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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약 100일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지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다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미래세대와 과거세대의 싸움, 보수와 진보의 대결, 기존정당정치와 정당 밖 시민 세력의 대결 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는 그 밖에도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 영토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외거주자들도 처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라는 점이다. 기자는 9월 7일 재외 선거인 등록중인 주후쿠오카총영사관을 찾아 재외선거 진행 상황을 살펴보았다.

선거인 등록해야 선거 가능

이번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에 투표를 위해서는 먼저 선거인 등록을 해야 한다. 선거인 등록은 영주권자나 일시체류자 모두 동일하게 신청을 해야 한다. 영주권자는 재외공관에서 직접 신청을 해야하고 일시 체류자는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일본의 경우 영주권자는 광복 이전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체류한 분들로 보통 재일동포라고 불리는 특별영주권자와 결혼, 유학 등으로 일본에 체류하는 일반영주권자로 나뉘며, 일시체류자는 상사원, 주재원, 유학생 등을 의미한다.)

주후쿠오카의 유연섭 재외선거관은 "일본의 경우 10개의 영사관이 있습니다. 주후쿠오카총영사관의 경우 일본의 큐슈지역과 오키나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데 얼마전 오키나와에서 비행기를 타고 직접 선거등록 신청을 하기위해 오신 특별영주권자도 계셨습니다. 많은 재외 거주 국민 여러분께서 투표에 참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며 투표 참여를 기대했다.

대통령 선거인 등록 기간은 2012년 7월 22일부터 2012년 10월 20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영주권자는 여권과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재외공관(총영사관 등)을 방문하거나 일시체류자는 인터넷 등에서 신청서를 다운 받아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유연섭 재외선거관에 따르면 주후쿠오카총영사관의 괄할 구역 내 예상 유권자는 대략 2만1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지난 4·11총선에서는 1300여 명이 선거인등록을 하고 7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9월 6일 현재 대통령선거의 선거인 등록을 한 사람은 영주권자 211명, 일시 체류자 248명으로 총 459명이 선거인 등록을 마친 상태다. 유 재외선거관은 "아직은 등록 마감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등록율이 조금 낮지만 10월이 되면 지난 총선보다 더 많은 유권자가 등록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밝혔다.

공관서도 홍보 하지만 자발적 참여가 중요

유 재외선거관은 "보다 많은 국민들의 선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선거 참여를 위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재일동포들로 구성된 민단이나 재일 한인회 등 한인 단체나 한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 등을 순회하며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간담회를 가지고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종교시설 등을 방문해 선거에 관련된 안내와 선거 참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자는 총영사관에서 선거인등록을 하고 기념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것은 부채였다.

주후쿠오카총영사관에서 선거인등록을 한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기념품 부채
 주후쿠오카총영사관에서 선거인등록을 한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기념품 부채
ⓒ 신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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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이 넘어 처음 하는 대통령 선거

기자는 영사관에서 선거인 등록 후 한 재일동포를 만났다. 선거인 등록을 하러 왔다는 A씨(62세)는 자신을 재일교포 2세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말도 잘 모르지만 한국인임을 잊은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대통령을 뽑을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 법이 바뀌어 우리도 내 손으로 처음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빨리 12월이 와서 내 손으로 내 조국의 대통령을 뽑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강한 투표 참여의지를 밝혔다.

기자가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묻자 "아직은 누가 후보인지 또 후보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정말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할 나라. 우리같은 재외동포들도 기 안 죽고 가슴 펴고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대답했다.

오늘 후쿠오카는 무척 더웠다. 이제 계절이 바뀌고 차가운 바람이 불때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선출하는 선거가 다가온다.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넘는 거리를 날아와 선거인 등록을 한 재일교포, 뙤약볕 속을 휘적휘적 걸어와서 선거인 등록을 한 교포분을 보면서 괜시리 고국에 있을 때 선거하기 귀찮아 하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난생 처음 내 손으로 뽑는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재외국민들이 정말 타국에서 기 안 죽고 어깨 쫙 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그:#18대 대통령선거, #재외선거, #재외 투표, #재일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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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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