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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 저의와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까지 나서 양경숙씨의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을 샅샅히 뒤졌지만, 결국 '개인 사건'으로 끝났다. 다른 총선 사건 수사 및 지금까지 중수부가 나섰던 다른 대형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처음부터 중수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의 수사 저의와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검찰은 대검 중수부까지 나서 양경숙씨의 공천 헌금 의혹 사건을 샅샅히 뒤졌지만, 결국 '개인 사건'으로 끝났다. 다른 총선 사건 수사 및 지금까지 중수부가 나섰던 다른 대형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처음부터 중수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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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가 14일 인터넷방송 <라디오21> 양경숙(51·구속) 전 대표와 이양호(56·구속), 이규섭(57·구속), 정일수(52·구속)씨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8월 25일 네 명을 전격 체포하고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지 20일 만이다.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양 전 대표는 2011년 12월~2012년 2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을 받게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3명으로부터 모두 40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이양호 강서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이규섭 H세무법인 대표, 정일수 부산지역 시행업체 F사 대표는 공천받을 목적으로 양씨에게 각각 17억5000만 원, 18억 원, 12억원 을 건넸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검 중수부까지 나섰지만, 결국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잘해야 개인 사기 사건'으로 보인다. 이런 정도라면 '거악을 척결한다'는 중수부까지 나설 사안이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뒷북 중수부의 굴욕

굳이 과거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건은 초기부터 다른 4·11 총선 관련 사건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현영희 의원(현 무소속)의 새누리당 공천 로비 의혹 사건은 부산지검 공안부가 맡고 있고,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 사건은 청주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오히려 이 때문에 수사 초기에는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로 거론됐던 사실들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상황은 변해갔다. 양씨에게 돈을 건넸던 이양호씨가 박지원 원내대표 이름으로 받았다는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12번, 14번 확정하겠습니다. 이번 주 8개는 꼭 필요하고, 다음 주 10개 완료돼야 일이 스무스하게 진행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는 양씨가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고, 민주당이 수취인으로 찍힌 송금내역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발표 직후 "발표 내용에 가득한 민주당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없었다"면서 "검찰 발표는 오히려 민주당이 결백함을 입증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이정도면 대검 중수부의 굴욕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대검 중수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기 전에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사건 전말을 알고 있었다. 지난 8월 초 양씨에게 돈을 줬던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해찬 원내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조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당과 양씨 사이에 공식 거래가 있었는가였고, 다른 하나는 박지원 등 이름이 거론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문자메시지 등을 이미 조사했다. 심지어 거론된 인사들과 양씨 사이에 남녀간의 특별한 것이 있었는지 여부까지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씨 개인의 문제'가 결론이었고, 민주당측은 한때 양씨 고발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15일경 양씨와 자금 제공자들이 모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금 변제(또는 투자금 배당)를 약속하면서 사건은 수습되는 듯했다.

중수부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검찰은 "8월 중순경, 이양호 등이 공천 명목으로 양경숙에게 40억여 원을 주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민주통합당 대표 면담을 신청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는 자체 첩보 입수"했다. 양씨 등 4명이 전격 체포된 것은 지난 8월 25일이었다. 결국 민주당이 사건 파악을 모두 끝낸 후에야 뒤늦게 검찰이 움직인 형국이다. 벼르고 있던 박지원 원내대표의 이름이 검찰 첩보에 오르내리자, 충분히 내사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대검 중수부까지 나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수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솔로몬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이번 양경숙 사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름이 박지원"이라며 "결국 검찰이 박지원을 잡으려고 이것저것 해보는데 잘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까지 나섰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밖에서 보기에는 무척 보기가 안좋다"고 말했다.

수사 여지 남겨놓았지만... 신뢰성에 타격 입은 검찰

지난 8월 1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8월 1일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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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향후 수사를 계속할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14일 발표 제목도 '중간 수사 결과'다. 내용에는 박 원내대표에 이어 새롭게 이해찬 대표와 관련된 내용도 들어가있다. 유럽 체류중이던 양씨가 지난 6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이 대표 캠프 측 요청으로 급거 귀국해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도와줬고, 그 경비로 수억 원을 지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 모바일 선거인단 부분은 대검 중수부에서 서울지검 공안부로 인계하는 한편, 양씨가 6억여 원을 자금세탁한 사실에 주목해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 수사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미지수다. 연속해서 민주당 관련 수사에 먼지만 짙게 피울 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현 대변인은 이해찬 대표 관련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전당대회 당시 모바일 투표는 6월 5~6일 이루어졌고, 총선 직후 유럽여행을 떠났던 양씨는 6월 5일에야 귀국했다면서, "일시 귀국했던 때 선거에 관여했다고 해도 하루가 겹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검찰이 이후 사건을 공안부에 넘긴 것은 엉터리 수사에 따른 중수부의 부담을 덜고, 공안부를 통해 여전히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저의를 멈추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대한민국 중수부가 이렇게 타락해도 되는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양씨측 변호인은 이번 사건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상복 변호사는 "선거홍보사업에 투자를 받은 것이지 공천 대가가 아니다"라며 "공천을 신청하기 전에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태그:#양경숙, #검찰, #중수부,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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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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