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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짜리 딸 아이 교복
 30만원짜리 딸 아이 교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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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교복 구입해야 해요."
"얼마인데?"

"여기 있어요."
"…!"
"비싸죠.'
"아빠 양복보다 더 비싸네."

교복 한 벌 32만원 "아빠 양복보다 비싸네"

지난 9월 초 중학교 1학년 딸 아이가 가져온 교복 구입 목록에 기록된 금액을 본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해졌습니다. 큰 아이는 교복을 입지 않았고, 딸 아이 여름 교복도 20만 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을겨울교복은 25만 원부터 27만원까지 있었고, 블라우스가 한 벌을 더 구입하면 약 32만 원이었습니다.

"정말 비싸다. 아빠는 이렇게 비싼 양복 입어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너는 여름교복은 20만 원, 가을겨울 교복은 30만 원. 교복 사는 데만 50만 원이다."
"어쩔 수 없잖아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빠가 양복 사면 10년은 입는데, 교복은 1년 입고 못 입을 수도 있잖아."
"맞아요. 키가 크면 입을 수 없어요."

교복이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32만 원짜리 교복을 본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다행힌 것은 공동구매를 했기 때문에 약 6만 원이 할인되어 26만 5천원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빠 양복보다 더 비싼 교복을 입은 딸 아이.
 아빠 양복보다 더 비싼 교복을 입은 딸 아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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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에 다니는 딸은 둔 목사님에게 물었더니 공동구매를 하지 않아 신발까지 합해 거의 40만 원이었습니다. 워낙 비싸 언니들이 입었던 옷을 빌려 입을 생각도 했지만 생각보다 옷이 없었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하나 뿐인 딸에게 아빠는 양복을 입지 못해도, 새 교복을 입혀주고 싶었습니다.

"아빠 하나 뿐 딸이라..."

"아빠가 양복은 입지 못해도 네게 새 교복을 입혀주고 싶다."
"정말요?"
"그럼, 물려 받을 옷도 없지만 아빠는 30만 원짜리 옷을 입지 못해도 너는 아빠에게 하나 뿐인 딸이기 때문에 새 옷 사줄게."

교복을 물려받고 싶었지만 없었고,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하나뿐인 딸에게 아빠는 양복을 입지 못해도 새 교복을 입혀주고 싶었습니다.
 교복을 물려받고 싶었지만 없었고,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하나뿐인 딸에게 아빠는 양복을 입지 못해도 새 교복을 입혀주고 싶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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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에 딸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하나뿐이 딸이기 때문에 아빠도 입지 못하는 옷을 사주겠다는 말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담은 엄청났습니다. 교복값 정말 비쌉니다. 아마 저처럼 하나뿐인 딸, 하나뿐 아들에게 사주겠다는 부모들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워낙 작은 아이라, 키가 갑자기 자라면 그 때는 어떻게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1년에 두 벌 사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 집 옷값은 딸 아이에 교복값으로 들어가야 할지 모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건강하게 자라주면 아빠로서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아빠의 예쁜 아이 서헌아! 항상 건강하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더 나아가 원수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가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


태그:#교복,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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