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제9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제9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 ⓒ 연합뉴스


'코끼리'가 돌아왔다. 한화의 제9대 사령탑으로 낙점된 김응룡 감독은 이미 한국야구사에 역대 최고의 감독으로 기억될 만한 명장이다.

현역 시절 실업야구 최고의 강타자로 불렸던 김 감독은 1972년 은퇴 후 한일은행 감독에 부임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 유학을 거쳐 1982년 10월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프로 첫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데뷔 첫 해인 1983년 우승을 시작으로 오른 것을 시작하여 총 9차례나 해태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01년부터는 라이벌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2002년 오랜 한국시리즈 무관의 갈증에 허덕이던 사자군단의 한을 마침내 해소했다. 개인통산 12회 한국시리즈 진출에 10회 우승 기록-단일팀 18년 집권에 9회 우승 기록은 모두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기록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수확하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메달의 기쁨도 안겼다.

김응룡 감독은 2004년 애제자인 선동열 감독에게 삼성의 지휘봉을 넘긴 뒤 사장으로 승격했다. 야구인 출신으로 구단 CEO의 자리까지 오른 것은 김응룡이 사상 처음이다. 2010년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사실상 은퇴하여 야구계 원로로서의 삶을 즐기고있던 김응룡 감독은 최근 현역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었고 결국 리빌딩을 위하여 검증된 베테랑 감독의 영입을 갈망하던 한화가 노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한화 구단은 8일 언론 발표를 통하여 김 감독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3억 원에 연봉 3억 원(총액 9억 원)에 영입을 확정지었음을 알렸다. 이로서 김응룡 감독은 2004년 말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명장의 귀환 VS 박제된 전설... 김응룡이 입증해야 할 '네 가지'

김응룡 감독의 현장 복귀를 바라보며 야구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적어도 검증된 경륜과 성적이라는 측면에서 대한민국을 통틀어 김 감독보다 검증된 지도자는 없다. 한국시리즈 10회의 우승경력만으로도 견줄 만한 비교대상은 전무하다.

더구나 프로야구 최고명문이자 스타군단으로 유명했던 해태와 삼성을 이끄는 동안 김응룡 감독은 선수단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입증했다. 구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거물급 감독에 본인이 직접 사장까지 역임하며 현장과 프런트의 생리를 두루 꿰고 있다는 점은 구단과의 합리적인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만큼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김응룡 감독이 과거 전성기를 호령했던 1980~1990년대와 2012년 현재 현대야구의 상황이나 추세가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8년이나 되는 현장 공백과 70대의 고령, 과거의 해태-삼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한화의 현재 전력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자칫하다간 김응룡 감독의 빛나는 과거 경력에가지 흠집을 남길 수 있는 위험부담이 결코 적지않다.

김응룡 감독이 독수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안착하기 위하여 증명해야 할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우선 오랜 공백기에 따른 현장감각의 문제다. 실제로 한동안 쉬었다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감독들의 성적표는 대체로 좋지 못했다. 대개는 급격히 변화한 야구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감각도 예전만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8년간이나 현장을 떠나있었다. 사장직으로 야구와 가깝게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매경기 수싸움을 펼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감독과, 거리를 두고 현장을 지원하는 사장의 입장은 분명 다르다. 제3자의 시각으로 팀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경기운영과 선수단 관리의 세세한 부분까지 예전의 감각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김응룡 감독이 현장을 떠나있는 동안, 한국 프로야구는 '스몰볼'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경기 중 다양한 작전구사과 투수교체 등 감독의 경기운영능력이 강조되는 것이 스몰볼이다. 김응룡 감독은 과거 냉철한 투수교체로도 유명했지만, 큰 틀에서는 선수들을 밑고 맡기는 자율야구의 원조에 가까웠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한화에서 매경기 젊은 감독들과의 수싸움을 펼쳐야 하는 김응룡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둘째는 나이 많은 감독에 대한 편견이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이후 현재 프로야구계에 60대 이상의 노장 감독들은 자취를 감췄다. 김 감독은 프로필상 1941년생으로 71세지만 실제로는 1939년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현재 프로야구계에 가장 나이가 많은 감독은 SK 이만수 감독과 내년 시즌 1군 승격이 예고된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으로 1958년생에 불과하다. 김응룡 감독은 복귀와 함께 이미 한국야구 역대 최고령 감독의 자리를 예약해놨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70대 이상의 노장 감독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사상 가장 나이가 가장 많았던 코니 맥 전 필라델피아 감독의 경우, 1901년부터 1950년까지 무려 50년간 필라델피아를 이끌며 통산 3731승을 기록했고, 은퇴할 때의 나이는 무려 87세였다. 지난해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던 잭 매키언 감독이 81세의 고령으로 지휘봉을 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은 2009년, 당시 74세를 끝으로 물러난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골든 이글스 감독이다.

한국야구에서 노장감독의 성공사례는 바로 '야신' 김성근 감독이다. 김응룡 감독 전에 한화의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성근 감독은 65세이던 2007년부터 SK 감독직을 맡아 당시 중위권 전력 정도로 평가받던 팀을 4시즌간 3차례의 우승을 이끌며 '왕조'를 건설했다. 김성근 감독이 주도한 SK의 스파르타식 훈련과 스몰볼은 이후 다른 구단들의 롤모델이 되며 한국프로야구의 트렌드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나이든 감독들의 리더십과 야구스타일은 무조건 '구식'이라는 편견을 바꿔놓은 장면이다.

반면 김성근-김응룡과 동시대에 활약하며 지장으로 불렸던 백인천 감독의 경우, 2000년대초반 롯데 사령탑을 맡아 극심한 성적부진과 잦은 기행으로 도마에 오른 이후, 더 이상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백인천 감독은 지금도 롯데 팬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불리며, 베테랑 감독 선임의 최대 실패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코치진 선임과 류현진 거취 문제가 최대 관건

 한화 류현진 투수

한화 류현진 투수 ⓒ 연합뉴스


이처럼 현장공백과 고령의 핸디캡을 안고 있는 김응룡 감독이 한화의 사령탑으로 안착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코치진 선임이다. 김응룡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적 이미지로 알려진 해태-삼성 시절부터 알고 보면 코치진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시스템 야구를 추구해온 인물이다. 선수단 운영의 전체를 직접 챙기고 관리하던 김성근 감독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해태와 삼성 시절에는 소위 '김응룡 사단'이라고 불리우는 측근들이 코칭스태프에서 김 감독을 수족처럼 보좌했다. 선동열 현 KIA 감독도 김응룡 감독 밑에서 코치수업을 거쳐 감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한화에는 아무런 연고나 인맥이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을 중용해온 한화 구단에서 김 감독 외에 얼마나 외부인사들을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현역시절 김응룡 감독의 지도를 맡았던 양준혁이나 이종범의 코치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장 감독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할 코치진 선임이 시작부터 난항을 빚는다면 팀 장악은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리빌딩을 시도해야 하는 한화의 상황이 김응룡 감독의 스타일과 맞는가 하는 의문이다. 김응룡 감독이 지도하던 시절의 해태-삼성은 스타선수들이 넘쳐나던 우승전력이었다. 개성 강한 스타들을 통제하고 충분한 지원만 받쳐주면 언제든 성적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김응룡 감독에게 충분히 입증됐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4시즌간 3차례나 꼴찌를 기록한 리그 최약체팀이다. 김태균, 류현진 정도를 제외하면 정상급 스타는 거의 없고, 심지어 대부분은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이다.

비교하자면 김응룡 감독은 스타선수들을 이끌고 숱한 우승을 차지한 NBA 필 잭슨(LA 레이커스)이나 조세 무리뉴(레알 마드리드) 같은 감독의 입장에서, 한정된 전력으로 성적을 극대화했던 거스 히딩크(안지)나 김성근 감독의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칠순의 나이에 쉽지않은 도전이지만, 김응룡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2년뿐이다.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한대화 전 감독이나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의 사례만 보더라도, 한 팀을 리빌딩하기에 2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으로 김응룡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현안은 바로 간판스타 류현진의 거취문제다. 올해를 끝으로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된 류현진의 잔류 여부는 다음 시즌 한화의 성적을 결정지을 가장 중대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최고령투수 박찬호마저 은퇴를 심사숙고하는 있는 상황이다. 김응룡 감독이 해태 말년에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내며 "(선)동렬이도 가고, (이)종범이도 가고" 하는 유행어를 낳았듯이, 비슷한 사태가 이번엔 김 감독이 갓 지휘봉을 잡는 한화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구단 측은 일단 새로운 감독에게 결정을 맡기겠다고 미뤘지만, 김응룡 감독은 구단과 류현진 사이의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류현진은 어느 때보다 해외진출의 의지가 강렬한 상황이다. 팬들와 야구계의 분위기는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화의 입장에서는 팀성적이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도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김응룡 감독이 총대를 메고 류현진의 해외진출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될 경우, 자칫 시작도 하기전에 역풍을 맞을 위험도 있다. 해외진출이 좌절된 류현진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응룡 감독은 시작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숙제를 안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