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명확한데도 이에 대한 논의는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는 헌법을 들먹이며 재벌개혁이 위헌이라고 반박한다. 어떤 이들은 재벌개혁을 무조건 재벌해체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토론해야 한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새사연이 먼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기자 주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소유지분도를 공개했다. 그 중 백미는 역시 삼성그룹의 소유 지분도이다. 80개에 달하는 기업들간의 복잡한 출자 관계가 수많은 화살표들로 사방팔방 이어졌다. 한 눈에 알아보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순환출자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다.

삼성그룹과 엘지그룹의 차이는?

그런데 엘지그룹 지분도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주)엘지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계열사들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다. 화살표의 방향도 얽히고설키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만 흐른다. 엘지그룹은 순환출자가 불가능한 지주회사 체제이기 때문이다. 2000년 7월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던 엘지그룹은 이후 약 3년의 시간동안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관계를 정리하고 2003년 4월 지주회사 (주)엘지를 출범시켰다.

201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것이다. 원본 자료는 대규모 기업집단 공개시스템(http://groupopni.ftc.go.kr)에서 볼 수 있다.
▲ 엘지 그룹 계열사 지분도 201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것이다. 원본 자료는 대규모 기업집단 공개시스템(http://groupopni.ftc.go.kr)에서 볼 수 있다.
ⓒ 새사연

관련사진보기


☞ 엘지그룹 계열사 지분도 크게 보기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일부 또는 전부 보유함으로써 그 회사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를 뜻한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의 정점에 지주회사가 존재하고, 그 아래에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가 수직적으로 연결된 구조이다. 엘지그룹에서는 (주)엘지가 지주회사이고, 그 아래에 있는 엘지전자(주)나 (주)엘지생활건강, (주)엘지화학 등이 자회사가 된다. 또 그 아래에 있는 (주)곤지암예원, 코카콜라음료(주), (주)더페이스샵 등은 손자회사이다.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지주회사 체제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지주회사만이 자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으며, 자회사끼리의 지분 보유는 금지된다. 즉,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재벌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폐해를 줄일 수 있고, 경영상의 위기가 계열사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주회사 체제가 재벌개혁 대안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지주회사 체제 역시 경제력 집중을 유발하는 기업집단의 한 형태로, 단지 순환출자를 금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존재했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간 인수합병이 필요해지면서 지주회사를 허용하게 되었고, 2007년 참여정부에서는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을 통해 재벌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6년까지만 해도 30개에 미치지 못했던 지주회사는 2011년 90개를 넘어섰다.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다시 말해 재벌의 경우에는 2011년 기준으로 총 43개 기업 중 11개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앞서 말한 엘지그룹이며, 그 외에 에스케이그룹과 두산그룹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앞으로도 삼성그룹을 포함하여 재벌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재벌개혁에 있어서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적절한 규제도 마련해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와 관련된 규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회사 지분출자 규제이고, 둘째는 지주회사 배당수익에 대한 과세이다. 마지막 셋째는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엄격한 분리(금산분리)이다.

자회사 지분출자 비중과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 늘려야

현재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를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 벤처지주회사로 구분한다. 일반지주회사에는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 기준이 적용되는데 상장자회사의 경우 20%, 비상장자회사의 경우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 기준이 완화될수록 지주회사는 손쉽게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늘릴 수 있다.

따라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면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 기준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지주회사들의 현황을 보면 상장자회사의 지분율은 40%,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은 80%에 달하고 있어서 현재의 규제 수준이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최소지분 기준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에 대해 감세 혜택도 많이 받고 있다. 상장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비상장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할 경우, 익금불산입율이 80%까지 확대된다. 익금불산입이란 수익금으로 간주하지 않아 법인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익금불산입이율이 높을수록 배당수익 중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다. 상장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비상장자회사의 지분을 80% 이상만 소유하고 있으면 배당수익 100%가 익금불산입 처리된다.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는 뜻이다. 지주회사의 배당수익에 대한 과도한 면세 혜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금산분리 원칙 지켜야

또한 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산업자본 기업을 자회사로 둘 수 없고, 반대로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둘 수 없다. 금산분리 규정이다. 하지만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내고 손자회사 수준에서는 금산결합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아직 국회통과는 되지 않았다.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완화 시도는 완전히 철회되어서, 금융회사와 일반회사가 함께 지주회사로 묶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지주회사가 순환출자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그 자체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아니므로 종합적인 점검과 함께 새로운 규제의 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태그:#지주회사, #재벌개혁, #순환출자, #자회사 출자 지분, #금산분리
댓글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