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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서 걸려온 전화'. 광주비엔날레 전시작품이에요^^
 '광주에서 걸려온 전화'. 광주비엔날레 전시작품이에요^^
ⓒ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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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끝난 지난 5일 학교에서 단체 체험학습을 갔다. 장소는 광주비엔날레였다. 광주비엔날레는 내가 사는 고장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행사다. 내가 태어난 1995년에 시작됐다. 내 친구인 셈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학교에서 몇 번 갔었다. 초등학교 때도 가봤고, 중학교 때도 가봤다. 그런데 재미는 없었다. 관심도 특별히 가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가본 기억도 없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리 생각됐다. 나도 어엿한 고등학생인 데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관심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체험학습을 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도 해보았다. 기대도 어느 정도 있었다.

 광주비엔날레2012 포스터
 광주비엔날레2012 포스터
ⓒ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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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장인 광주비엔날레에는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학교만 온 게 아니었다. 유치원생도 눈에 띄었다. 전시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한참 걸렸다.

30분 이상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의 입장 차례가 돌아왔다. 우리는 두 줄로 서서 입장을 했다. 현장 가이드가 질서와 정숙을 강조했다. 학교의 위상이 달린 문제라며 자존심도 자극했다.

그 말을 듣고 조용히 하면서 설명을 잘 들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입장과 동시에 흐트러졌다. 가이드의 작품 설명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도 작았다. 앞에서 다른 가이드의 말이 들리고, 뒤에선 또 다른 가이드의 말이 들려왔다.

그뿐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탓일까. 가이드는 바쁘게 우리들을 데리고 다녔다. 작품에 제대로 눈 한 번 맞출 여유를 주지 않았다. 눈으로도 제대로 못보고, 귀로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줄로 서서 걷기만 한 것 같다. 멈춰 서서 자세히 보고 싶은 작품도 있었지만 줄에 떠밀려 다니기 바빴다. 설명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에 선생님께서 "비엔날레 전시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느껴보라"고 하셨는데, 영감을 느낄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남은 건 사진 몇 장이었다. 그것도 중간에 사진 찍을 시간을 잠깐 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사진도 급하게 찍다보니 전부 흔들리고 말았다.

 광주비엔날레2012 개막식.
 광주비엔날레2012 개막식.
ⓒ 광주광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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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데 허무했다.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실망했다고 했다. 작품을 보고 감흥을 얻고 영감을 느끼기는 커녕, 불편했다는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시종 걸은 기억밖에 없었다. 우리가 관람객 숫자를 늘려준 것만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눈도장도 제대로 못 찍은 것 같다. 관람객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주최 측에서 앞으로 이런 점을 개선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어렸을 때 여러 군데 박물관을 가본 적 있다. 그 박물관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다.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옛날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타임머신 같은 존재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도 우리에게 이런 존재로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의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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