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정우 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밤 10시다. 쉬는 시간 없이 훌쩍 3시간이 지났다. 질문과 토론은 술자리로 이어져 밤 12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한 참석자는 "이렇게 재미있게 공부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처럼 20년 만에, 30년 만에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곳은 없습니다. 왜 한국은 20년만 되면 아파트가 노후화 되고 3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하는 걸까요?"

"세계 최고층 건물 10동 중 5동이 한국에 있습니다. 가장 높은 건물을 지으면 세계 최고 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최정우 교수(목원대 도시공학과)는 5시간 동안 쉼 없이 키워드를 두드렸다. 그는 4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2층에서 열린 첫 강좌에서 '사람'과 '문화'를 키워드로 대전을 읽기 시작했다.

키워드 '사람'이 제시되자 최 교수는 이를 다시 안전· 더불어· 참여의 3개 키워드로 확장했다. 대전이 보행자를 비롯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도시이고, 시민의 참여 속에 거듭나고 있는가를 묻는 주제어다.

대전 자전거 도로는 레저용 위주?

우선 그는 보행자들이 도로에서, 광장에서 '안전하게' 걷고 즐길 수 있는가를 묻는다. 답변 대신 그는 한국의 다른 도시를 비롯 세계 주요 도시의 횡단보도 모습과 대전의 횡단보도를 비교했다. 이어 브라질 꾸리찌바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보여준 후 대전의 대중교통 현황을 물었다.

'더불어'와 관련해서는 '장애나 연령 등과 관계없이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을 강조했다.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 고려한 도시 설계가 돼 있는가에 대한 점검기준이다.  

대전 푸드와인축제 등 다양한 축제 홍보물
 대전 푸드와인축제 등 다양한 축제 홍보물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일예로 그는 처음부터 보조기구를 실을 수 있도록 출시된 일본의 장애인 승용차를 보여준 뒤 "한국에서는 차를 구입한 후 보조기구를 실을 수 있도록 다시 장애인용으로 개조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녹색교통수단인 자전거 도로와 관련해서는 "레저용 보다는 양복과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생활형 이용자들을 위한 시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문화'를 읽는 키워드로 최 교수는 축제와 공연장 및 미술관· 박물관, 재래시장을 열거했다. 그는 올해 대전시가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인 '2012 대전 국제 푸드 와인 페스티벌'(10월 12일~15일)과 관련 대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시민의 축제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 축제나 호주의 멜버른 음식&와인 페스티벌 등은 해당지역이 세계 와인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와인과 관련한 고유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충북 영동에서 포도축제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와인의 불모지인 대전에서 와인축제가 어울릴까요?"

최 교수는 문화시설과 관련해서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거리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우선 작더라도 시립박물관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관련해서는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을 했지만 여전히 매력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중심 도시 만들기 "정책 결정에 시민이 참여하고 같이 책임 나눠야"

4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2층에서 열린 첫 강좌
 4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2층에서 열린 첫 강좌
ⓒ 심규상

관련사진보기


특히 그는 다른 나라 재래시장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색깔별로 진열해 놓은 사례를 열거하며 "재래시장의 온갖 다양한 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연과 역사를 담고 있어 색을 연출해 내는 전시방법만으로도 구매를 자극시키고 재래시장의 멋과 가치를 넓힐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 중심의 더불어 사는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그 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라고 말한다.

"몇 해 전 대전역에서 학교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데 택시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돌고 돌아 1시간 10분이나 걸리더군요. 모든 시민들이 내 집 앞까지 버스가 지나길 바라기 때문이죠. 공공공간을 사유화하는 것도 같은 사례입니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대전 만들기를 위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위해 일상적 훈련과 결정에 대해 같이 책임질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4일과 5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2층 강당에서 <오마이뉴스 대전충청>과 <대전시민아카데미>가 마련한 '키워드로 보는 대전' 강좌가 열리고 있다.

5일 오후 7시에는 '공간'을 키워드로 대전을 보고 읽는 두 번째 강좌가 펼쳐진다.


태그:#키워드, #대전, #정체성, #최정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