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송상진씨 부인 김진생씨,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씨,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울부짖고 있다.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송상진씨 부인 김진생씨,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씨,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울부짖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참석하고 있다.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영정사진을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이하 인혁당) 사건의 희생자들이 새누리당사 앞에 섰다. '더 이상 못 참겠다, 내 남편 살려내라'는 38년 전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앞세웠다. 노구를 이끌고 나온 60~80대 희생자 부인들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말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사 입구를 막은 경찰은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희생자 고 우홍선씨의 부인 강순희(80)씨는 흐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강씨는 "박정희 살인마, 지옥에서도 천벌을 받아라, 지옥에서 나오지 말라", "남편을 살려내라",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냐"며 소리쳤다.

12일 오후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의 부인·아들 등 유가족들이 새누리당사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후 국회에서 "유가족들의 말을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했다",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관련 표현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 후보와 유가족들이 만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경찰이 유가족들을 가로막았는데, 어떻게 경청했느냐?"고 묻자, 홍일표 대변인은 머뭇거리며 "성명서를 봤다…,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는지는 모른다"며 발을 뺐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사과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박근혜 후보 쪽과 조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발언' 논란에 대해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 '대리사과'하는 홍일표 대변인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이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의 '인혁당 발언' 논란에 대해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일표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와 조율되지 않은 '사과'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일표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와 조율되지 않은 '사과'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을 돕고 있는 4·9 통일평화재단 관계자는 "경찰이 가로막아 당사에는 접근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경청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와 만날 일은 없다, 유가족들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 "한 번 죽이면 됐지, 왜 두 번 죽이느냐"

이날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희생자 8명 중 6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강씨를 비롯해, 고 송상진씨의 부인 김진생(83)씨와 아들 송철환(50)씨,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75)씨, 고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53)씨, 고 이수병씨의 부인 이정숙(67)씨, 고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78)씨가 참석했다. 고 도예종·서도원씨의 유가족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은 연신 눈물을 닦고 오열했다. 첫 발언에 나선 이영교씨는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이곳에 나왔다"며 "박정희 유신 정권 때 인혁당 사건은 고문, 조작, 피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서 나간 이후, 면회 한 번 못했고, 편지 한 장 전달하지 못한 채 남편을 빼앗겼다, 유언도 조작됐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두고 "한 번 죽이면 됐지, 왜 두 번 죽이느냐"고 외쳤다. 이어 송철환씨는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히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아버지 얼굴 한 번 못 봤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뭐가 무서워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했느냐,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면서 "인혁당 사건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불법 구금과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하여 사건이 조작되었음이 밝혀졌고, 재심을 통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두 개의 판결문이 존재한다는 말로 유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하게 여덟 명이나 사형당한 사건을 두고 가치가 없고, 자신에 대한 모함이라고 강변하는 박근혜 후보는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있느냐"며 "입이 있으면 대답을 해보라, 인간의 생명이 무고하게 짓밟힌 이 사건이 당신에게는 가치가 없고 모함이란 말이냐, 진정 당신의 몸에도 인간의 뜨거운 피가 흐르느냐"라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박정희 독재정권 피해자단체 회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박정희 독재정권 피해자단체 회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975년 4월 8일 새벽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도예종(삼화토건 회장), 서도원(전 대구매일신문 논설위원), 하재완(무직), 이수병(일어학원 강사), 김용원(경기여고 교사), 송상진(양봉업), 우홍선(무직), 여정남(전 경북대 총학생회장) 8명의 사형이 집행된 서대문형수모 사형장.
 1975년 4월 8일 새벽 박정희 독재정권에 의해 '사법살인' 당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도예종(삼화토건 회장), 서도원(전 대구매일신문 논설위원), 하재완(무직), 이수병(일어학원 강사), 김용원(경기여고 교사), 송상진(양봉업), 우홍선(무직), 여정남(전 경북대 총학생회장) 8명의 사형이 집행된 서대문형수모 사형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송씨는 "한 번 돌아가신 분들은 천 번 만 번을 불러 봐도,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면서 "다시는 이 땅에 인혁당 사건과 같은 무고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또한 유신시대에 발생한 인혁당 사건과 의문사를 비롯한 국가 폭력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외쳤다.

유가족들이 하나둘씩 흐느꼈다. 마이크를 잡은 강순희씨는 "동장에 나가는 사람도 그런 망발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했다. 강씨는 "하루에도 세 번씩 '박정희 살인마 천벌 받게 해 달라'고 외쳤다", "윤보선 전 대통령으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혁당 사건을 최대 실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태그:#인혁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