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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에 전 일정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기자 말

'함께 살자, 우리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지난 5일 제줄르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0월 8일 보성을 끝으로 전라남도 일정을 마감했다.

[2일차-10월 6일] 목포·광주... 5·18의 영령 앞에 고개를 숙이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광주 5·18 열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광주 5·18 열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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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의 첫 일정은 목포역 광장에서 30일간 단 하나의 사고도 없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미리 나눠준 종이에 각자의 소망을 담았고, 돼지저금통에 후원금을 넣기도 했다. 대행진이 끝나면 꼭 모든 것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이어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목포역을 출발해 영산호 물길이 흐르는 달맞이공원까지 행진했다. 행진단이 도보행진을 하면서 지나가는 자리에는 도로정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해를 하면서 행진단에 응원을 보내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행진단은 행진을 끝낸 뒤 광주로 이동해 망월동 5·18 묘역에 가 열사묘역을 참배했다. 행진단은 묘역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일부 참가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배를 마친 행진단은 광주시내로 이동해 옛 전라남도 도청 앞 충장로에서 문화제를 열었다(관련기사 : "제주해군기지 강행하는 정부가 차라리 고맙다").

[3일차 10월 7일] 광양·순천... "박근혜는 절대 안 돼!"

강정마을 주민 김미량씨가 순천에서 만난 한 할머니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김미량씨가 순천에서 만난 한 할머니와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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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1박을 한 행진단은 불고기가 유명한 광양으로 이동해 미리 마중 나온 포스코 노동자들과 만났다. 마침 광양 전통 숯불구이 축제가 있어 행사장에서 관광객들과 상인을 상대로 홍보전을 펼쳤다.

이후 순천으로 이동한 행진단은 순천역 앞에서 기자회견 및 결의문을 낭독하고 앞선 일정과 마찬가지로 도로 행진을 했다. 그때 연세가 칠순 정도 되신 한 할머니께서 행진 참가자들의 행렬 뒤에서 행진단을 지원하는 트럭에 앉아 강정마을 주민 김미량씨와 대화를 나눴다.

"할머니, 대통령 정말 잘 뽑아야 해요."
"그렇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절대 박근혜는 안 돼! 지 아버지 때문에 공주처럼 살아서 서민을 모르잖아!"

할머니는 박근혜만큼은 안 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라도의 특성상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되든 상관없는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영향으로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았었던 새누리당 박근혜만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대부분 정치를 모르는 분들이지만, 통한의 60여 년 대한민국의 역사 하나만큼은 똑똑히 보고 살아오셨던 분들이었다. 그 때문에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서민들의 민심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귀가 닳도록 들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 민심은 천심이구나...'

행진의 행렬은 순천 조례호수공원으로 이어졌고, 순천 시민단체들이 준비한 식사를 한 뒤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 문화제에서는 순천의 문화예술단체들과 강정마을의 신짜꽃밴, 그리고 유기농 펑크록을 추구하는 가수 사이밴드가 함께했다.

[4일차 10월 8일] 벌교·보성... "미국쌀은 독약, 우리쌀은 보약"

보성군 농민들이 생명평화대행진단에게 기증한 올해 수확한 햇쌀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보성군 농민들이 생명평화대행진단에게 기증한 올해 수확한 햇쌀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 장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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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하루를 보낸 행진단은 이른 시간부터 벌교로 이동했다. 꼬막이 유명한 벌교에서는 마침 오일장이 열고 있었던지라 서로 흩어져 시장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며 각자 소속돼 있는 곳의 문제점을 벌교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행진단은 오일장 홍보전이 끝난 뒤, 농민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보성으로 이동해 보성군청에서 열린 '2012 보성군 농민 투쟁선포식'에 참여했다.

전국 각지로 상경투쟁도 많이 다니는 보성군의 농민들은 투쟁선포식에서 "우리와 같이 농사를 짓고 사는 강정마을의 투쟁을 응원하며, 쌍용자동차 및 용산참사 유가족분들, 그리고 이 땅에서 투쟁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예측을 하고 있는 정부와 보성군은 직접 나서서 수매하고, 태풍수해피해 농민들에게 즉각 보상함과 동시에 미국산 칼로스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산 칼로스 쌀을 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분노를 참지 못한 한 농민이 "비소가 들어 있는 미국산 쌀은 독약이다!"라고 외치며 쌀 포대에서 터진 미국산 쌀을 바닥에 뿌려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보성군의 농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은 올해 햅쌀을 행진단에게 기증하기도 했다.

행진단은 보성 시내를 행진한 뒤 득량면에 위치한 강골마을로 이동해 오랜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이후 보성군 농민들이 준비해준 고기와 막걸리로 배를 채운 뒤 밤늦게까지 화합한마당을 펼쳤다.

한편, 전라남도의 일정을 마친 행진단은 충청남도로 이동해 9일에는 공주, 10일에는 대전에서 생명평화대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생명평화대행진, #강정마을,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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