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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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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인혁당 판결' 발언으로 '역사인식 부재'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선 후보 선출 이후 광폭 행보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박 후보는 유신체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주창해온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후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에서는 "박 후보는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의지가 없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에서 박 후보의 이런 행보는 대선 가도에 적신호를 켰다는 지적이다.

남경필 "추석 전에 정책 의총에서 통과 시킬 것"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남경필 의원이 13일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 "추석 전 당 정책의총을 열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남경필 의원이 13일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 "추석 전 당 정책의총을 열어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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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그동안 마련한 경제민주화 방안들을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남경필·김세연·이이재·이종훈·김상민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 이 모임 소속 인사들은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개혁 안을 간추려 설명하면서 "추석 전에 이에 대한 정책 의원총회가 열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토론이 이뤄지면 우리가 고민하고 내 온 안들이 가장 합리적이고 실천적이란 걸 당내에서도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로 가면 우리의 안이 채택될 것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경제 민주화 관련 13개 법안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끝장토론을 벌여 당론으로 만든 뒤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 의원은 "결국 경제민주화 법안이 현실화되려면 여야의 합의가 필수적인데, 미온적인 대책들이 야당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 결국 우리의 안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의원은 또 "당과 (대선) 후보는 한몸"이라며 "당에서 정책으로 의결한 것을 박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미온적 태도와 김종인-이한구 대립에 '당론→대선공약' 카드 꺼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정책의총 끝장토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박근혜 후보의 미온적인 태도에 더 이상 실질적인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명백하게 서로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하시니, 김종인 위원장도 박 후보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기서 '명백하게 대립되는 의견'이란 김종인-이한구 갈등 상황을 가리킨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과감하고 단호한 정부 개입'을 주장하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를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라고 비판하면서 서로 대립,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좀처럼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박 후보는 이에 대해 "두 분의 의견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봉합에 나섰다. 그러나 양쪽을 아우르려는 박 후보의 태도가 오히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고 있다.

박 후보는 그동안 경제민주화 공약을 구체적으로 내놓진 않았다. 그러나 각종 기자간담회와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금지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혔다. '현재 상황에 변화를 주지 않는 제한적인 재벌개혁' 정도로 평가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각종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진실되지 않다고 판단하는 순간에 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퇴색될 경우 사퇴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야당에 공세 빌미 "줄푸세·경제민주화 수첩 2개인데 하나로 생각"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수첩에 기록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수첩에 기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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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야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의원모임 소속인 김기식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위원장 본인이 이한구 원내대표와 자신의 입장이 다르다고 명백히 밝혔는데, 박근혜 후보만 (김 위원장이) 이 원내대표와 입장차이가 없다고 하는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사실은 자신들의 본래 정체성이나 이념에서 보면 수용할 수 없는데, 시대적 흐름이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로 가니까 레토릭으로 '우리도 경제민주화 하겠다', '보편적 복지 하겠다' 한 것인데, 구체적인 정책 문제로 들어가니까 내부의 저항이 발생하게 되고, 그런 것이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가 뭔 말이냐'는 식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같은 모임의 김현미 의원도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이 두 개가 경제철학적으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박 후보만 모르고 있거나, 어거지로라도 같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2007년 대선 경선에서의 자기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에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치 '줄푸세 수첩'과 '경제민주화 수첩'이 따로 있는데 하루는 이 수첩, 하루는 저 수첩을 들고 얘기하면서, 본인만 두 수첩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태그:#경제민주화, #박근혜,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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