를 하고 온몸으로 막아냈다고 한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밀양 송전탑건설현장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던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밀양 송전탑건설현장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던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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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밀양 시내에 있는 영남루로 내려와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미사를 올렸다. 이 미사에는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동해안탈핵천주교연대에서 주최하였다.

그리고 미사 도중 얼마 전 송전탑 공사 인부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문정선 시의원과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직접 영남루로 와서 행진단에게 인사드렸다.

"밀양시의회에 민주통합당 소속인 저와 두 명의 무소속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 여당이라서 많이 힘듭니다.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문 의원의 말에는 어딘가 모르게 절실한 마음이 묻어나 있었다. 실제적으로 12명의 밀양시의회 의원 중 민주통합당 소속인 문 의원과 무소속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주민들도 모자라 밀양시를 대표하는 시의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저지르면서 공사를 강행하는 이곳에 대체 언제쯤 평화가 언제 찾아올 것인가 생각하면서 밀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9일차-10월 13일] 함안·김해 - 민예총의 공연으로 흥겨웠던 밤

낙동강 합천보에서 문규현 신부와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가 피켓을 들고 있다.
 낙동강 합천보에서 문규현 신부와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가 피켓을 들고 있다.
ⓒ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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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행진단은 4대강 공사로 몸살을 앓았던 합천보로 향했다. 그동안 공사 과정 중에서도 말이 많았던 합천보는 준공이 되어 4대강 자전거길을 이용하여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근근히 보일 정도였다.

합천보는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말은 준공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저들의 입맛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차를 운전하며 합천보로 향할 때에도 앞에는 공사차량이 요란한 소음과 먼지를 내며 합천보 공사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또한 공사 때문일까, 낙동강에 있어야 할 철새들은 보이지 않고 엉성하기만 한 갈대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손님이 뜸하다"라고 말하였다. 정부가 4대강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어 김해로 이동한 행진단은 연지공원으로 이동하여 경남 민예총의 환영식을 받으며 준비된 공연을 관람하였다. 이 자리에는 작년에 희망버스 열풍이 있었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위원회 조합원들과 베트남에서 귀국하자마자 바로 왔다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함께하였다.

[10일차-10월 14일] 울산 - 미국자본 코스트코와 싸우는 상인들을 찾아가다

행진단이 코스트코 울산점 앞에서 천막농성중인 상인들과 함께 "코스트코는 물러가라"라고 외치고 있다.
 행진단이 코스트코 울산점 앞에서 천막농성중인 상인들과 함께 "코스트코는 물러가라"라고 외치고 있다.
ⓒ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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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국내 최대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의 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회사에서 불법파견 후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 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치 법을 비웃듯이 오픈을 강행한 코스트코에 맞서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상인들이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14일은 일요일이기도 하지만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었는데 미국 자본으로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코스트코는 배째라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휴업 하지 않는 업체는 위반일당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일 매출 10억 원이 넘는 코스트코에게는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치지 않을 뿐이었다.

또한 코스트코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을 검찰에 고소하는 실로 어이없는 일도 있었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청의 권고안도 무시한 채 지난 8월 31일 개점을 강행하였던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은 이들에게 없는 모양이다. 천막농성 상인들에게 잠시 힘을 실어준 행진단은 토크콘서트와 문화제가 예정된 명촌근린공원으로 또 다시 행진하였다.

토크콘서트에서 생명평화대행진 대표로 나선 홍기룡 제주군사기지 범대위원장은 "울산에 울분이 있는 것처럼 지역마다 그런 울분이 많았다. 이걸 어떻게 표출시켜내야 하는지는 아직까지 해답을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걸어다니면서 답을 얻어야 할 것 같다"라고 하였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황인화씨는 "회사는 대법원에서 복직판결이 나왔음에도 수십억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는 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이어 "우리 비정규직지회는 버티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겠다고 하겠다"라고 하였다.

토크콘서트를 마친 행진단은 울산지역 노동자들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친교의 시간을 갖고 힘겨운 하루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생명평화대행진단이 도보행진을 마치고 울산 명촌근린공원에서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생명평화대행진단이 도보행진을 마치고 울산 명촌근린공원에서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 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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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상남도권 순례를 마친 2012 생명평화대행진단은 15일 구미, 16일 대구, 17일 부산, 18일 전주를 거쳐 19일과 20일 양일간에 거쳐 지리산에 위치해 있는 실상사에서 대규모 민회(民會)를 개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2012 생명평화대행진의 참가신청 및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카페인 http://cafe.daum.net/walk4peac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생명평화대행진,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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