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좀 살살 때려요", "죄인이 살살 때려라니 더 세게 때릴 것이다 이놈아!"
 "좀 살살 때려요", "죄인이 살살 때려라니 더 세게 때릴 것이다 이놈아!"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아파요 아파, 고신(拷訊)은 인권 침해예요"

"좀 살살 때려요"
"죄인이 살살 때려라니 더 세게 때릴 것이다 이놈아!""
"아무리 죄인이라도 인권이 있다구요."
"인권? 인권이 무슨 말인데."
"아니 포졸 나이들은 인권도 몰라요?"
"이 놈아 나는 인권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 몰라!"
"인권은 사람이 누리른 권리예요. 고신(拷訊)은 당연히 인권 침해예요."
"인권 침해! 이놈에 자기가 지은 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권운운! 더 세게 쳐라"
"아이쿠 나 죽네 나 죽어."

"아파요 아파!" "그럼 고문이 아프지, 안 아퍼냐"
 "아파요 아파!" "그럼 고문이 아프지, 안 아퍼냐"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아파요 아파!"
"뭐 아파? 주리를 더 틀겠다."
"좀 살살해요."
"고신은 아프라고 하는 것이 안 아프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다."

대낮부터 낮술 한잔...

진주성 곳곳에서 '철썩 철썩'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리는듯 했습니다. 개천예술제를 맞아 곳곳에 형틀과 형벌 받는 모습을 설치했습니다. 고신(拷訊)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옛날에는 고신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했습니다. 하지만 독재정권 때는 가둬놓고 했습니다. 어쩌면 조선시대가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고신 현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니 대낮부터 술 한 잔하고 드러누운 이들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벌써 낮술 마시고 누워 버렸네", "주모 술 한 잔 따르게"
 "김씨는 벌써 낮술 마시고 누워 버렸네", "주모 술 한 잔 따르게"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김씨는 벌써 드러누웠네."
"오늘 같은 날 안 마시면 언제 마셔요?"

"그렇지 개천예술제 아닌가. 이런 날은 대낮에 술 마신다고 누가 타박은 못하지."
"맞아요. 맞아. 이보게 주모 술 한 잔 따르게."
"진사 어른 고맙습니다요. 우리 집 술 맛이 진주성에서 제일 맛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 왔지."

"사주를 보니 올해 운수가 대통이요"
 "사주를 보니 올해 운수가 대통이요"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간밤에 오줌 싼 '개똥이', 꽃순이 집에거 "소금 좀 주세요"...

대낮 술을 마시는 주막을 뒤로하니 이제는 점집이 나왔습니다. 아낙 한 사람과 남자 둘이 점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주를 보니 올해 운수가 대통이요"
"정말 운수가 그리 좋습니까?"
"아니 내가 계룡산에서 20년 동안 도를 닦았고, 진주성에서 벌써 10년째요."
"저는 어떤가요?'

"음 보자. 아주머니도 괜찮소. 올해 자식 훈례를 치러면 좋을 것이요."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어떻습니까?"
"음 건강 조심해겠구려. 하지만 그리 나쁜 점괘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다들 점괘가 괜찮게 나오자 기쁜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아주 친근한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간밤에 개똥이가 오줌을 쌌는지 '키'를 뒤집어 쓰고, 꽃순이 집에 소금을 얻으로 왔습니다. 어릴 적 이웃집에 소금 한 번쯤은 얻으러 갔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여자 동무 집에 갈라치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할머니 소금 좀 주세요."
"개똥이 너 오줌 쌌지?"
"...."
"너 정말 오줌 쌌구나. 벌써 몇 번째니. 할머니 개똥이가 또 오줌 쌌어요."

"꽃순이 너 자꾸 놀릴래..."
"개똥이가 오줌 쌌네요. 개똥이가 오줌 쌌네요."
"이 녀석이 이제 오줌 쌀 나이는 지났다. 다음부터는 소금 안 준다."

"할머니 고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주머니 소금 좀 주세요", "야 너 오줌 쌌지", "아니 오줌 안 쌌어." "그럼 우리 집에 왜 소금 얻으러 왔니"
 "아주머니 소금 좀 주세요", "야 너 오줌 쌌지", "아니 오줌 안 쌌어." "그럼 우리 집에 왜 소금 얻으러 왔니"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대장간도 사라지고, 소몰이 목동도 없네...

오줌 싼 개똥이 마음을 이해합니다.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오줌싸개 개똥이를 뒤로하고 불꽃이 피어오르는 대장간을 만났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대장간에 따라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장간에서 만든 낫과 호미, 칼은 정말 튼튼했습니다. 생긴 모양은 뭉텅했지만 요즘 나오는 칼과 낫보다 휠씬 예리했습니다. 사람 손이 기계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대장간이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대장간. 어릴 적에는 대장간도 많았는데 이제는 없습니다.
 대장간. 어릴 적에는 대장간도 많았는데 이제는 없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어디선가 청아한 대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황소 위에 아이 셋이 타고 있는 데 어린 여자 아이가 대금을 부르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동무들이 잘 부른다며 칭찬하고 있습니다. 황소가 정말 힘이 셉니다. 아이 셋을 태우고도 끄덕없습니다. 어릴 때 소 몰이는 해봤지만 타본 적은 없습니다. 자치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를 모릅니다. 자치기는 함께 하는 놀입니다. 자치기, 비석치기로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데 스마트폰은 공동체를 배우지 못합니다. 우리 어릴 때가 훨씬 사람냄새를 맡으며 자랐습니다. 대장간도 사라지고, 소몰이 목동이 이제는 없습니다. 점점 사람냄새가 사라집니다.

피리부는 소녀.동무들이 넉을 잃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리부는 소녀.동무들이 넉을 잃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자치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자치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혼례와 장례는 같은 것...

아이들이 자라 혼례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고향 이웃집 아주머니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왔었습니다. 지금은 손주를 볼 때가 되었습니다. 새색시를 맞는 젊은이는 얼굴에 환합니다. 새색시는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제쯤 친정에 갈 수 있을까요? 아내가 결혼 후 첫 추석을 맞았을 때 집에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는 형수를 위해 동생이 노래를 불러주었고, 살아계셨던 아버지고 위로했지만 아내는 계속 울었습니다. 벌써 15년 전입니다.

장가가고 시집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가마타고 시집을 왔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장가가고 시집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가마타고 시집을 왔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이생을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빈손으로 와 빈손을 갑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이것저것을 챙겨 보내주려고 합니다. 장례 풍습이지요. 아버지가 1998년 4월에 돌아가셨는데 그 때만해도 상여를 메고 장례를 치렀습니다. 상여 뒤를 따라가며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드렸지만 이제는 시골도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합니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이제가면 언제오나 이제가면 언제오나"라며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장지까지 갔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는 이들을 보내면 유가족들을 울었지요. 어찌보면 혼례와 장례는 같은 것이지도 모릅니다. 혼례는 생명을 잉태하고, 장례는 살아있는 이들에게 내일을 물려주고 떠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가면 언제 오나. 이제가면 언제 오나"
 "이제가면 언제 오나. 이제가면 언제 오나"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여기있는 대화는 상상임을 밝힙니다.



태그:#개천예술제, #진주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