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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국의 분단·전쟁·대결에 깊이 관여해 온 미국에서 40여 년을 산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1992년 처음 재미한인의사회 학술교류 차 북을 방문한 데 이어 조국의 남북을 드나들며 서로 아파하며 통일을 열망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의료계에 계속 종사하는 한편, 조국통일을 열망하며 분단 체제와 분단의 해소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3자적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기자말

재미동포인 저는 지난해 2011년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기념 강연 당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국(남북)의 최대 문제는 분단종식이지 경제가 아니다."

저는 옳은 말을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남에서는 사회 양극화·실업·비정규직·가계부채 등 민생·복지가 큰 문제이더군요. 한편, 군사강국이 된 북은 이제부터 산업혁명으로 인민 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남북이 동시에 민생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가 문제니 분단을 끝내자"고 말했어야 더 실리적이었을 것입니다. '분단을 끝내자'는 말은 당장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이 평화적으로 교류·협력·왕래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냥 돌아만 가서는 안 되겠지요. 이번에는 다시 돌이킬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아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남북경제 공동체'를 제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하면, 남도 북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6·15선언에서 합의한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따라 남북의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남북연합방(남 연합·북 연방)을 선포하면 됩니다. 즉, 남북이 평화하는 것입니다. 되지도 않는 '북미 평화'보다는 이뤄야 할 목적이 다분한 '남북 평화'를 먼저 하자는 것입니다.

남북연합방, 경제 성장의 지름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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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북, 그리고 동아시아 군사·경제 정세는 12년 전 6·15 선언을 선포할 당시와는 매우 다릅니다. 남북이 연합방 구성을 합의하고 분단유지비용을 줄여 경제공동체에 투자하면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풍요로움과 복지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분단을 해소하고, 분단을 종식하는 것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지금은 남북 모두 그럴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자본, 북의 토지와 자연자원, 그리고 남북의 기술과 인력은 남북연합방경제에 이바지할 우리 겨레의 기본 자산입니다. 남녘 통일·경제전문가들은 이 자산을 이용해 경제공동체운영을 한 10년 정도 하게 되면 남의 GDP가 시작연도와 비교해 2배 정도로 늘어나고, 1인당 소득(2만 달러)도 불변가로 2배 이상이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또, 경제성장률도 10% 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 인민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풍요로워지고 북의 미미한 경제성장률은 남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랍니다. 짐작했던 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민족경제공동체에 관한 북의 연구자료를 살펴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남북연합방이 실현되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북녁의 도로·철도·교량·항만·공항·발전시설·송배전시설·우편·상하수도·도시가스·방송통신·경공업·중화학공업·산림 녹화 등 사회간접자본(기본시설) 확충입니다. 여기에는 자본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북녘 기본시설확충에 필요한 시설자재와 인민 생필품들은 남녘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남과 북에 수많은 일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당연히 방대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때 남과 북이 확고한 의지로 평화를 약속해 남북의 병력을 각기 10만~15만 명 수준으로 줄여 전역 장병을 산업 인력으로 전환시켜 활용하는 방안을 채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레 남의 병역의무제는 사라져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도 함께 병력을 줄여 산업건설에 종사케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군축차원에서도 해야 할 일이지만 경제공동체 운영의 산업 인력 확보를 위한 필요불가결의 조치입니다. 남북에서 모병제가 실시된다면 군직을 택하지 않은 남북 청춘들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고 문화·예술·체육·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단 없이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미래 통일문화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것임은 틀림 없습니다.

현재 남에서 실업자로 인한 국가소득감소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에서 전역한 50여만 명이 일자리를 얻게 되면 GDP의 2%, 즉 200억 달러의 국가실질소득을 추가하게 됩니다. 북의 100만 병력도 산업 인력화된다면 커다란 소득 증가를 불러 북의 경제 성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군비 축소해 통일 사업에 투자하면, 문제는 해결된다

평양역 앞에 있는 평화자동차의 대형 광고판.
 평양역 앞에 있는 평화자동차의 대형 광고판.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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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자본은 남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답니다. 예컨대 투자 재원의 일부를 남의 국방비에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현재 남의 연간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현재 2.65%대입니다. 이를 1~1.5%대로 줄인다면 150억 달러 정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도 제 몫을 해야 합니다. 일본은 연간 GDP 대비 국방비 비율 1%대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독일은 연간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1.4%입니다. 1% 이하인 나라도 여럿 있습니다. 분단 역사가 67년이 됐어도 이 지경인 2013년에는 서로 확고한 신뢰로 연합방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군사비를 최소로 축소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면 총 투자는 얼마나 해야 할까요. 국내외 여러 학자들은 통일 비용을 1000억 달러 이상이라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남의 한 전문가는 남북의 고유한 여건에서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일 비용을 추산해 보니 남측 연간 GDP 대비 7%, 약 700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북에 6억 달러나 '퍼줬다'고 비난한 액수의 100배 이상입니다. 크게 놀랄 액수인데도 남은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컨데 연간 GDP 대비를 기준으로 군비 축소(1.5~2%)·장기 저리 국제차관(1%)·통일 국채(3%)·세금(1%)만 합해도 7%에 가까워집니다. 더 놀라운 것은 남북의 이득은 투자 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완전한 통일을 이뤘을 때를 기준으로 나온 것들입니다. 허나 제가 통일의 제 1단계라고 설정한 교류·협력의 연합방 시기에 적용해도 그 원칙이나 방법은 같을 것이지만 실제 비용은 더 적을 것입니다.

처음 북에 필요한 생필품·시설 자재 가운데 80%는 연간 GDP 대비 7%를 투자해 남에서 생산한 국산품 쓰기 정책을 실시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연간 GDP 대비 7%(700억 불)의 80%인 약 560억 달러에 해당하는 실물 생산량 증가가 이뤄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신나는 일이 어디에 더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는 국가 대 국가 사이가 아니고 '남북기본합의'에 있는 대로 민족 내부의 특수교역 형태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남북이 힘을 합쳐 국제기구와 조율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추가적으로 병력 산업화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합치면 연합방 비용 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인동씨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 코리아>(2008) 등이 있습니다.



태그:#통일, #연합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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