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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고 집에서 딸을 기다리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께 정말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지난 3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거부 되어 미국으로 되돌아 간 재미교포 환경활동가 차임옥 박사가 인터뷰 중 뱉은 첫마디였다. (관련기사 : 해외 반전평화활동가 잇따라 입국거부 조치당해)

'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자리이기도 한 이 행사는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그러나 총회장과 불과 7km 떨어져 있는 강정마을에서 공사중인 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석하고자 한국에 왔다가 줄줄이 입국거부가 되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중 처음으로 입국이 거부된 차임옥 박사를 지난 8일 전화로 인터뷰 하였다.

집회·시위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닌 총회인 WCC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가 강제출국을 당했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도 모국이 왜 자신의 입국을 거부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알 길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미리 준비한 듯 신속하게 나온 항공편 티켓을 들고 다시 시애틀행 항공기에 올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국거부 사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강제출국 당해"

차임옥 박사를 소개하는 페이지. 미국에서 암 전문 의사인 그는 해양생물 보존에 힘써온 환경활동가이기도 하다.
 차임옥 박사를 소개하는 페이지. 미국에서 암 전문 의사인 그는 해양생물 보존에 힘써온 환경활동가이기도 하다.
ⓒ 웹사이트(savejejuno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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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심경은 어떠신지요?
"그 당시를 떠올린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입국거부 통지를 받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습니다. 올해 연세가 88세이신 어머니께서 한국에 계시고 몸이 많이 편찮으신지라 이번에 들어가면 병원에 모시고 가기 위해 예약까지 했습니다. 추방당할 때도 그랬고 지금 이 순간도 어머니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입국거부 당시 상황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보니 WCC 참가자를 배려하기 위한 부스가 있었는데 그쪽 줄에 사람이 없어서 그냥 일반인들의 줄에 서서 입국수속을 받았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여권을 스캔하고 지문검사 절차를 하던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어?'라고 하면서 한쪽에 있는 방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에 들어가보니 직원이 제 사진을 찍고 "오늘은 입국이 안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강정마을 관련 발표도 예정되었던지라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 걱정도 조금은 했지만 큰 행사에 참여하러 가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입국거부 사유에 대해서 별도의 통지는 받으셨는지요?
"아무것도 못 받았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입국거부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라고 물었는데 '이유는 돌아가서 대사관에서 알아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생각도 너무 간절하게 나는지라, '앞으로 한국 입국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그 이유도 돌아가서 대사관에 물어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대답을 듣고 약 5분 뒤에 시애틀행 항공권을 구해서 저에게 줬습니다. 이렇게 일 처리가 빠를줄은 몰랐죠. 미국으로 되돌아 가는 비행기 탑승시각이 촉박해 집에서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께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사정사정하고 나서야 겨우 전화를 드렸습니다."

- 출입국관리소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5월에 워싱턴에서 있었던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에 참석한 바 있고, 한국에서도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입국거부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참석하셨는지요?
"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도 서부 끝자락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여기서 동부 끝자락에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워싱턴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도 5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일 때문에 너무 바빴습니다. 집회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 저를 강제출국 시키기 위해 한국 법무부에서 지어낸 이야기 같습니다."

- 입국거부 되지 않고 WCC에 참가하셨으면 어떤 점을 논의하고 싶으셨는지요?
"저는 CHN(Center for Human of Nature)이 주관하는 컨퍼런스에 가서 강정마을의 생태계에 관해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참가비용인 635불(약 71만 원)도 모두 지불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4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홈페이지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 중 멸종위기 동물의 서식지에 관한 질문이 올라왔고, 한국 정부는 맹꽁이 900마리를 옮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에 국제적인 전문가를 모아서 조사를 해본 결과 맹꽁이가 아닌 올챙이 900마리를 옮겼습니다. 이 문제를 발표하고 자연환경을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못되었나요? 저는 잘못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강정마을 앞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연산호가 얼마나 아름답고, 희귀한지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들이 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연산호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 가치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대답을 하지만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면 '너무 아름답다'라고 반응을 할 정도입니다.

또한 IUCN이 진정성을 가진 단체라면 이런 희귀한 곳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줬으면 합니다. 지금 강정마을 앞 바다에는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케이슨(아파트 20층 높이의 시멘트 구조물)이 파손되었고, 그대로 바다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꼭 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강정마을 뿐만이 아니라, 4대강에 관해서도 꼭 봐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올해 88세의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9월 12일 생신이십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다음에 들어갈 때는 아무 일 없이 들어갔으면 합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WCC, # 입국거부,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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