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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국의 분단·전쟁·대결에 깊이 관여해 온 미국에서 40여 년을 산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1992년 처음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 차 북을 방문한 데 이어 조국의 남북을 드나들며 서로 아파하며 통일을 열망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의료계에 계속 종사하는 한편,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분단 체제와 분단의 해소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3자적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기자말

남북이 이렇게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경제관리체계를 분리 시행해야 합니다. 우선 남북연합방 시기에는 남은 남측, 북은 북측에 걸맞은 근로 임금을 지급합니다. 독일 통일 당시 큰 문제가 된 것이 '동일 임금 지불'과 '화폐의 1대 1 교환'이었습니다.

북의 토지는 국유입니다.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북의 사회간접자본이나 상공업 단지 건설부지에 대한 구입 비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남녘보다 24% 정도 더 넓은 북녘 땅에 남 인구의 절반 수준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남북 7500만 인구는 노동력 확보와 내수시장 확대로 생산비 절약 효과를 기대케 합니다. 재외동포까지 포함하면 8200만 명입니다. 이 시장 규모는 6200만 명의 영국, 6400만 명의 프랑스보다 크고 독일은 8300만 입니다. 우리 겨레가 획기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남북연합방 조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67년 분단·전쟁·대결의 길을 걸어온 남북이 이런 여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아니겠습니까.

남북 경제공동체 운영,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제공동체 운영의 시점이 이르면 이를수록 유리하다고, 미루면 미룰수록 불리하다고 지적합니다. 남이 좀 더 부자가 된 뒤에 통일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정반대입니다. 분단 비용은 쓰면 없어지는 소모 비용이지만, 분단을 종식하면 그 비용은 이득을 창출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연합방 비용은 한시적이고, 연합방 이득은 지속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출하고 있는 분단 비용이 얼마나 큽니까. 주한미군 지원비용·무기구입 비용·해외 파병 비용·한미 합동훈련 비용 등을 합하면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나아가 분단에 따른 정세 불안으로 투자 위험도가 높아져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앉은 채 손해를 보는 격이 됩니다.

위에 열거한 비용들을 합하면 국방비 300억 불의 2배 가량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연합방 비용은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남북연합방 구성은 남북의 소득 격차를 줄이게 될 것입니다. 경제공동체 운영으로 남과 북은 점차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겨레 통합, 나라 통일을 어찌 경제적 손익 계산에 의해서만 셈할 수 있을까요. 통일의 당위성 논리에 따라 남북연합방 구성에 합의와 함께 정치·군사·사회·문화·예술·학술 측면에서도 교류 협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실행하는 것이지요.

해양-대륙의 관문이 될 남북연합방 조국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도로에 지난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세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도로에 지난 2007년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세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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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주민들은 자주·평화·통일을 60여 년 동안 부르짖으며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우리 겨레는 남북연합방이 가져올 경제적 축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 남북연합방 경제공동체의 청사진을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북의 지하자원은 남의 22배입니다. 우라늄·마그네사이트·흑연·아연·희토류·금·중석·철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입니다. 북의 지하자원 잠재가치는 7000조 원 이상입니다. 이 엄청난 자원을 남북연합방의 동력과 기술합작으로 발굴·개발해 내수도, 수출도 할 수 있습니다. 남의 150배로 추정되는 철광석은 세계 제1 조선업, 제5 자동차산업의 남과 북이 합작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또한 5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서조선만 석유가 시추되는 날이 온다면 통일 조국의 앞날은 더욱 창창할 것입니다. 만약 그때도 분단이 계속된다면 남북의 처지는 지금과 정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설악산·평창을 잇는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 수익도 경제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남한의 첨단전자정보과학 기술·전문경영실력과 북의 CNC(컴퓨터 수치제어)·핵기술의 평화적 결합은 비군사 문화자주국의 융성한 내일을 보장할 것입니다.

나아가 남북연합방의 선포는 반도의 허리에 처진 철조망 때문에 섬 아닌 섬이 된 남에 대륙 진출의 길을 활짝 열어줄 것입니다. 남과 북은 지정학적 이유로 대륙과 해양 세력으로부터 침탈을 당했습니다. 남북이 연합방을 구성하면 지경학적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조국 반도는 미국·일본 등 해양세력과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40억 인구 유라시아의 물류 유통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부산항을 통해 바다로 나가고, 남북종단(TKR)·중국-시베리아 횡단철도(TCR·TSR)를 통해 대륙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육로 운송 소요 기간 14일은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해상 운송 기간(45일)을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것입니다. 비용 절감은 물론이거니와 교역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력 강화도 뒤따를 것입니다. 또, 20억 불의 통과료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시베리아 천연가스관을 남녘으로 연결하면 70% 저렴한 운송비로 남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남북연합방은 우리 겨레의 활로입니다. '쪽박'이 아니고 '대박'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중국·러시아가 북한에 투자할 때 MB 정부는 뭐했나

라진시내 모습
 라진시내 모습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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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남북경제 공동체가 가져올 이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남북 국방비를 비롯한 분단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야기들뿐입니다. 더불어 국내외 수많은 연구자들이 독일 통일을 기준으로 '통일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발표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 발표들은 어려운 북을 살려가며 통일하면 남한도 어려워진다는 사고에 갇혀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남북연합방은 완전 통일도 아닌, 독일식도 아닌, 우리식 연합방(사실상 통일)입니다.

재외동포의 눈에 보이는 남북관계의 현실은 참담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교역 중단으로 북중 교역을 2010년 28억 달러에서 올해 100억 달러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현재 중국은 북중 두만강 접경지역(창지투) 개발을 위한 교통망 연결, 신 압록강대교 건설과 황금평·위화도 경제특구, 북한 무산철광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북의 채무 110억 달러를 탕감해 주며 라진-선봉 자유무역지대에 북·중·러 경제협력체제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동항을 갈구하는 러시아, 태평양 진출을 갈구하는 중국의 열망이 북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의 처지는 어떤가요. 그동안 남북 교역에 종사하던 남녘 소상인들은 실업자가 됐고, 700여 중소기업은 도산했습니다. 남은 북과 동북아의 막대한 경제영토를 무서운 속도로 잃고 있습니다. 있습니다. 북을 이 지경으로 내몬 남에서는 요새 '북이 민족 자원을 중국에 다 팔아 속국이 되려고 한다'며 투정입니다. 누구를 개탄해야 합니까.

저는 남북 경제공동체 운영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됩니다. 그래서 북에 말합니다. "북과 남이 함께 하는 민족경제 공동체 부흥에 민족자본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남과 북은 김석철 명지대 교수가 제시한 '인천-원산 대운하 청사진'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빨리 남북연합방이 합의돼 남북교역이 재개돼야 합니다. 더 이상 중-북-러 일변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북에 접해 있다는 이유로 많은 제약을 받았던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가 살아날 것입니다. 또, 동북아 시장에서의 부상은 전라·충청·경기 서부 경제 활성화에 활로를 열 것입니다.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야를 넓혀서 밖을 봅시다. 2010년 남의 대 중국 수출 비율은 25%였습니다. 미국은 10.7%, 일본은 6%였습니다. 중국은 남의 최대 수출 시장인 반면, 남은 중국 수출의 4.5%뿐인 현실에 유의해야 합니다. 세계 제1의 외국인 투자비중 30%, 내수경제 18%에 수출 82% 이상인 과도한 남녘의 무역의존경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남·미-남·중 사이의 경제·안보 관계에도 유의해 새 판을 짤 때입니다. 그 시작은 바로 '남북연합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인동씨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 코리아>(2008) 등이 있습니다.



태그:#통일, #연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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