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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지며 대추가 빨갛게 익고 있다.
▲ 대추 추석이 가까워지며 대추가 빨갛게 익고 있다.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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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다가왔다. 매년 명절에는 예년과 별 다름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밝은 모습의 귀경행렬이 줄을 잇고 그에 따라 고속도로는 정체가 이어지고, 방송은 특집을 내보낸다. 텔레비전이 보급된 이후,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변함없는 풍경이다. 명절에, 특히 추석엔 환한 달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도 매년 관심거리다.

그러나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우리네 명절도 세월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바쁜 자녀들을 대신한 부모님들의 역귀성, 연휴를 맞아 활황을 이루는 해외여행, 최소한의 가족단위의 만남 등. 그렇게 달라지는 문화 속에서도 변함없는 것이 있다. 명절의 뒤안길에 숨어있는 애환, 하소연같은 것들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명절은 오랜 세월 사실상 많은 부분 여성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왔다. 부락을 이루어 살던 아주 오래 전부터 맞벌이가 기본인 핵가족이 된 지금까지도. 제사라는 의식이 '조상들에 대한 예'라고 할 때 자손들의 정성들인 음식은 기본이 되었다. 외부에서 음식을 사서 예를 치루는 것은 불경한 일로 치부되었다.

편향된 노동력이 바탕이 된 명절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최첨단 기기들의 사용이 일상화되어 정보의 공유가 쉬워지면서, 불합리하게 생각되는 일들을 개선해 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추석, 달은 누구에게나 밝아야 한다


추석을 이틀 앞둔 달의 모습.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추석 당일엔 휘영청하니 온 누리를 비출 것이다.
▲ 달 추석을 이틀 앞둔 달의 모습.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추석 당일엔 휘영청하니 온 누리를 비출 것이다.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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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명절을 왜, 어떻게 치러야 하냐는 생각에 중점을 둘 때다. 가족간의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일견 쉬워 보인다. 그러나 약자와 강자로 분명히 구별되는 우리나라의 위계질서문화는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것은 우리네 명절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달'은 명절을 통한 '화합'이고, '손가락'은 노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제사 등의 '의식'이다. '의식을 통한 화합'은 명절의 본령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은 의식을 위해 강요된 노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는 그런 점을 잘 다루지 않는다. 그것이 공론화되는 것은 남녀의 군대, 혹은 임신출산에 관한 논박만큼이나 피곤해지는 일일 수도 있다. 집단의 그것보다 개인의 행복이 중시되는 것은 아직은 우리에게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누구나 웃는 행복한 명절'은 사실 아주 평범한 일임에도 때론  '엄숙함'에 가려진다.

조상과 후손을 위한 명절의 제사문화가 자칫 가족의 행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고작 일년에 몇 번의 행사에 엄살이라고 하는 생각은 비겁하다. 삶의 과정에 생기는 매듭과 상처를 풀고 치유하려는 노력은 늘 중요하다. 행복은 능동의 에너지이며, 강요되는 것들은 그 대척점에 있다.

달이 구석구석 밝으려면 명절이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태그:#추석,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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