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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드디어 만났다. 선거 유세장과 방송 인터뷰 등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했던 상대방이지만, 실제 얼굴을 맞대고 설전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 둘은 실제로도 8년 만에 만났다고 한다).

3일(미국 시각) 콜로라도의 덴버대학교에서 열린 첫 번째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일자리, 정부부채, 사회보장제도, 정부규제, 의료개혁안(일명 '오바마케어'),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여론 지지도에서 뒤지고 있는 롬니에게 이번 첫 번째 토론회는 매우 중요했고, 그는 친오바마 성향의 정치평론가들도 인정할 만큼 성공적으로 토론회를 마쳤다. 또한 CNN 뉴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등록 유권자의 67%는 롬니가 이번 토론회에서 이겼다고 응답했다(25%는 오바마의 승리로 응답).

MSNBC의 뉴스 진행자인 크리스 매튜는 "대통령이 무장해제한 채로 토론장에 갔다"고 평가했다. 같은 방송사의 에드 슐츠도 "도대체 대통령은 어디로 간 건가?"라며, "전국적으로 방송될 만큼 소중했던 이번 기회에 오바마는 자신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길 바라는 미국인들의 염원을 저버렸다"고 한탄했다.

CNN의 정치평론가 글로리아 보거는 "롬니 진영뿐 아니라 오바마 진영도 상대 후보에 대해 강한 비난을 퍼부었으면서도, 정작 오늘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놀랍게도 롬니를 단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제임스 카빌은 "오바마가 마치 저 자리에 있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 토론회 직후 롬니가 선전했음을 알리고 있다.
 인터넷 신문 <허핑턴포스트>. 토론회 직후 롬니가 선전했음을 알리고 있다.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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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마치 저 자리에 있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경제 전반의 문제들을 총 6개의 구체 사안으로 나눠 다룬 이날 토론회에서 롬니는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때때로 공격적인 태도조차 서슴지 않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내내 세금 정책의 모든 내용이 실질적으로 다 틀렸다"며 오바마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진행자였던 짐 레러의 말을 끊거나 그의 진행을 방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공세적으로 이어나갔다.

롬니는 "지난 4년간 당신이 대통령이었다"를 반복하며, "같은 기간 동안 실업률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았고, 정부 부채도 계속 늘어나기만 했다"면서 "새로운 인물과 생각이 백악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오바마가 내 정책이 부자에게만 이득을 주고 중산층을 소외시키는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효과)'을 낳을 것이라 비판하지만, 오바마의 정책은 오히려 정부만 살찌는 '트리클 다운 정부('trickle-down government')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에게 빚을 져가면서까지 정부 프로그램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반문하며, 정부 프로그램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매사추세츠 주지사였을 때 만든 의료 개혁안은 '오바마 케어'와 달리 정치적 합의의 과정을 통해 탄생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오바마는 선거 유세장에서는 롬니를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통령 후보자로 설득하는 데 성공한 반면 롬니를 대면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롬니의 최대 약점인 '47% 발언'(관련기사 : <저소득층 '47%' 포기한 롬니, 과감하거나 무식하거나>)이나 그가 탈세를 위해 재산을 케이만 군도에 은닉한 사실, 그리고 인수합병을 통해 일자리를 없애곤 했던 베인캐피탈 재직 당시 경력 등에 대해서도 이상하리만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대신 자신의 정책과 지난 4년간 그가 이룬 결과물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데 더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는 또한 롬니의 정책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거듭 지적하며, "'그(롬니)의 정책들이 너무 좋아서 현재 정부 프로그램들을 다 바꾼다면서도 왜 뭘로 바꿀지를 비밀로 하는 걸까?' 하고 미국인들은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토론회 내내 롬니가 말할 때 그를 응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연단을 내려다보기 일쑤였으며, 때때로 롬니의 발언에 실망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National Republican Committee(전미공화당원위원회)의 웹페이지(failedpromise.com).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토론회에서 약속했던 공약들이 어떻게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분야별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으로, 3일 토론회 직전 공개됐다.
 National Republican Committee(전미공화당원위원회)의 웹페이지(failedpromise.com).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토론회에서 약속했던 공약들이 어떻게 지켜지지 않았는지를 분야별로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으로, 3일 토론회 직전 공개됐다.
ⓒ 전미공화당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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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 생각 없는 롬니 지지율... 부실한 경제정책도 '발목'

오바마는 대부분의 격전지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지도를 보였지만, 2일 밤에 나온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일부 격전지에서 롬니와의 지지도 격차가 좁아졌다. 특히 플로리다와 버지니아에서는 1~2%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 격전지이자 역대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필수 관문'인 오하이오에서(역대 공화당 대통령 중 대선에서 오하이오에서 패배한 사례는 없다)
롬니는 오바마에게 43% 대 51%로 여전히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전체 등록 유권자의 48%는 오바마가 롬니(35%)보다 앞으로 4년간 미국을 더 잘 이끌 것이라 대답했다. 또한 오바마의 지지도는 49%로, 재선을 장담할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오바마의 호감-비호감도는 52%-42%이지만 롬니는 41%-44%로, 이것은 역대 대통령 후보자들 중 선거 3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가장 낮다고 이 방송은 설명했다(단, 1992년 10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기록 34%-52%는 제외).

대선까지 34일밖에 남지 않은 현재, 롬니가 첫 토론회를 우세로 마쳤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번 대선의 판도까지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10명 중 4명은 토론회가 투표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매우" 또는 "꽤" 중요할 것이라 응답했지만, 나머지는 "토론회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 대답했기 때문이다. 또한 약 일주일 전부터 조기투표 및 부재자 투표가 시작해, 3일 현재까지 35개 주에서 조기투표 및 부재자 투표가 진행 중이다(각 주마다 시작 날짜는 다르다).

무엇보다 롬니 진영은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을 이번 대선의 화두인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그 세부내용을 설명하지 못해 지금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폴 라이언은, "나도 모르겠…. 그 계산을 다 하는데 나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세제의 허점을 메우면 모든 계층에 대해 약 20%씩 감세를 해줄 수 있다. 또한 자선 기부금이나 주택 구입, 또는 의료보험 등에서 중산층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감세를 통해 워싱턴(정치)에 많은 돈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의 세금정책센터는 "롬니-라이언의 정책으로는 실제로 미국 중산층이 내야 할 세금이 더 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롬니는 현재 미국 대선을 결정짓는 유권자 층인 라티노(라틴아메리카계 미국인)와 여성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흑인과 라티노, 그리고 여성과 무당파 유권자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롬니는 백인과 노년층, 그리고 교외 거주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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